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후수뢰 활용해 정진상과 이재명 엮을 듯…천화동인 1호 실소유주 재주목도 같은 맥락
최근 서초동에서 가장 많이 거론되는 법리 고민 가운데 하나다. 검찰은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때에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하지만 정진상 더불어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이 김 부원장과 함께 접대와 금품을 받고, 2020년 경기도 정책보좌관 시절 남욱 변호사로부터 부동산 개발 사업 참여 청탁 대가로 수천만 원을 받은 혐의에 대해서는 뇌물죄를 적용해 수사를 진행 중이다. 공무원 여부도 중요한 이유지만, 윗선으로 수사가 올라갈수록 더 혐의가 무거운 뇌물을 적용해 범죄의 중차대함을 보여주려 하는 것이라는 풀이가 나오는 이유다.
#김용에게 '포괄일죄' 적용 여부 검토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부장검사 강백신)는 11월 8일 수사 기간이 만료되는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에 대해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기소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다. 김 부원장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공모해 2021년 4월부터 8월 사이, 대선 준비 목적으로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로부터 정치자금 8억 4700만 원을 불법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구속영장이 발부된 이후, 김 부원장을 수차례 불러 조사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김 부원장을 상대로 대장동 사업 관계자들과의 관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인연 등을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이미 유동규 전 본부장, 남욱 변호사 등으로부터 구체적인 진술을 확보한 검찰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입증하는 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김 부원장은 여전히 ‘돈을 받은 적이 없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지만, 검찰은 오히려 김용 부원장이 8년 전인 2014년 유 전 본부장으로부터 전달받은 것으로 파악한 1억 원에 대해서도 불법 정치자금 수수로 보고 ‘포괄일죄(시기가 다르더라도 연속된 하나의 범죄로 보는 것)’를 적용할지 여부를 검토 중이다. 전체를 하나의 범죄로 본다면 공소시효 7년이 지난 2014년 자금 수수 부분도 기소가 가능하다.
검찰은 최근 공소장 작성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부원장의 구속만료는 11월 8일이다. 체포된 10월 19일부터 최장 20일 동안 구속수사가 가능한데, 형사소송법에 따라 영장심사 때 법원에 서류 및 증거물을 보내고 다시 돌려받을 때까지 걸린 하루가 구속기간에서 제외된다. 수사팀이 이를 윗선에 보고하고 승인받는 일정을 감안할 때 공소장 작성을 시작해야 하는 시점이 도래한 셈이다.
서울중앙지검 차장검사로 근무했던 변호사는 “중요한 사건은 대검과 서울중앙지검 수뇌부에서 보고와 지시를 통해 수사 혐의, 혐의를 입증할 수 있는 근거와 자료를 대략적으로 추린 뒤 공소장 작성을 시작한다”며 “수십 장, 많으면 100장이 넘어가는 게 공소장이기 때문에 이를 작성하고 부장-차장-지검장, 또 대검을 거치는 것은 짧아도 이틀은 걸리는 일정”이라고 설명했다.
#"수사팀이라면 뇌물로 입증하고 싶을 것"
반면 2014년부터 대장동 업자들로부터 금품과 향응을 받은 정진상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에 대해서는 뇌물 수수 혐의가 거론되고 있다. 당시 공무원 신분으로서 돈을 받았기 때문에 정치자금이 아닌, 뇌물 혐의를 적용하려는 것이다.
정치자금 수수와 뇌물은 양형이 다르다. 정치자금법 45조는 정치자금을 불법으로 기부하거나 기부 받은 사람에 대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5년 이하의 징역이기 때문에 핵심 인물이 아닌 경우 집행유예 형이 나오는 경우도 많다.
뇌물은 이보다 무겁다. 다만 뇌물은 금품이 오고 간 목적의 대가를 입증해야 한다. 공무원 또는 중재인이 직무 관련해 뇌물을 수수하거나, 요구 또는 약속할 때 성립한다. 뇌물죄의 기본적 구성요건이다. 형법 제133조는 ‘뇌물을 약속, 공여 또는 공여의 의사를 표시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수뢰액이 3000만 원 이상인 때에는 그 가액에 따라 가중처벌한다. 금품 수수자(공무원 등)가 1억 원 이상의 뇌물을 받았을 경우 10년 이상의 형 선고도 가능하다.
야권에서 뇌물죄를 문제 삼는 이유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한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뇌물죄는 양형이 높아 30년까지도 되는데, (유동규 전 본부장에 대해) 3~5년밖에 안 되는 정치자금법을 적용한 게 이상한 냄새가 난다”며 비판하기도 했다.
하지만 검찰은 뇌물죄 적용 가능 여부를 확인 중이다. 지난 2014년 김 부원장과 정 실장이 유동규 전 본부장으로부터 각각 5000만 원과 1억 원을 받았다. 이 시기, 남욱 변호사는 경기 남양주시 양정역세권 개발 사업 참여를 준비했다. 이에 검찰은 사업 편의를 위한 뇌물일 가능성도 열어 두고 현금 제공 및 술 접대를 했을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공소시효도 7년인 정치자금법 위반보다 더 긴 10년이기 때문에 정진상 실장은 뇌물, 김용 부원장은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각기 다른 혐의를 적용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익명의 검찰 관계자는 “정치자금법 위반의 경우 ‘대선을 앞두고 받았다’고 하면 되기 때문에 검찰 입장에서 입증도 쉽다”며 “반면 뇌물의 경우 특혜를 약속하고 오고 간 돈이기 때문에 특혜 약속과 오고 간 돈의 시기 등을 입증해야 하는 게 번거롭다. 게다가 혐의의 중차대함이 정치자금법과는 차원이 다르다. 수사팀이라면 정치자금법이 아니라 뇌물로 입증하고 싶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법조계에서는 사후수뢰를 활용하면 정진상 실장은 물론, 이재명 대표에게도 얼마든지 뇌물죄를 적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앞선 검찰 관계자는 “특혜를 주고, 이에 대한 대가로 뇌물을 특혜 발생 후 달라고 했다는 것을 입증할 수 있다면 뇌물죄 중 사후수뢰를 적용해 기소할 수 있다”며 “금품 공여자들로부터 돈을 건넨 것을 입증했으니 일단 정치자금법은 확실하게 기소할 수 있고, 더 나아가 특혜를 받은 것을 찾아내 입증하면 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검찰에 진술 시작한 남욱 변호사
게다가 검찰은 뇌물 혐의의 한 맥락에 천화동인 1호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검찰은 2021년 초 유 전 본부장이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에게 거액을 요구한 사실을 다시 확인 중이다. 김 부원장이 유 전 본부장에게 20억 원을 마련해달라고 요구한 시기와 맞물리기 때문이다. 대장동 천화동인 1호의 실소유자가 누구인지도 입증할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에 진술을 하기 시작한 남욱 변호사는 10월 2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이준철 부장판사)가 심리한 대장동 사건 1심 재판에서 대장동 수익에 이 대표 측 지분이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날 남 변호사는 정영학 회계사를 직접 신문하면서 2015년 2월 또는 4월에 “김만배 씨가 내게 ‘(사업 전체 지분 중) 25%만 받고 빠져라. 본인도 12.5%밖에 지분이 안 되고, 나머지는 이재명 시장 측 지분이다’라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정 회계사는 “전혀 기억이 없다”고 답했지만, 남욱 변호사와 함께 유 전 본부장 역시 앞선 재판에서 대장동 개발에서 민간사업자가 큰 이익을 얻도록 설계되는 과정의 최종 책임자로 이재명 대표를 지목한 바 있다.
유 전 본부장의 변호인은 앞서 10월 24일 열린 재판에서 정 회계사를 상대로 ‘대장동 개발사업 설계의 실질적 결정권자가 당시 성남시장이던 이 대표가 아니었느냐’고 집중적으로 추궁했고, 이와 함께 “대장동 개발사업에서 건설사를 배제하는 결정이 성남시청 또는 성남시장으로부터 지시가 내려온 것 아니냐. 성남시장이던 이재명 대표가 ‘공원화(제1공단 근린공원)만 하면 다른 것은 다 알아서 해. 마음대로 하라’고 했다는 것을 전해 듣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천화동인 1호의 실소유주가 누구인가를 놓고 그동안 검찰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지만, 10월부터 유 전 본부장과 남 변호사가 진술을 하기 시작한 만큼 실소유자가 누구인지 밝혀지지 않았던 천화동인 1호의 실소유주가 드러날 가능성이 있다. 앞선 검찰 관계자는 “천화동인 1호에 이재명 대표의 지분이 차명으로라도 들어가 있다는 게 입증이 되면, 이 사건은 정치자금법이 아니라 개발 특혜를 주고 대가로 금전적 이득을 받은 뇌물이 적용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