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 부족으로 경쟁 적어 아직 싸게 팔 이유 없어…노선 많은 다낭·보라카이 등은 코로나19 전보다 저렴
유류할증료 부과기준은 올해 3월 10단계에 접어든 후 4월에 14단계, 5월에 17단계, 6월에 19단계까지 올랐고 7월에는 22단계까지 오를 전망이다. 4개월 만에 2배 이상 단계가 상승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전인 2019년에 2~5단계에 머물렀던 것과 비교하면 극적인 상승폭이다.
7월 대한항공의 국제선 유류할증료도 22단계가 적용돼 편도기준 거리 비례별로 4만 2900∼33만 9300원이 부과될 예정이다. 아시아나항공은 4만 6900원~26만 7300원을 부과한다. 대한항공의 뉴욕 왕복항공권을 구매할 경우 운임 외에도 유류할증료로 67만 원가량을 더 부담하게 된다. 또 아시아나항공의 방콕과 괌 노선 왕복항공권 유류할증료는 27만 원 수준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에 따르면 유류할증료가 높아진다고 해서 모든 항공료가 올라가는 건 아니다. 항공은 여행 상품의 특성이기도 한 대표적인 소멸성 상품이라 수요와 공급이 가격을 형성하는 결정적 요소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항공료를 구성하는 여러 요인 가운데 유가를 비롯해 환율과 공급이라는 세 가지 측면이 최근 모두 악재로 작용하면서 현재 항공요금이 상당히 높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몇몇 노선의 항공료는 환율이나 고유가를 원인으로 단정 짓기에 설명이 안 되는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항공료를 결정하는 요인 가운데 가장 큰 요소가 수요와 공급이라는 점에서 미주 노선의 경우 코로나19 이전에 비해 공급 부족이 심하고 비즈니스와 유학생 등 개별 수요가 몰리면서 높게 형성되고 있다”며 “하지만 동남아 지역은 상대적으로 공급을 쉽게 늘릴 수 있어서 가격을 탄력적으로 운용할 수 있다. 때문에 항공료 상승폭도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현재 유류세 부과 등급이 맥스 등급인 점을 고려하면 지금이 거의 최정점이다. 국제유가가 드라마틱하게 추가 인상되지 않는다고 가정할 때 고유가와 공급부족에 따른 항공료 인상은 단기 이슈로 보인다. 현재 인기 있는 노선들의 항공료도 빠르면 9월 정도엔 일부 안정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항공 공급면에서 정부 규제 완화와 증편으로 서서히 노선이 회복되면서 항공료도 안정화와 접어들 수 있다는 진단이다.
그러면서 그는 “현재는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가다 보니 항공 좌석을 최고 클래스의 요금으로 판매하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종식이 가까워지면 항공 공급은 늘어날 수밖에 없고 항공료도 당연히 내려간다. 유가가 상승해도 공급이 늘어나면 경쟁 때문에 항공료는 내려간다”며 “공급이 늘어나거나 수요가 줄어들면 다시 코로나19 이전과 같은 특가도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 현재 운항 중단되었던 노선들이 모두 재개되고 비어있던 항공슬롯이 모두 복구된다면 2019년의 가격수준을 회복할 가능성도 높다”고 말했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항공 공급이 확대되는 분위기지만 아직까지는 매우 제한적이다. 최근 항공노선은 요금이 크게 인상된 유럽과 미주 지역보다는 일본과 동남아 지역을 중심으로 확대되고 있다”며 “그래서 유럽과 미주는 최소 30% 이상 가격이 인상됐지만 일본과 동남아 지역 항공요금은 빠르게 안정화되고 있고 다낭, 보라카이 등 동남아 일부 노선은 코로나19 이전보다 저렴한 수준까지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하지만 수요에 맞춰 단계적으로 항공 노선이 확대될 경우 장거리 노선 항공료는 빠른 시일 내에 안정화되긴 힘들 것으로 본다. 여행객 입장에서는 여행사가 주력 판매하는 지역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귀띔했다.
모두투어 관계자는 “단일 항공권이 아니라 숙박과 투어를 묶은 패키지 여행상품의 경우 현재 코로나19 이전 상품가와 비슷하게 유지되고 있는 지역이 많다”고 전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여행사 입장에서는 소비자의 여행심리 회복이 관건이라 현재는 높은 유류할증료에도 불구하고 공격적인 가격 정책을 펼치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선 베트남 다낭 등은 지금도 저렴하게 다녀올 수 있는 여행지”라고 밝혔다. 또 “여행사마다 선호 지역의 전세기 운영을 항공사와 계속 협의하고 있어서 단거리 동남아 노선의 항공료는 크게 인상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보탰다.
참좋은여행 관계자는 “항공료뿐 아니라 현지 물가 등 원가가 오르다 보니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해 상품가는 대부분 비싸졌다. 동남아는 10~30% 정도, 유럽과 미주는 30~50% 혹은 그 이상 가격이 올라갔다”며 “하지만 공급이 많아지면 항공료 판매가도 자연스럽게 내려간다. 공급 상황에 따라 향후 항공료는 안정화에 접어들 것으로 본다. 여행객 입장에서 지금은 노선 공급이 많은 쪽으로 가는 게 유리하다”고 전했다.
아울러 그는 “여행사의 상품가는 항공료와 바로 연동된다. 여행사 패키지여행 가격의 상당 부분이 항공료다. 호텔비나 현지 진행비는 어느 정도 융통성이 있지만 항공료는 그렇지 않다. 항공료가 50만 원 오르면 그대로 패키지여행 가격도 50만 원 오르는 구조”라며 “만약 항공료가 올랐는데 패키지 가격은 오르지 않는다면 예전처럼 현지 여행 중 원치 않는 옵션과 쇼핑을 강매하는 안 좋은 관행이 이어진다는 뜻이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설사 유가가 내려도 장거리 노선은 항공료가 쉽게 내리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유럽의 경우 코로나19 이후 여행 시장 호황으로 유럽 항공사들은 유럽 내에서 움직이는 단거리 노선을 중심으로 운항하고 있고 장거리인 한국노선은 유가 상승 등으로 아직 확대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또 전문가들은 입국 시 코로나19 검사 의무 등 정부의 방역 시스템이 현재 수준이라면 소비자 여행 심리가 풀리는 데도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항공업계 다른 관계자는 “기존에는 항공 정책의 주도권이 항공업계와 항공사에 있었지만 코로나19 이후 각국의 방역정책으로 인해 정부에 그 주도권을 빼앗겼다. 우리나라의 경우 항공에 대한 정책 주도권이 국토부에 있는데 현재는 질병청의 영향력이 강해 비행기를 띄우고 싶어도 방역 상황부터 고려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질병청 방역정책이 관건이라 지금은 장기적 관점에서 항공 노선을 계획하기도 어렵다. 수요와 공급이 항공료 가격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임을 감안하면 현재는 방역정책이 항공료 변동폭에도 영향을 준다”고 설명했다.
이송이 기자 runaindi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