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부동산 고점 선언으로 유명세…“2008년보다 상황 안 좋아 정교한 정부 대응 필요”
최근 부동산 시세 꺾임이 심상치 않다. 미국발 금리 인상이 전방위적으로 큰 충격을 주면서 한국 부동산도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는 상황이다. 2022년 연초 0.5% 수준이었던 미국 기준금리는 소위 자이언트 스텝이라고 불리는 0.75%포인트(p) 인상을 네 번 연속하면서 2008년 초 이후 가장 높은 3.75~4.00% 수준으로 올랐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인해 부동산 투자자, 실소유자가 내야 하는 이자 부담이 약 2배 이상 오른 상황이다. 연초 3~4%대였던 전세대출 금리도 6% 이상으로 치솟은 상황이다. 11월 단행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의 금리 인상이 반영된다면 연말에는 전세대출 금리가 7% 이상이 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부동산 실소유자, 다주택 투자자 할 것 없이 고민이 많은 이때 미국 하버드대 박사 출신으로 ‘하박’으로도 불리는 김경민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가 주목 받고 있다. 김경민 교수는 지난해 말 부동산 상승장이 한창일 때 “부동산 조정이 온다”, “지금은 100% 버블이다” 등의 과감한 예측을 했고, 현재까지 정확하게 맞고 있다. 일요신문은 13일 김 교수가 최근 출판한 ‘부동산 트렌드 2023’ 집필 작업을 했던 서울 을지로 한 공간에서 만나 앞으로의 부동산 시장 전망을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지난해 출간한 ‘부동산 트렌드 2022’를 통해 가격 하락을 맞혔다는 얘기가 많다. 어느 정도 적중했다고 생각하나.
“기준금리가 상승하면 가격 하락이 올 것이라고 했다. 이런 말은 여러 모형을 참고해서 나온 결과다. 단순 기준금리로 영향 받는 게 아니라 다른 변수도 작용해서 복합적으로 결과를 도출한다. 그때 대략 올해 서울 집값이 13~20% 정도 하락한다고 예측했다. 현재 3000세대 이상, 최소 1000세대 이상 아파트 세대를 봤을 때 고점 대비 신저가 거래를 보면 평균적으로 약 20% 정도 하락했다. 현재까지는 예측대로 가고 있다고 본다.”
―일부 신저가 아파트의 경우 증여 혹은 비정상적 거래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일부 그런 사례가 있는 건 사실이다. 한 예로 강남에 약 30억 원까지 올랐던 아파트가 최근 16억 원에 거래된 경우가 있다. 이건 3년 전에 미리 16억 원으로 계약했고 이번에 체결돼 반영된 것이다. 다만 모든 경우가 그런 건 아니다. 3000세대 이상 아파트가 서울에 약 30개 있는데 이들은 대부분 지난해 3, 4분기에 최고점을 찍고 올 8월까지 신저가를 봤을 때 약 20% 정도 하락했다. 비정상적 거래라는 지적도 팩트이긴 하지만 대수의 법칙(표본집단의 크기가 커지면 그 표본평균이 모평균에 가까워진다)으로 봤을 때 하락 트렌드를 일부 케이스로 말하긴 어려울 것 같다.”
―올해부터 부동산 거래량이 실종됐다는 표현이 지속해서 등장한다. 어느 정도 줄었나.
“거래량은 엄청나게 급감했다. 올해 1, 2분기 거래량이 2008년 금융위기 시기보다 거래량이 더 적다. 1, 2분기를 지나 3분기까지 거래량이 실종된 상태가 계속된 것으로 볼 때 거래량 실종이 굳어진 상태라고 볼 수 있다. 지금보다 금리 등 제반 상황이 훨씬 좋은 지난해 4분기, 올해 1분기에도 거래량이 감소한 것으로 볼 때 앞으로 더 안 좋아질 상황에 대비하는 게 맞는 것 같다.”
―올해 연준은 역사적으로 유례없는 엄청난 속도의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가계, 기업 등 경제 주체에서 비명이 나오면서 계속 금리 인상을 지속하기 어려운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연준 기관 자체 정책 목표는 인플레이션을 잡는 거다. 나중에 부가적으로 붙은 목표가 경제 활성화다. 특히 인플레이션은 서민 계층에게 치명타로 다가온다. 본질적인 목표가 인플레이션을 잡는 것이기 때문에 잡혔다는 신호가 나오기 전까지 쉽사리 포기하지 않으리라 본다.
―2023년 아파트 등 주택 시장 전망은 어떤가.
“먼저 아파트는 광역시 별로 서로 다른 시장이란 걸 인지해야 한다. 2006년부터 가격 트렌드가 전혀 다르다. 2006년부터 2012년까지 서울은 한 번 올랐다가 2008년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정체 및 하락을 겪었다. 이 시기 지방 광역 도시들은 올라갔다 떨어지는 게 아니라, 내려갔다 올라가는 트렌드를 보인다. 전국이 같이 움직이는 게 아니라 광역시 별 요인이 더 강하게 작용한다고 봐야 한다. 2020년 원래는 따로 움직이던 전국이 다 함께 오르기 시작한다. 이건 광역시 별 요인이 아닌 유동성이란 요인이 전국을 강타한 효과다. 그걸 다르게 설명하면 유동성이 잡히면 이 모든 게 다 원상회복 될 수 있다는 얘기다.”
―기준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유동성이 줄어들고 있다. 얼마나 빠질 거라고 보나.
“미국 기준금리가 4% 이상으로 오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럼 유동성이 급격하게 빠지고 버블이었던 2020년, 2021년 가격은 다 없어진다고 봐야 한다. 2019년 4분기 가격으로 회귀하리라 생각한다. 고점으로부터 대략 20~30% 하락한 가격이 2019년 4분기다. 2018년 가격까지 가면 고점에서 30~40% 정도 내려간 상황을 맞이할 것이다.”
―서울과 지방 어느 쪽이 더 위험하다고 보나.
“서울보다 지방이 금리에 민감하고 충격이 더 크다. 수요 자체가 서울만큼 크지 않다. 특히 지방 광역시 가운데 대구 등은 올해와 2023년에 공급충격이 있을 것이다. 2018년, 2019년 착공한 아파트 물량이 나오기 시작한다. 안정적 산업이나 수요가 받쳐주는 게 아닌 데다 앞서 말한 공급충격까지 올 수 있어 힘들 수밖에 없다. 반면 서울은 경기권에 있는 대기 수요가 있어 상황이 그나마 낫다고 본다.”
―일각에서는 ‘강남불패’ 등을 이유로 서울에서 강남 등 상위 급지 등은 버틸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
“대표적인 가짜뉴스가 ‘강남불패’다. 예를 들어 강남 대표적 아파트 중 하나인 2006년 준공된 도곡동 도곡렉슬을 보면 쉽다. 2006년 도곡렉슬이 최고가 15억 원을 기록했다. 14억 원 이상 거래 기록만 7건이 있다. 2006년부터 2012년까지 강남 아파트는 급락과 급등, 급락과 급등 두 번 사이클을 거쳤다. 2008년 금융 위기 때는 약 30%가 하락했다. 강남이 이 사이클을 겪는 동안 도곡렉슬은 전고점을 기록하지 못했다. 도곡렉슬이 다시 전고점인 15억 원 이상을 기록한 게 2017년이다. 10년 걸렸다는 뜻이다.”
―부동산 시장이 언제쯤 회복하리라 보나.
“나눠서 봐야 한다. 상권은 회복하는 단계고 주택은 계속 안 좋아지는 단계다. 리테일을 보면 지난해까지 정말 힘들었다. 현재는 비즈니스호텔이나 고급 호텔이 풀 만실에 가까워지고 있다. 북촌, 홍대 등은 완전히 되살아났다고 본다. 반면 서울 부동산은 대체로 3년 하락하고 3년 정체하고 3년 상승하는 사이클이 있었다. 2016년부터 6년 동안 엄청나게 큰 상승장이었는데 지난해와 올해를 거래량이 많지 않았던 버블로 보면 3~4년 상승했다고 보고 3년 하락과 정체를 겪을 시기라고 보이지만 달라진 게 있다. 사람들이 폭등을 경험했다는 것이다. 이미 몸으로 겪었던 사람들이 일정 이상 하락하면 과감하게 매수로 바뀔 수 있다. 앞으로 하락과 정체가 더 짧아질 수 있다고 본다.”
―그런데도 1주택은 기본으로 사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맞다. 1주택은 기본으로 사야 하는 게 상식이다. 하지만 하락장이 이제 시작했기 때문에 내년만 해도 같은 가격으로 더 많은 물건을 폭넓게 고를 수 있다. 더 좋은 조건에서 고를 수 있다면 올해보다는 내년에 사는 게 낫다는 게 내 견해다.”
―최근 레고랜드, 흥국생명 사태 등 금융시장 소용돌이가 계속되고 있다. 그런데도 2008년 금융위기처럼 올해도 잘 극복할 수 있을 것이란 낙관적 견해도 있다. 어떻게 보나.
“정말 그렇게 되길 바라지만, 2008년보다 상황이 매우 안 좋다. 그때보다는 더 어렵게 지나갈 것으로 본다. 2008년 한국 기준금리는 5% 정도로 대응할 여력이 있었지만, 현재는 대응 여력이 부족한 상태다.”
―정부는 어떻게 대응해야 한다고 보나.
“정부의 정교한 대응이 필요하다.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등이 마비되면서 건설 경기가 크게 위축된 상황이다. 이 시기 주택 착공이 급감하면 나중에 금리가 내리고 부동산 경기가 회복됐을 때, 서울 중심으로 주택 공급이 부족해 집값이 폭등할 수 있다. 이때 정부가 주택 공급 확대 역할을 적극적으로 맡거나,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신호를 줘야 한다. 또한 정권이 바뀔 때마다 규제가 오락가락하면 안 된다. 정권이 교체돼도 정부를 믿을 수 있도록 일관된 정책도 꼭 필요하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