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도둑 막는 쉐어플러그로 특례승인…WNP시스템의 확장가능성은 ‘무궁무진’
#전기도둑 막으려다가 공공 충전 인프라 구축까지
1983년생 정재웅 레인써클 대표가 창업을 하게 된 계기는 도전(전기 도둑질) 민원이었다. IT 개발 엔지니어인 정 대표가 2017년 건물관리 용역업체의 총무부장으로 일하던 무렵 ‘전기 도둑을 막아달라’는 아파트 민원 전화를 수시로 받게 된 것. 정 대표는 “당시 슬슬 전기차나 전기 자전거 등이 태동하던 시기였다. 다들 공공재처럼 알음알음 사용하고 있었지만 그쯤부터는 전력량 규모가 달라지면서 전국 아파트 단지에 민원이 빗발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다른 사람들이 전기를 맘대로 쓰면 건물주가 그만큼 돈을 내야 했다. 전기를 도둑질하는 사람들이 비용을 치르는 게 옳다고 생각했다. 2017년 말에 쉐어플러그 개발에 착수했다. 특이한 점은 전력량에 따른 과금이 아니라 시간제 과금 시스템을 설계한 부분이었다. 정재웅 대표는 “장소에 대한 가치를 반영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예컨대 강남처럼 부동산 가치가 높은 곳에서 누군가 오랜 시간 충전 장소를 독점하면 빌려주는 사람이 손해라고 느낄 것 같았다”라고 말했다.
제품 개발이 궤도에 오를 때쯤 변호사를 만나 자문을 구했다. 변호사는 쉐어플러그가 규제의 사각지대에 있는 ‘그레이 존’이라고 했다. 긴가민가한 마음이 들었다. 마침 2020년 초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규제 샌드박스 공모가 올라왔다. 규제 신속확인을 통해 규제 관련 이슈가 있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신청했더니 뜻밖에 규제에 걸린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전기차에 전기를 공급하고 돈을 받으려면 전력량계(계량기) 기능을 지닌 콘센트 제품만 이용할 수 있었다. 시간 단위로 과금하는 콘센트로는 사업자 등록이 불가능했다.
정재웅 대표는 “시간제 과금은 포기할 수 없었다. 계량기가 들어가면 한국전력공사에 계량한 데이터를 우선 보낸 다음 금액이 산정되기 때문에 통신 기능이 무조건 붙게 되어 시스템 유지비가 발생하기 때문에 제품 가격이 비싸진다”고 말했다. 사업성이 사라진다는 뜻이었다. 규제 샌드박스 신청을 결심한 이유다.
그 후로는 끝없는 미팅의 연속이었다. 정재웅 대표는 “전동 킥보드나 전기 자전거 충전 등에 대한 마땅한 솔루션이 없는 부분을 타기팅했다. 부처 측에서도 개별 건물주에게 전기를 팔 수 있게 해서 공공을 위한 충전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윈윈’이 된다는 점에 공감했다”고 말했다.
레인써클은 지난해 5월 31일 산업통상자원부의 규제특례심의위원회 승인을 받았다. 규제 신속확인을 신청한 후 샌드박스 실증특례 승인이 나오기까지 무려 1년 2개월이 걸린 후에 이뤄낸 쾌거였다. 그러나 기업이 전기판매를 상업화해서 영리를 추구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는 세심한 제어장치가 필요했다.
결국 현재 쉐어플러그 서비스는 건물주가 자기 주소지에서만 전기를 팔 수 있도록 개발을 했다. 전기 판매 가격은 한전에서 제공받는 금액의 150% 이하로 제한했다. 레인써클이 받는 최대 수수료도 10% 수준으로 개발했다. 정재웅 대표는 “예컨대 본업이 따로 있는 아파트 관리단, 카페나 편의점에서 전기 자전거 등을 충전할 수 있게끔 부수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로 개발한 셈”이라고 말했다.
#WNP시스템 활용 가능성 무궁무진
특례승인을 받았다고 곧바로 제품의 출시로 이어진 것은 아니다. 전기용품안전인증(KC) 승인을 받는 것이 규제 샌드박스 특례승인 조건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정재웅 대표는 “일반적인 인증보다 난이도가 있어 심사가 길어지고 있다. 내년 초부터는 출시가 가능할 전망이다”라고 말했다.
판로는 확보해놓은 상태다. 건물관리를 담당하는 국내 용역회사들을 통해 출시 직후 판매가 가능하도록 이미 조율이 이뤄졌다. 정재웅 대표는 “실제로 코로나 기간에 엘리베이터 살균기를 만들어서 판 적이 있었는데 당시 뚫어놓은 판로가 톡톡히 도움이 되고 있다. 홍보가 이뤄지고 있고 여러 아파트 단지에서 벌써 문의가 들어오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제품 경쟁력은 자신 있다. 쉐어플러그는 드라이버와 나사만 있으면 콘센트에 연결할 수 있게 만들었다. 정재웅 대표는 “전기가 저렴한 만큼 도둑맞는 금액도 크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에 설치비용이 많이 들거나 제품 가격이 비싼 상황만큼은 방지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쉐어플러그 한 대의 도매가격도 5만 원대 중반으로 잡았다. A/S건이 발생해도 폐기하고 새로 제공받거나 다시 구매하면 되기 때문에 유지비가 들지 않는 게 특징이다.
국내 사업이 궤도에 오르면 해외에서도 쉐어플러그를 판매할 계획이다. 특히 오토바이가 자가용보다 많지만 전기 오토바이 충전 인프라는 마땅치 않은 동남아 쪽이 매력적인 시장이다. 정재웅 대표는 “동남아 같은 경우 통신이 느린 경향이 있어 카드 결제 없이 바로 휴대폰을 통한 간편 결제로 넘어가는 추세다. 이런 상황에 통신 기능이 필요없고 통신비가 들지 않아 저렴한 쉐어플러그는 최적의 솔루션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WNP 결제 시스템의 확장 가능성 역시 무궁무진하다는 게 정재웅 대표의 판단이다. 통신비가 따로 들지 않는 저렴한 결제시스템인 만큼 자판기나 빨래방, 오락실 등 소액 결제가 필요한 모든 장치에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 대표는 “소액일수록 수수료나 연회비 문제로 카드 결제기를 붙이기 쉽지 않기 때문에 저희 솔루션이 해답이 될 수 있다”며 “시장은 무궁무진하다. 궁극적으로는 다양한 결제 사업자들을 위해 부가서비스를 만들어 어디서든 전자 결제가 통용되도록 만드는 게 저희 목표”라고 말했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