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석했다던 이세창 당일 영등포에, 민주당 내부 김의겸 무리수 지적…일각선 제보자 치정극 음모론도
A 씨가 B 씨와의 녹취록을 제보한 곳은 유튜브 채널 ‘더탐사’다. 녹취록에는 7월 20일 새벽 3시 B 씨가 윤석열 대통령, 한동훈 법무부 장관, 김앤장 소속 변호사 30명 등을 청담동 한 고급 술집에서 목격했다는 주장이 담겼다. B 씨는 이날 A 씨와의 전화 통화에서 이세창 전 자유총연맹 총재 권한대행이 동석했고, 이들을 위해 첼로를 연주했다고 했다.
10월 2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 이 녹취록이 폭로됐다.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녹취록을 재생한 후 한동훈 장관에게 “윤 대통령과 김앤장 변호사 30여 명, 이세창 전 자유총연맹 총재 권한대행과 청담동 고급 카페에서 술자리를 가졌느냐”고 질의했다. 한 장관은 “직을 걸겠다”며 부인했고, 민형사상 법적 책임을 예고했다.
10월 25일 김건희 여사 팬카페인 건사랑은 김의겸 민주당 의원, 이세창 전 자유총연맹 총재 권한대행 등을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 서초경찰서에 고발했다. 경찰은 이 전 총재 권한대행의 술자리 당일(7월 19~20일) 휴대전화 위치기록 등을 토대로 B 씨 주장의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진다. 더탐사와 김 의원의 주장이 성립하려면, 이 전 총재 대행의 동선은 청담동 인근으로 찍혀야 한다. 하지만 당일 밤부터 다음날 아침까지 이 전 총재의 휴대전화 위치가 포착된 곳은 영등포 일대였다.
이 전 대행은 7월 무렵에 청담동 인근에서 B 씨를 만난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 등에 따르면 이 전 대행이 평소 알고 지내던 지인 소개로 청담동 술집을 찾았고, 이 자리에서 이 전 대행과 B 씨가 인사를 나눈 것으로 보인다.
A 씨는 이 전 대행의 실물 명함을 그날 청담동 술자리 의혹의 증거로 내세웠다. 이 전 대행은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B 씨는) 카페에서 연주하면서 떠돌아다니는 사람인데 명함을 내가 준 건지, 어디서 받은 건지 내가 어떻게 아느냐”며 “강남 일대 간 곳을 어떻게 다 기억하겠나. 내가 봤던 사람인지 기억도 안 난다”고 했다.
B 씨의 ‘변호사 30명’ 발언 역시 설득력이 떨어진다. 취재 결과, B 씨가 연주했다던 청담동 술집은 40평대 소규모 업장이었다. B 씨는 A 씨와의 통화에게 “김앤장 변호사 30명이 왔다”고 했지만, 이 정도 인원을 모두 수용하기엔 좁아 보였다.
일반건축물 대장 등을 확인한 바에 따르면, 이 가게가 있는 건물은 지하 1층 지상 5층 규모 건물이다. 지하 1층에 위치한 술집은 144.81㎡(약 43.8평)로, 그랜드피아노 1대가 들어가 있다고 한다. 압구정로데오역에서 400m가량 떨어져 있으며, 해당 논란이 불거진 후 영업을 중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엔 A 씨가 사생활 폭로 등을 이어가면서 청담동 술자리 의혹이 사실상 치정극에서 비롯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A 씨는 11월 9일 B 씨가 한 인터넷뉴스 기자 C 씨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다고 주장했다.
A 씨는 트위터에 C 씨와의 대화를 재구성해 올렸다. 대화에서 A 씨는 C 씨에게 “(B 씨를) 왜 집에 안 보냈느냐”고 물었다. 이에 C 씨는 “여자(B 씨)가 먼저 꼬셨다”며 “남자친구 있는지 몰랐고, 손만 잡고 잤다”고 답했다. 이 글은 모두 삭제된 상태다. 보수 진영 일각에선 C 씨와의 관계를 해명하는 과정에서 B 씨가 거짓으로 청담동 술자리 의혹을 꺼냈다는 음모론까지 나온다.
이 밖에도 A 씨는 본인의 복잡한 심경을 꾸준히 트위터에 올리고 있다. 11월 16일 A 씨는 “제보만 하면 끝날 줄 알았는데 그때부터 지옥문이 열리더라”며 “제일 고통스러웠던 건, 그녀가 나한테 거짓말한 것들이다. 알려진 거 외에 거의 하루에 한두 건씩 터졌다”고 했다. 또 A 씨는 “내일부터 그녀와 주변인들 상대로 민형사 소를 제기할 겁니다. 왜냐구요? 그래야 법정에서 하나하나 증거가 나올 거니까. 입을 안 열면 열게 하면 되고 죄를 졌으면 죗값을 받아야죠”라고 글을 올렸다.
B 씨는 민주당 지지자로 스스로를 ‘개딸(개혁의딸)’이라 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본인의 유튜브 채널에 첼로 연주 영상을 올려왔으나, ‘핸드싱크’ 논란이 일자 영상을 모두 내렸다. 원연주자들은 B 씨를 향한 법적 조치도 예고했다. B 씨는 경찰이 피고발인 신분으로 소환조사를 통보했지만, 아직까지 응하지 않고 있다. 서초경찰서 수사과장은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청담동 술집을 특정한 진술이 있었지만, 수사기관에서는 진술이 맞는지 확인해야 한다”며 “현재 수사 중에 있고 사실 관계 확인 중”이라고 전했다.
청담동 술자리 의혹을 국감장에서 폭로한 김의겸 민주당 의원을 두고 야당 내에서도 자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김 의원이 무리수를 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그거(더탐사) 말만 듣고 성급하게 폭로한 것 같은데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수사 결과가 나오면 더 곤란해질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김 의원은 헌법 제45조에 따라 면책특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한 장관에 대한 의혹을 제기한 것에 대해 민·형사상 책임을 지지 않을 수도 있다.
한동훈 장관은 11월 14일 민주당의 공식 사과를 재차 요구했다. 한 장관은 “민주당의 김의겸 대변인이 (더탐사와) 협업해서 가짜뉴스를 뿌렸고,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이재명 대표가 참석한 자리에서 장경태 최고위원이 이 가짜뉴스를 공개적으로 상영했다”며 “이것은 공당이 음모론에 공식적으로 올라탄 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앞서 한 장관은 10월 27일 민주당의 공식적인 사과를 요구한 바 있다.
설상미 기자 sangm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