검찰, 패스트트랙 80여 일 만에 경영진 기소…주요 투자자 중 ‘진짜’ 수사 대상 추리는 중, ‘난이도’ 만만찮아
하지만 아직 진짜 수사 대상들이 남아 있다. 쌍용자동차 인수를 호재 삼아 주가를 인위적으로 띄울 때 참여한 투자자들의 공모 관계를 입증해 처벌해야 한다. ‘채권 등의 인수로 관련 회사 지분을 확보해 인수전에 참여하고 호재로 주가 상승을 유도해 지분 매도 후 시세차익 실현’으로 이어지는 과정에 참여한 이들은 ‘조합’ 뒤에 숨어 있는데, 이들 규모는 수십 명에 달한다고 한다. 현재 검찰은 수사 2라운드를 앞두고 숨고르기를 하며 투자자들 중 수사 대상을 고르고 있다.
#패스트트랙 부활, 빠른 수사 성과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수단(단장 단성한)은 10월 24일 강영권 에디슨모터스 회장을 자본시장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강 회장과 함께 범행을 주도한 전직 임원 1명은 구속기소, 다른 임원 2명은 불구속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해 5월부터 올해 3월까지 허위공시와 언론보도 등을 이용해 쌍용차 인수 등 전기 승용차 사업 추진과 대규모 자금 조달을 할 것처럼 꾸며 인위적으로 주가를 띄웠다.
지난해 상반기 에디슨모터스는 쌍용차 인수를 위해 코스닥 상장사 에디슨EV(현 스마트솔루션즈)를 인수했고, 상장사에 호재가 붙으면서 주가는 급등했다. 지난해 5월 17일 1481원에서 6월 17일 1만 1830원으로 10배 가까이 상승했다. 이후 에디슨EV 지분을 인수한 뒤 무상증자 결정(7월 19일), 에디슨모터스의 쌍용차 인수의향서 제출(7월 30일), 쌍용차와 양해각서 체결(11월 3일) 소식이 이어졌고, 그때마다 주가는 급등했다. 11월 12일에는 장중 한때 8만 2400원에 거래가 이뤄지기도 했다. 5월 초 대비 6개월 만에 4000% 넘게 오른 셈이다.
하지만 이는 주가 부양을 위한 허위였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올해 3월 28일 에디슨모터스가 쌍용차 인수 대금을 기한 내에 납부하지 못해 계약 해지 통보를 받게 되자 에디슨EV 주가는 폭락했다. 강영권 대표 등은 조합을 통해 에디슨EV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는데 검찰은 주가 부양과 폭락 과정 속에 강 대표 일당이 실현시킨 차익이 1621억 원에 달한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이들의 범행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소액투자자들을 약 12만 5000명으로 판단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에디슨EV의 흑자전환을 허위로 공시한 뒤, 이를 숨기기 위해 외부감사인에게 다수의 허위 자료를 제출한 범죄행위(외부감사 방해 혐의)도 함께 적용했다.
또, 인수 자금조달 창구 역할을 했던 코스닥 상장사 에디슨EV의 자금 500억 원으로 비상장사였던 에디슨모터스 신주를 인수하는 결정을 하면서, 에디슨모터스의 주식가치를 부풀려 160억 원대의 손해를 끼친 혐의(배임)로도 기소했다.
실제로 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은 7월 22일 에디슨모터스 등의 불공정거래 혐의에 대해 패스트트랙으로 검찰에 이첩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취임 이후 첫 패스트트랙 사건이었는데, 패스트트랙은 긴급·중대 사건에 대해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 의결을 생략하고 증선위원장 결정으로 검찰에 통보하는 제도다.
법조계에서는 ‘금융범죄 대응능력이 강화됐다’고 평가한다. 관련 수사 경험이 많은 한 검사는 “윤석열 정부 들어 금융당국과 검찰의 수사 협조가 더 빠르게 이뤄지게 됐는데 그 시작은 합수단과 패스트트랙 부활”이라며 “사건을 검찰에 넘기기 전부터 검찰 수사팀이 사건에 대해 미리 파악을 해둔 덕분에 수사가 빠른 성과를 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차원이 다른 난이도의 수사”
금감원 측은 8월 초 검찰 이첩 사실 등을 언론에 알리면서 쌍용차 인수 호재를 토대로 한 에디슨EV 주가 조작 논란의 배경으로 이 아무개 씨를 지목했다. 이 씨는 시장에서 최근 주목받는 급등락을 연출하고 있는 몇몇 기업 주가의 설계자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검찰의 1차 기소한 대상에는 이 씨 등 주가조작 세력이나 투자자들은 포함되지 않았다. 검찰이 ‘회사 측 경영진’을 먼저 기소한 뒤, 이들을 2차 수사 대상으로 삼았다는 얘기가 나오는 대목이다.
조합을 통한 에디슨EV 투자자 가운데 한 명을 변호하고 있는 전관 변호사는 “검찰이 일단 강영권 대표를 필두로 경영진을 주가조작 및 배임으로 먼저 기소한 뒤, 투자자들 가운데 주가조작에 깊숙하게 관여한 이들을 추리는 중으로 알고 있다”며 “주가조작을 설계하고, 또 관련해서 자본을 투자해 에디슨EV 인수에 관여했던 핵심 인물들은 수사를 피하기 힘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씨 등에 대한 추가 수사가 조만간 펼쳐질 것으로 점쳐지는 이유다.
실제로 금감원은 에디슨EV를 포함해 실체가 불분명한 투자조합 세력이 다수 상장사를 옮겨가며 위법행위를 반복하는 것을 집중적으로 감시하고 있다. 투자조합이 상장사를 무자본으로 인수한 뒤 △자금출처 은폐 △부실기업 매각 △신사업 진출 등 허위사실 유포 후 주가 부양 △회사자금 편취 및 횡령 사례를 주목하고 있다. 검찰 역시 에디슨모터스의 에디슨EV 인수를 통한 쌍용차 인수전 참여를 투자조합 세력의 범죄 행위로 보고 있다.
하지만 강영권 대표 등과 달리, 조합 뒤에 숨어있는 투자자들을 수사하는 것은 난이도가 높다는 게 문제다. 실제로 에디슨EV를 인수할 때 디엠에이치 등 투자조합 6곳은 314억 원을 투자해 이순종 대표 및 특수관계인이 들고 있던 지분 31.5%(213만 주)를 사들였다. 그리고 에디슨EV는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했는데 그 규모가 각각 1200억 원, 400억 원에 달했다.
앞선 변호사는 “투자조합에 이름을 올린 이들도 차명이 많기 때문에 실제로 누가 투자자인지, 쌍용차 인수가 얼마나 허위였는지를 알고 했는지 입증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난이도의 수사”라고 진단했다. 관련 CB에 투자한 경험이 있는 투자업자 역시 “CB를 통해 투자하는 것은 ‘회사를 믿었다’고 하면 처벌하기 힘든 게 보편적이라 많은 사람들이 CB나 BW로 주식을 취득해 차익을 실현한다”며 “에디슨EV 사건은 설계자인 이 씨 외에도 주가조작 판에 있다 하는 인물들은 대부분 관여했던 사건이기에 그만큼 투자자와 설계자에 대한 수사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는 수사의 숨고르기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금융 범죄 수사 경험이 많은 한 검사는 “주가조작 수사는 공범들 가운데 누군가가 함께 공모했다는 대화 증거나 금융 거래 자료를 제공해줘야 입증이 가능한 게 특징”이라며 “검찰 역시 겉으로 드러난 회사 경영진을 기소하는 데 성공했으니 시간을 가지고 뒤의 세력들에 대한 수사 규모를 고민하고 있지 않겠느냐”고 풀이했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