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북 결론 ‘청와대 지시’ 판단 은연중 드러내”…유동규와 김용도 공모, 건네진 돈 흐름 파악 집중
문재인 정부 당시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관련 대장동 의혹 사건에서 모두 구속자가 나왔는데 검찰은 두 사건에서 모두 ‘공모’라는 단어를 영장에 적시했다. 구속영장이 청구된 이들과 공모했다고 검찰이 이미 판단한 이들은 향후 수사를 받는 것은 기본, 기소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정부 고위급 인사 구속
10월 22일 새벽, 서울중앙지법 김상우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당시 고 이대준 씨에 대한 ‘월북 조작’ 혐의를 받는 서욱 전 국방부 장관과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 두 명 모두에 대해 구속영장 발부를 결정했다. 국가정보원이 7월 관련 고발장을 접수한 뒤 지난 정부 고위급 인사가 구속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검찰은 직권남용·허위공문서 작성·공용전자기록손상 혐의(서욱 전 국방부 장관)와 직권남용·허위공문서 작성·사자명예훼손 혐의(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를 각각 적용했다. 서욱 전 장관은 이 씨가 피살될 당시 감청 정보가 담긴 군사기밀(SI) 등 관련 자료 삭제를 지시하고 은폐했다는 혐의를, 김 전 청장은 월북 발표 과정에서 이 씨에게 월북 의도가 없었을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증거는 배제하는 동시에 미확인 증거 등으로 왜곡된 결과를 발표한 혐의를 각각 받고 있다.
주목해야 할 점은 검찰이 이들의 구속영장에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서주석 전 국가안보실 1차장 등을 ‘공모했다’고 적시한 지점이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부장검사 이희동)가 청구한 서욱 전 장관 대상 구속영장에 서 전 실장과 서주석 전 국가안보실 1차장 등이 범죄를 공모했다고 적고, ‘공범’으로 표현했다고 한다. 아직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은 소환조사를 한 적이 없는 상황. 하지만 이미 검찰은 이대준 씨가 피살된 다음 날인 2020년 9월 23일 오전 열린 관계장관회의를 기점으로, 청와대와 국방부, 국정원과 해양경찰청이 함께 은폐와 왜곡에 관여했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최근 감사원도 “이대준 씨가 피살된 이후 국방부가 자진 월북한 것으로 결론 내렸다”는 내용의 감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청와대 핵심 인물들을 이미 공모관계로 적시했다는 점은 검찰 수사가 서훈 전 실장,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등을 향할 가능성으로 연결된다. 수사 방향은 공범들 가운데 최고 결정권자를 찾아내는 것이기에, 이미 서초동에서는 최고 윗선이 문재인 전 대통령일 수 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공안 수사 경험이 많은 한 검사는 “청와대의 지시를 받아 부처가 움직였다면, 단연 컨트롤타워는 청와대다. 공모라는 단어 속에도 지시를 내린 쪽과 이를 이행한 쪽을 구분해 범행의 가중도를 판단해 처벌한다”며 “아직 소환조사도 하지 않은 인물들을 공모관계라고 적시한 것은 관련 진술 등을 토대로 볼 때 ‘서욱 전 장관 등은 청와대의 지시를 받아 움직였다’는 검찰의 판단을 은연중에 드러낸 셈이고, 이미 공범으로 지목된 서훈 전 실장이나 서주석 전 1차장은 구속영장이 청구될 가능성이 높다”고 풀이했다.
#유동규도 김용과 공모 관계?
법조계에서 주목하고 있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도 이재명 대표 관계자들과 공모 관계다. 검찰은 유 전 본부장과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함께 ‘정치자금을 수수했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4월에서 8월 사이, 남욱 변호사 등 대장동 일당으로부터 받은 8억 4700만 원을 받아낸 공범이라는 것이다. 검찰은 김용 부원장이 정치자금 수수를 지시했고, 유 전 본부장은 김용 본부장과 남욱 변호사 사이에서 메시지와 돈을 전달한 것으로 각각 판단하고 있다.
김용 부원장 측에서 ‘유동규 전 본부장이 받은 것이 왜 김용 부원장에게 전달됐을 것이라고 판단하냐’며 반박하는 것도 공모 관계를 부정하는 변호 전략인 셈이다. 현재 김용 부원장 측 변호인은 언론에 “검찰이 확보했다는 돈 전달 내역이 담긴 메모지나 유 전 본부장의 아파트 지하 주차장 차량 출입 내역도 유 전 본부장이 남 변호사 측에서 돈을 받은 사실을 입증할 뿐, 김용 부원장이 받았다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은 유 전 본부장으로부터 “김용 본부장이 지시했다”고 볼 수 있는 증거들을 다수 확보한 상황으로 알려져 있다.
검찰은 빠르면 구속 10일, 연장해도 20일 안에는 김용 본부장을 기소해야 하는데, 공모 관계인 유동규 전 본부장은 함께 기소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유 전 본부장은 진술 태도를 바꿔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소할 경우 더 이상 검찰 수사에 협조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으로, 검찰은 통상 수사에 적극 협조하는 키맨(Key-man)에 대해서는 수사가 마무리되는 시점에 불구속으로 재판을 받게 해주곤 한다. 형 감면 대상인 ‘특정범죄신고자’로 구분해 배려하는 셈이다.
#뇌물 아닌 정치자금법에도 숨은 의도가…
검찰이 현재 김용 부원장에게 적용하고 있는 혐의는 뇌물이 아니다. 체포영장과 압수수색영장에는 대선자금 8억 원을 받았다고 적시하며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이는 더 빠른 수사를 위한 ‘선택’이라는 풀이다.
뇌물을 적용하려면 김용 부원장이 돈을 받을 때 공무원이었거나, 대가성을 입증해야 한다. 뇌물죄가 더 처벌이 무겁지만 거꾸로 검찰은 남욱 변호사가 김용 부원장과 유동규 전 본부장에게 뇌물의 대가로 얻으려 한 것이 있다는 점을 찾아내야 한다. 정치자금법 위반을 선택한 이유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특수 수사 경험이 많은 한 검사는 “뇌물은 이권이 달린 이슈를 놓고 가까운 시일 내에 돈이 오고 가야 하는데 대장동 사건은 이미 이익이 얼추 실현된 시점에 돈이 오고 가지 않았느냐”며 “뇌물로 보기보다는 정치자금법이 입증이 더 쉽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치자금법 위반, 특히 대선자금으로 용도를 특정해서 입증하는 것은 쉽지 않다. 앞선 검사는 “불법적인 정치자금은 현금으로 받아 현금으로 집행되기 때문에 건네진 돈을 정확하게 쫓아가서 사용처를 찾아내는 게 쉽지 않다”며 “검찰이 김용 부원장을 구속한 상황에서 현재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부분도 건네진 돈의 흐름을 찾아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