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소 배경에 프로모터 지목…“올스타 아닌 구단 초청했다면”
KBO리그 선수들이 나서는 '팀 코리아'는 이강철 KT 위즈 감독을 필두로 한 7명의 코칭스태프, 28명의 선수 명단까지 구성이 완료된 상황, 경기를 2주 앞두고 취소가 발표됐다. KBO는 취소가 공식 발표된 10월 29일 "당혹스럽다"며 "팬들에게 혼란을 끼쳐 유감스럽다"는 입장을 내놨다.
갑작스런 취소 사태의 배경으로는 '프로모터'가 지목됐다. MLB 측은 "이벤트 프로모터와 계약 이행 이슈 등 현실적인 문제가 생겼다"는 입장을 내놨다. 경기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중간 가교 역할에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후원사가 발을 빼며 일어난 사태'라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관련기사 '[단독] 티켓 안 팔려 발 뺐나…‘MLB 월드투어 파행’ 새로운 속살').
결국 화살은 MLB 측에서도 언급한 프로모터로 쏠릴 수밖에 없다. 이번 월드투어의 후원사 중 일부는 이미 후원금을 프로모터 측에 지급했다. 중계권료를 가진 방송사도 거액의 중계권료를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취소 사태 이후 후폭풍은 거세다. 한 야구계 관계자는 "일부 후원사들은 이벤트가 취소됐음에도 후원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상황인 것으로 알고 있다. '월드투어 공식 프로모터'라고 홍보하던 업체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말을 전했다.
피해를 입은 쪽은 후원사뿐 아니다. 이번 월드투어는 오는 2023년 3월 막을 올리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의 전초전격으로 간주됐다. 국가대표에 준하는 라인업으로 '팀 코리아'를 구성했고 지휘봉 역시 WBC 대표팀 사령탑인 이강철 감독이 잡았다. 이강철 감독으로선 국가대표 후보군에 오른 선수들을 근거리에서 지켜볼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
일부 선수들은 시즌이 끝났지만 월드투어 경기를 위해 실전 훈련을 지속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에서는 "이 시기에 그렇게 훈련을 하는 것은 선수들의 루틴을 해치는 일이다. 갑작스레 경기가 취소돼 황당하다. 선수들의 컨디션 저하는 누가 책임지나"라는 목소리가 전해졌다.
또 '조선의 4번 타자' 이대호의 마지막 경기를 기대했던 팬들에게도 실망감이 적지 않을 듯하다. 2022시즌을 앞두고 은퇴를 예고한 이대호는 한 시즌간 은퇴 투어를 돌며 화려한 은퇴 시즌을 보냈다. 정규시즌 최종일, 부산 사직구장 마지막 홈경기에서 성대한 은퇴식까지 치렀다.
하지만 '선수 이대호'로서 최종 경기가 남아 있었다. MLB 월드투어였다. 이번 투어는 사직구장에서 영남권 연합팀인 '팀 KBO'가 경기를 치른 이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국가대표격인 '팀 코리아'가 MLB 선수들과 겨룰 예정이었다. 이대호는 친정팀 롯데의 홈 구장 타석에 다시 한 번 설 기회를 얻었지만 갑작스런 경기 취소로 기회는 무산됐다.
스포츠마케팅 업계에선 이번 월드투어를 두고 '경기 기획이 아쉽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MLB 측 선수단이 유동적인 올스타팀보다 한국 선수가 뛰고 있는 팀이나 국내 인기 구단과 경기를 추진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이번 월드투어는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리는 경기의 티켓 가격이 최저 6만 원에서 39만 원까지 분포했다. 팬들 사이에서는 '비싼 것이 아니냐'는 평가가 나왔다. 또 '깜짝 놀랄 만한 선수들이 방한할 것'이라는 MLB 측의 예고와 달리 MVP급 선수들의 참가는 없었다. 자연스레 행사에 대한 호응이 많지 않았고 이것이 경기 취소에 영향이 있었다는 후문이 이어졌다.
앞의 관계자는 "종목은 다르지만 지난 여름 토트넘과 세비야의 방한을 참고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커머스 업체 쿠팡이 운영하는 OTT 서비스 쿠팡플레이는 지난 7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소속 토트넘 핫스퍼와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소속 세비야를 초청해 경기를 진행했다.
토트넘과 K리그 올스타 격인 '팀 K리그'의 경기, 토트넘과 세비야의 맞대결까지 2경기 모두 입장권이 매진됐다. 이번 MLB 월드투어와 입장권 가격에서 큰 차이가 없었다. 별도 중계권 판매 없어 쿠팡플레이에서만 시청이 가능했다. 후원사도 최소화해 중간 광고가 없었지만 쿠팡플레이 측에선 쿠팡플레이 가입자 증가 등 성과에 만족감을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MLB의 해외 투어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9년 일본 도쿄돔에서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와 시애틀 매리너스가 MLB 정규시즌 개막전을 치른 바 있다. 이와 유사한 형태의 월드투어였다면 취소 사태까지는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지난 여름 토트넘 등의 방한 효과로 고무된 축구계는 벌써 2023년 여름을 위해 분주하다. 쿠팡플레이가 재차 유럽 명문 구단들의 초청을 구상하고 있으며 이들 외에도 다양한 경로로 초청 경기가 추진되고 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