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조사 다니며 기름 회수 장비 수요 확인 후 피벗…대형 장비와 견주어도 부럽지 않은 유회수량 자랑
쉐코는 현재 전국의 12대 방제선에 AI(인공지능) 카메라를 달아 기름 유출 사고 데이터를 수집 중이다. 지금은 방제선과 함께 다니지만 앞으로는 유출 사고가 났을 때 항만에 대기하던 쉐코 아크가 사고가 난 곳까지 자율주행해서 기름을 회수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쉐코 아크 만들게 된 계기
권기성 쉐코 대표가 처음 해양 사고에 관심을 갖게 된 건 2013년 무렵이었다. 당시 인천대에서 무역학을 공부하다가 한 강의에서 해양 기름유출 사고 보험금이 천문학적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해양 사고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관심이 창업으로 이어진 건 2017년 창업 동아리에서 한상훈 쉐코 최고기술경영자(CTO)를 만나면서부터였다. 한상훈 CTO는 당시 이미 기름 회수 장비 특허를 갖고 있었다. 아이템 회의 당시 한상훈 CTO가 기름 유출 얘기를 먼저 꺼냈다. 권 대표도 수업 시간에 배운 기억을 떠올리면서 둘은 의기투합했다.
당시에는 초동 대처를 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사고 난 선박에서 기름이 퍼져나가지 않도록 막아주는 자동 오일펜스 전개 장치를 구상했다. 설계도면을 들고 2년간 전국 방방곡곡으로 시장조사를 다녔다. 권기성 대표는 “업계 관계자들과 면식이 없었기 때문에 세미나 같은 곳에 가서 한 명씩 붙잡고 다른 사람도 소개해달라고 졸라야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수요가 없다는 사실만 알게 됐다. 선박에 설치하려면 선주들이 비용을 부담해야 했기 때문이다.
조사를 하며 오히려 기름의 회수가 까다롭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기존에도 기름을 회수해주는 장비가 있긴 했지만 모두 1만l 이상의 대형사고를 타깃으로 한 데다 조립식이라 불편했다. 실질적으로 해양 사고의 90% 이상이 1000l 미만의 소형 선박이나 어선에서 발생했다. 유조선이 아니니 기름의 점도도 낮았다. 수작업으로 처리할 수밖에 없었다. 유흡착포를 던져서 기름을 흡수하게 만든 후 끌개로 끌어내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지독한 기름 냄새와 낙상 위험 등을 고려하면 사람이 하는 방제작업은 말그대로 '3D'였다. 중대재해 가능성도 적지 않다. 자동화할 수 있는 로봇에 대한 수요가 적지 않았다. 기름 유출 사고가 날 경우 해양경찰청과 해양환경공단 등 공공기관에서 대처하기 때문에 선주 개인이 비용 부담을 질 필요도 없다고 판단했다. 두 사람이 피벗팅(방향전환)을 거듭해 쉐코 아크를 발명하게 된 배경이다.
#우여곡절 끝에 인정받은 꾸준함
2018년 말부터 시제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2019년 법인으로 전환을 했다. 고군분투의 연속이었다. 올해 10월까지 고객사를 위한 커스터마이징 제품을 포함한 시제품만 16개가 나왔다. 권기성 대표는 “선행 제품이 있으면 참고를 할 텐데 처음부터 우리가 다 만들어야 했기 때문에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실제 유수 분리를 가능케 하는 적합한 크기의 필터를 찾는 데만도 상당한 시일이 소요됐다. 현장과 소통하며 의견을 반영했다. 세척하기 간편한 반영구 필터로 바꾸고 염분과 부식에 강한 재질을 찾아 일체형 제품으로 만들었다. 동력과 모터가 필요치 않은 물리적인 방법으로 필터링이 이루어지는 덕분에 A/S 문제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 점은 장점으로 꼽힌다.
대학생 두 명이 갓 시작한 사업이다 보니 우여곡절도 많았다. 규제가 있는지도 모르고 시제품만 거듭 만들었던 것. 천만다행으로 2020년 한 대회에서 쉐코 아크의 잠재력을 알아 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먼저 규제 샌드박스를 신청할 의향이 있는지 묻는 연락이 왔다. 현행 해양환경관리법상 해양오염방제업은 20톤(t) 이상의 유조선이나 100t 이상의 방제선 1척 등에 별도의 유회수기 등 장비를 갖춰야 해, 로봇을 통한 해양방제가 가능한지 불분명했기 때문이다.
권기성 대표는 “해양수산부와 해양경찰청이 만장일치로 동의해서 2020년 12월 22일부터 바다에서 실증을 진행 중이다. 그런데 용역사업을 하려고 했더니 이번엔 인증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소형 기름 유출 사고에 대비해 세계 최초로 제작한 방제 로봇이다 보니 기준이 전무했다. 처음부터 새로 만들어야 했다. 현재 쉐코는 한국조선해양기자재연구원 등 8개 공공기관과 협력해 해양 방제 로봇의 표준이 될 인증과 가이드라인을 구축하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 해양방제 로봇을 해양오염방제업에 투입할 수 있게끔 법령 개정도 준비 중이다.
2020년에는 SK이노베이션 측에서 5억 원을 투자하기도 했다. 꾸준함을 인정받은 덕분이었다. 권기성 대표는 “1년 차 때부터 3년 연속 대회에서 만났다. 처음에는 저희 제품이 쓸 만하지 않아 관심을 보이지 않았는데 꾸준히 발전시켜서 등장했더니 나중에는 눈여겨 봐주시더라. 이후로도 두세 번 정도 더 투자를 받았다”고 말했다.
현재는 해양경찰청, 해양환경공단, 인천항만공사 등 공공기관과 협업해 실증을 진행 중이다. 시제품 판매도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정유업계나 자동차업계, 중공업계에서도 꾸준히 러브콜이 들어오고 있다. 권기성 대표는 “해군에서도 검토하고 있고 이름만 들으면 아는 대기업들도 저희가 커스터마이징해드린 제품을 전 공장으로 확대해 사용한다는 방침이다. 연말에 양산품이 나오면 내년에 30억 원 정도는 매출을 올릴 수 있을 전망이다”라고 말했다.
쉐코의 비전은 인류의 미래 세대까지 청정한 환경을 공유하기 위한 환경 개선 모빌리티 개발이다. 앞으로는 오염물 발생 가능성이 있는 국내 3만 4개000 해수역에 방제 로봇을 설치해 기름, 녹조, 분진, 슬러지 등 다양한 오염물 처리를 자동화하는 것이 권기성 대표의 목표다.
해양강국인 네덜란드나 노르웨이에도 쉐코 아크와 비슷한 로봇은 아직 없다. 국내 인증을 마치면 이를 토대로 글로벌 인증까지 마무리해 해외로 수출할 방침이다. 권기성 대표는 “저수지 녹조까지 포함하면 국내 수질 정화 시장 규모는 2조 원 규모로 추산된다. 글로벌 시장으로 가면 69조 원이다. 현재 유럽, 미국, 두바이를 비롯해 아시아에서는 일본, 싱가포르, 인도네시아까지 수출하겠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권기성 대표는 “이제는 매장에서 키오스크가 대세가 됐고 주문 받아서 가져다주는 서빙로봇까지 만들어졌다. 3D 작업도 마찬가지로 5~10년만 지나면 로봇의 영역이 되리라고 본다. 그걸 위해 먼저 달려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