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부터 두산 13회, 삼성 11회, SSG 9회 KS 진출
준플레이오프(준PO) 도입과 함께 현행 포스트시즌 제도가 정착한 1989년 이후 두 팀이 동시에 가을야구를 하지 못한 시즌은 1994년과 1996년밖에 없다. 1994년은 삼성이 5위, OB(현 두산)가 7위에 그쳤고 1996년엔 삼성이 6위, OB가 8위에 머물렀다. 그러나 짧은 암흑기가 끝난 뒤엔 나란히 가을잔치 단골손님으로 군림했다. 삼성은 1997~2008년 12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올라 역대 최장 기록을 세웠고, 두산은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7년 연속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는 역사를 썼다.
이뿐 아니다. 삼성과 두산은 SSG 랜더스(전 SK 와이번스)와 함께 21세기 3대 최강팀으로 꼽힌다. 21세기의 출발점인 2000년부터 올해까지 23년간 삼성 두산 SSG 중 한 팀은 반드시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았다. 두산이 13회, 삼성이 11회, SSG가 9회다. 그 중 삼성이 7번 우승했고, 두산과 SSG가 4번씩 우승컵을 가져갔다. 삼성과 두산이 가을야구에서 사라진 올해는 정규시즌 우승팀 SSG가 유일하게 한국시리즈에 올라 5번째 우승을 노리고 있다.
#두산, 삼성 꺾고 두 차례 '업셋 우승'
삼성과 두산은 그동안 총 다섯 차례나 한국시리즈에서 우승을 다퉜다. 역대 한국시리즈 최다 매치업이다. 1982년 프로야구 최초의 한국시리즈에서 맞대결한 뒤 21세기 들어 네 번(2001년, 2005년, 2013년, 2015년) 더 우승 대결 상대로 만났다. 두산이 세 번, 삼성이 두 번을 각각 이겨 팽팽하게 맞서 있는데 2000년 이후 성적만으로는 2승 2패로 팽팽하다.
두 팀의 21세기 첫 한국시리즈 대결은 2001년이었다. 정규시즌을 3위로 마쳤던 두산은 준플레이오프부터 포스트시즌을 시작한 뒤 한국시리즈까지 올라 정규시즌 1위 팀 삼성을 만났다.
대구에서 열린 1차전을 먼저 내줬지만 2차전을 승리로 이끌면서 다시 기운을 끌어 올렸고, 잠실에서 이어진 3차전과 4차전에서는 각각 11-9와 18-11의 스코어로 끝난 '역대급' 타격전을 승리로 이끌면서 승기를 쥐었다. 두산은 5차전에서 다시 뭇매를 맞고 4-14로 대패해 한 발 물러나는 듯했지만 6차전에서 6-5로 이겨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당시 삼성 지휘봉을 잡고 있던 김응용 감독에게는 첫 한국시리즈 패배의 기억으로 남았다.
두산은 2015년에도 삼성과 한국시리즈에서 다시 만나 4승 1패로 완승했다. 공교롭게도 그해 우승 역시 정규시즌을 3위로 마친 뒤 일궈낸 '업셋 우승'이었다. 당시 삼성은 2011년부터 4년 연속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를 모두 제패한 뒤 2015년 정규시즌까지 우승해 사상 첫 5년 연속 통합 우승의 금자탑에 도전하고 있었다. 그러나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팀 내 주축 투수들이 해외 원정 도박 사건에 연루되면서 17승 에이스와 홀드왕, 세이브왕 없이 한국시리즈를 치러야 하는 악재를 맞았다.
결국 두산은 그 빈틈을 놓치지 않고 흔들리던 삼성을 무너뜨렸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부임 첫 해를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출발했고, 류중일 삼성 감독은 부임 5년 만에 처음으로 통합 우승에 실패했다.
#삼성, 4승 무패와 4승 3패 사이
반면 2005년 한국시리즈에서는 정규시즌을 1위로 마친 삼성이 두산에 1승도 내주지 않고 완벽하게 제압했다. 고려대 선후배 사이인 김경문 감독과 선동열 감독이 각각 두산과 삼성 지휘봉을 잡고 두 팀의 더그아웃을 지킨 시즌이다.
삼성은 홈에서 열린 첫 판을 5-2로 잡은 뒤 2차전에선 팽팽한 연장 12회 승부를 펼쳤다. 결국 12회말 끝내기 점수를 뽑아 3-2로 이겼다. 당시 신인이던 마무리 투수 오승환이 구원승으로 한국시리즈 첫 승리를 따냈다.
한 번 시리즈의 흐름을 가져오자 3차전과 4차전은 수월했다. 3차전은 양준혁과 진갑용의 홈런이 터져 6-0으로 이겼고, 4차전은 박한이의 홈런을 포함해 10점을 뽑아 10-1로 대승했다. 오승환은 3경기에서 1승 1세이브, 평균자책점 '0'을 기록해 한국시리즈 MVP가 됐다. 7이닝 동안 탈삼진 11개를 잡아내는 압도적인 투구로 1994년의 김용수(LG 트윈스) 이후 10년간 나오지 않았던 구원투수 MVP로 등극했다. 한 팀의 한국시리 4승 무패 우승도 그해의 LG 이후 11년 만이었다.
하지만 그 후 8년 만에 두 팀이 다시 만난 2013년 한국시리즈는 최종 7차전까지 이어지는 혈전이었다. 김진욱 감독이 지휘하던 두산은 대구에서 열린 1차전과 2차전을 모두 잡고 또 한 번 '업셋 우승'의 꿈을 꿨다. 특히 2차전에선 1-1로 맞선 연장 13회에 당대 최고의 마무리 투수 오승환을 무너뜨리고 5-1 승리를 따냈다. 두산은 3차전을 2-3으로 패해 삼성에 1승을 내줬지만, 4차전에서 다시 2-1로 한 점 차 승리를 거둬 먼저 3승을 따냈다. 시리즈의 추가 두산 쪽으로 기우는 듯했다.
통합 우승에 도전하던 삼성은 그대로 물러서지 않았다. 5차전에서 에이스 릭 벤덴헐크를 불펜으로 투입하는 초강수를 두면서 7-5로 승리했다 승리 투수가 밴덴헐크, 세이브 투수가 오승환이었다. 다시 대구로 돌아간 6차전에서도 두산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를 무너뜨리고 6-2로 이겨 끝내 시리즈를 원점으로 돌렸다. 최종 7차전은 더 짜릿했다. 5회까지 2-2로 팽팽하게 맞섰지만, 6회 한꺼번에 5점을 뽑아 7-3 승리를 일궜다. 삼성은 통합 3연패를 달성했고, 두산은 3승 1패 후 3연패로 다 잡았던 우승을 놓쳤다. 김진욱 감독은 결국 한국시리즈 종료 후 두산 사령탑에서 물러났다.
#2년 연속 맞대결한 SK와 두산
SK는 두 팀의 21세기 최강팀 대결에 뛰어든 후발주자다. 특히 김성근 감독이 이끌던 2000년대 후반, 두산과 신흥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면서 야구계에 새로운 재미를 안겼다. SK와 두산이 2007년과 2008년 한국시리즈에서 2년 연속 맞붙었을 정도다.
두산은 2007년 인천 원정에서 열린 1차전과 2차전을 모두 승리로 이끌면서 의기양양하게 홈으로 돌아왔다. 1차전에서는 당시 최고 외국인 투수였던 다니엘 리오스가 공 99개로 역대 한국시리즈 최소 투구수 완봉승을 거뒀고, 2차전에서는 또 다른 외국인 투수 맷 랜들이 호투해 솔로홈런 세 방을 친 SK를 꺾었다.
그러나 정작 잠실 홈으로 돌아온 뒤 경기가 꼬이기 시작했다. 3차전에서 간판타자 김동주가 얽힌 벤치클리어링까지 벌어지면서 1-9로 대패한 게 화근이었다. 4차전에서는 에이스 리오스를 3일 휴식 후 등판시키는 강수를 뒀지만, SK가 깜짝 카드로 내민 신인 김광현에게 꼼짝없이 당했다. SK 신인 김광현은 6회 1사까지 노히트 행진을 이어가면서 7⅓이닝 9탈삼진 무실점으로 경기를 마쳤다. 새로운 에이스의 완벽한 쇼케이스였다. 기세를 빼앗긴 두산은 이후 5차전과 6차전도 허무하게 내줬다. 6차전에서 홈런을 터트린 SK 김재현이 한국시리즈 MVP에 올랐다.
2008년 두산과 다시 만난 SK는 더 강한 팀이 돼 있었다. 역시 홈에서 열린 1차전을 두산에 먼저 내줬지만 이후 2~5차전을 내리 승리로 이끌면서 한국시리즈 2연패에 성공했다. 1년 새 SK 에이스로 자리를 굳힌 김광현이 마지막 5차전에서 무실점 투구로 우승을 확정했고, 3차전에서 결정적인 홈런을 터트린 최정이 한국시리즈 MVP로 뽑혀 새로운 간판타자의 탄생을 알렸다.
#3년 연속 격돌한 삼성과 SK
두산을 두 차례 꺾은 SK는 2010년 한국시리즈에서 처음으로 삼성을 만났다. 삼성은 플레이오프에서 두산과 5차전까지 치른 데다 역대 최초로 전 경기가 1점 차로 끝나는 혈투를 펼친 뒤였다. 두산을 상대로 체력과 열정을 모두 쏟아 부은 삼성은 3주 동안 충분한 휴식을 취하며 기다린 SK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인천에서 열린 1차전과 2차전은 물론이고, 대구에서 열린 3·4차전 역시 이틀 연속 4-2라는 똑같은 스코어로 이겼다. SK는 에이스 김광현을 마지막에 올려 우승을 마무리 짓게 했다. 김성근 SK 감독은 또 한 번 우승 사령탑이 됐고, 전의를 잃은 채 '4패'의 성적표를 받아 든 선동열 삼성 감독은 팀을 한국시리즈로 이끌고도 그해 말 지휘봉을 내려놓아야 했다.
이듬해 한국시리즈 역시 SK와 삼성의 리턴 매치. 하지만 상황은 1년 전과 완전히 달랐다. 역대 한국시리즈 리턴 매치 가운데 유일하게 양 팀 사령탑이 모두 교체된 후 만났다. 삼성에 처음 부임한 류중일 감독과 시즌 도중 SK 지휘봉을 넘겨 받은 이만수 감독의 대결이었다.
결과 역시 정확히 반대였다. 삼성은 오승환이라는 역대 최고 마무리 투수를 앞세워 1차전과 2차전 모두 2점씩만 뽑고도 승리를 가져갔다. SK는 3차전에서 박재상과 최동수의 솔로 홈런 두 방 덕에 2-1로 승리하면서 만회를 노렸지만, 4차전에서 다시 패해 고개를 숙였다. 삼성은 5차전에서도 '지키는 야구'의 정수를 보여주면서 1-0으로 이겼다. 리턴 매치에서 전년도 패전 팀이 승리한 최초의 사례였다.
삼성과 SK는 이듬해까지 3년 연속 한국시리즈에서 맞붙으면서 역대 최초의 역사를 하나 더 썼다. 또 대구 1·2차전을 삼성이 잡고 인천 3·4차전을 SK가 가져가면서 2승 2패로 팽팽히 맞섰다. 한 팀이 일방적으로 흐름을 주도했던 지난 두 시즌과 달랐다.
그러나 중립구장 잠실에서 열린 5차전과 6차전은 모두 삼성의 승리로 끝났다. 5차전에서는 선발 윤성환과 마무리 투수 오승환이 2-1 승리를 합작했고, 6차전에서는 박석민이 결승 홈런을 때려내 수월하게 우승을 확정했다. 류중일 감독은 부임과 동시에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을 일궜고, 이만수 감독은 삼성 시절 후배였던 류 감독에게 2년 연속 왕좌를 내줬다.
배영은 중앙일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