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인삼 브랜드 글로벌 경쟁력 강화 위해…칼 아이칸 사태와 달라”
FCP는 이상현 전 칼라일 한국지사장이 설립한 행동주의 투자사로 KT&G 지분 1%가량을 보유하고 있다. FCP 측은 KGC의 인적분할을 통한 분리 상장은 한국 인삼 브랜드의 글로벌 경쟁력을 더 높이기 위한 것으로 분리 상장으로 투명한 지배구조를 만들어야 회사와 주주들도 더욱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다고 설명한다. FCP의 주주제안은 이상현 FCP 대표가 KT&G 측에 면담 등을 요청해 수차례 전달됐지만 KT&G 측이 구체적 답변을 내놓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FCP 측은 홈페이지 및 유튜브 채널 등에 제안 내용을 공개했다.
이상현 FCP 대표는 “이번 기회에 거버넌스를 제대로 정비해 세계 5대 담배회사 KT&G에 걸맞은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면 주가는 현재의 2배, 향후 5배까지도 오를 수 있다”며 “다른 KT&G 주주들과 권리행사 등 다양한 협의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안다자산운용도 지난 2일 KGC의 인적분할 상장을 제안하는 공개 주주서한을 KT&G에 발송했다. 안다자산운용은 “KT&G의 주가 수준은 2007년과 유사한 수준으로 인플레이션을 고려하면 2007년보다 약 30% 하락한 상황”이라며 “이번 제안은 이런 만성적인 저평가를 타개하기 위한 것”이라고 전했다.
안다자산운용은 “KT&의 담배사업 부문 가치는 약 5조 5000억 원인데 현금성 자산을 고려하면 현재 KT&G의 시가총액에는 KGC의 지분가치가 전혀 반영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KT&G의 인삼사업 부문을 인적 분할해 KGC를 분할 상장하고 KGC 인삼 제품의 이미지를 리브랜딩 하면 젊은 소비자뿐 아니라 해외시장으로 외연을 크게 확장할 수 있다”며 “특히 글로벌 시장 규모가 약 70조에 달하는 에너지드링크 시장에 진출한다면 KGC 단독으로 2027년까지 매출 5조 원, 기업가치 18조 원 수준의 회사로 충분히 성장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KT&G는 2006년 칼 아이칸 사태 이후 약 16년 만에 처음 사모펀드의 공세를 받게 됐다. 당시 칼 아이칸은 KT&G 지분 6.59%를 확보해 KT&G를 압박하며 담배와 인삼부문 분리 및 인삼사업 부문 확대, 배당금 증액, 자사주 매입 등을 요구했다. KT&G는 일부 제안을 수용했고 이후 칼 아이칸은 1년 만에 700만 주 가까이를 팔아치워 1500억 원이라는 막대한 차익을 챙겼다.
하지만 그때와 상황이 다르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얘기다. FCP와 안다자산운용은 ‘착한 주주행동주의’를 앞세우고 있고 기업가치 올리기가 목표라는 것이다. 김규식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KT&G가 성장하고 주가가 오르는데 이보다 더 좋은 게 있겠나”라며 잇단 주주 제안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심혜섭 변호사(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언론홍보분과부위원장)도 “KT&G는 공기업에서 민영화된 대표적 기업으로 지배주주가 없기에 모범적인 거버넌스를 보여줄 여지가 더 높은데도 담배와 인삼을 한꺼번에 하고 있어 복합기업 디스카운트를 받고 있고, 이는 주주가치 훼손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잇단 주주제안은) 의미 있는 주주들의 요구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심 변호사는 또 “FCP에 이어 안다자산운용도 같은 요구를 한 것은 미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울프백 전략을 떠올리게 한다”며 “특정 행동주의 펀드가 캠페인 중인 기업에 또 합류해 협상력과 압박의 강도를 높이는 것”이라고 전했다. 행동주의펀드는 주식 매수를 통해 특정 기업의 주요 주주로 등재된 후 경영에 적극적으로 관여함으로써 기업 및 보유 주식 가치 상승을 추구하는 전략을 구사하는 헤지펀드를 말한다. 우리나라에서는 행동주의 펀드의 규모나 숫자, 업력이 작아 그동안 이런 전략을 흔히 볼 수 없는데 이번에 그런 시도가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KT&G가 실제 주주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인삼공사를 분할할지는 미지수다. FCP와 안다자산운용이 보유한 KT&G 지분은 1% 미만이며 국민연금이 7.55%, IBK기업은행 6.93%, 그 외 외국인 지분이 42.8%이다. 한 투자전문가는 “현재 상황에선 행동주의 FI(재무적 투자자) 간의 연합이 중요한데 지분율이 5%가 넘는 FI는 퍼스트 이글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뿐이라 다 합쳐도 수싸움에서 불리하다”고 분석했다. 또 “백복인 KT&G 사장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좋은 실적을 내왔고 오히려 배당률을 끌어 올리고 자기주식 취득을 확대해 주주환원을 강화해왔기 때문에 경영진 흠집 내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KT&G 관계자는 “주주들의 의견 제시 내용을 검토 중”이라며 “법률적 검토를 위해 김앤장 법률사무소에 자문을 받았다”고 밝혔다.
김정아 기자 ja.ki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