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변협 집행부, 내년 회장 선거 앞두고 갈등 국면 이용 의혹…‘합법 입장’ 법무부 판단 남아, 뒷짐 논란도
#‘로톡’ 가입 변호사 징계 배경
변협은 법률서비스 플랫폼 ‘로톡’ 가입 변호사에 대한 추가 징계에 나설 예정이다. 변협은 로톡 가입 변호사 10여 명에게 11월 21일 열리는 2차 징계위원회에 출석하라고 통보했다. 앞서 변협은 10월 17일 징계위원회를 열고 로톡을 이용한 변호사 9명에게 최대 과태료 300만 원 처분을 내렸었다. 변협이 지난해 5월 변호사 광고의 주체, 내용, 방식 등을 제한하는 내용의 ‘변호사 광고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통과시킨 지 1년 5개월 만에 내린 첫 징계다.
변협은 검찰이 로톡 운영사인 로앤컴퍼니를 3차례 모두 무혐의로 불기소 처분했음에도 강경 대응에 나섰다. 지난 5월 11일 서울중앙지검은 직역수호변호사단의 고발 건을 검찰시민위원회 의견 청취를 거쳐 로앤컴퍼니와 김본환 대표를 불기소 처분했다. 앞서 서울중앙지검은 2015년 4월과 2017년 1월 각각 서울변호사협회, 변협 고발도 불기소 처분했다. 당시 서울변호사회와 변협은 로앤컴퍼니가 ‘변호사가 아닌 자는 법률 사무를 중개, 알선할 수 없다’는 변호사법 규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내년 1월 16일 예정된 제52대 변협 회장 선거가 로톡 징계 배경으로 거론된다. 변협의 현 집행부가 로톡과의 갈등 국면을 재선 도전에 활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얘기다. 현 집행부는 제51대 변협 회장 선거 전부터 로톡에 대항한 것을 바탕으로 선거에서 당선됐다. 2020년 11월 직역수호변호사단은 로앤컴퍼니와 김본환 로앤컴퍼니 대표를 변호사법·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당시 직역수호변호사단 공동대표와 상임대표가 각각 이종엽 대한변호사협회장, 김정욱 서울변호사협회장이다.
현 집행부가 로톡을 더 키워줬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는 점도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보인다. 현 집행부는 임기 내내 로톡 가입 변호사를 실질적으로 징계하지도 못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오히려 공정위와 헌법재판소 등에서 로톡의 합법성을 확인시켜주며 힘을 실어주도록 발판을 마련해줬다는 불만도 나왔다.
2021년 5월 변협은 ‘변호사 광고에 관한 규정’을 개정해 변호사들이 로톡 등 법률 플랫폼을 이용할 경우 징계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이에 로앤컴퍼니는 변협이 표시·광고법을 위반해 변호사들의 자유로운 광고를 제한했고, 로톡 가입을 막고자 사업자단체 금지행위를 하는 등 공정거래법도 위반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지난해 11월 공정위는 변협의 표시·광고법 위반, 사업자단체 금지행위 관련해서 과징금 부과 등 제재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를 변협에 발송했다.
공정위는 당초 10월 12일 전원회의를 열고 변협의 독점 규제 및 공정 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표시광고법) 위반 사건을 심의하고 제재 여부와 수위를 결정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다른 사건들로 인해 일정이 연기되면서 11월 18일 기준 로톡 관련 전원회의 계획이 잡히지 않았다는 것이 공정위 설명이다.
헌법재판소는 변협의 변호사 광고 규정에 대해 ‘일부 위헌’ 결정을 내렸다. 지난 5월 26일 헌재는 변협의 변호사 광고에 관한 규정 제4조 제14호 중 ‘협회의 유권해석에 반하는 내용의 광고’ 부분과 제8조 제2항 제4호 중 ‘협회의 유권해석에 위반되는 행위를 목적 또는 수단으로 하여 행하는 경우’ 부분은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제5조 제2항 제1호 중 ‘변호사 등을 광고·홍보·소개하는 행위’ 부분은 재판관 6 대 3의 의견으로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결했다. 나머지 조항은 모두 기각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현 집행부가 로톡을 때리면 때릴수록 광고 효과만 주게 됐다. 특히 현 집행부는 로스쿨 출신들의 압도적 지지를 바탕으로 당선됐지만, 이제 로톡을 이용해서라도 돈을 벌어야 하는 젊은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로부터 볼멘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며 “변협은 10월 17일 징계해 놓고 11월 18일까지도 징계 내용을 통지하지 않고 있다. 법무부변호사징계위원회에 이의신청하는 것을 최대한 늦춰서 내년 선거까지 끌고 가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헌재가 합헌이라 판단한 5조 2항 2호 등을 근거로 변호사를 추가 징계하겠다고 강조하고 있는 것도 그 궤를 같이 한다”고 덧붙였다.
변협 관계자는 통지서를 안 보낸 이유에 대해서 “징계위원회 절차에 대해서 확인해드릴 순 없다”고만 설명했다. 이어 그는 선거를 고려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선 “변호사법에 따라서 징계한 거다. 어떤 의도도 없다. 다른 일반 단체 내부징계와 변협 징계위원회를 같은 선상에서 놓고 비교하면 안 된다”며 주장을 일축했다.
#변협 징계 둘러싼 소문들
이런 가운데 법무부는 징계를 받은 변호사들이 이의신청을 하지 않아서 어떤 것도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변협이 검찰의 불기소 처분에 항고했고, 공정위도 아직 판결을 내리지 않았다. 헌재도 일부 위헌, 일부 청구기각 결정을 선고했다”며 “징계받은 변호사가 이의신청하면 법무부변호사징계위원회를 개최해 징계의 당부를 심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스타트업 업계 한 관계자는 “변협이 칼을 들고 쫓아오는데, 로톡이 칼에 찔려야만 법무부에서 나설 것인지 궁금하다”며 법무부를 비판했다.
정권이 바뀌면서 법무부 입장이 바뀐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8월 법무부는 “로톡의 현행 운영방식은 변호사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며 “현행 로톡 서비스는 특정 변호사를 소개하는 방식이 아니라 이용자가 플랫폼에 게재된 변호사의 광고를 확인하고 상담 여부를 자유롭게 판단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기 때문”이라고 공식 입장을 재차 밝혔다. 법무부는 변협에서 개정한 변호사 광고에 관한 규정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헌재에 의견서를 제출했다.
박범계 전 법무부 장관은 지난해 10월 공개 석상에서 “로톡 가입 변호사들을 상대로 변협이 징계에 나설 경우, 법무부의 감독권을 적절한 시점에 행사할 예정”이라며 “경찰의 의견 조회에 대해 합법이라는 의견을 보냈으며, 관련 쟁송 계류 중인 헌법재판소와 공정위 등 유관기관에도 이런 입장을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와 각을 세웠던 변협 현 집행부가 정권 교체를 계기로 징계 등 강경 조치를 취한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2020년 11월 변협은 “(윤석열 검찰총장) 비위와 관련해 명백하고 중대한 증거가 제시되지 않은 상태에서 성급하게 검찰총장의 직무집행을 정지시키고 징계를 청구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조치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성명서를 발표했다.
지난해 6월에는 박범계 장관의 검찰 인사를 두고 “검찰개혁이라는 본질을 벗어나 특정 성향의 인사를 중용하느라 법치와 정의를 외면”했다고 지적했다. 같은 해 10월에도 공수처가 윤석열 검찰총장의 ‘고발사주’ 의혹을 받는 손준성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을 두고서도 “국민 기본권을 침해하는 행위”라며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향후 정치적 행보를 고려해 변협과 마찰을 빚지 않으려는 것 아니냐는 음모론까지 고개를 들었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친윤계 의원들이 한 장관을 내후년 총선에 ‘전략공천’ 하는 것을 밀고 있다. 공천 지역구로 거론되는 곳이 강남이랑 송파”라고 말했다.
앞서의 법조계 관계자는 “박범계 전 장관은 변협이 문재인 정부 법무부를 비판하니까 로톡 사건에 뛰어들었다. 반면 한동훈 장관의 법무부는 로톡 사건에 개입하지 않고 싶어 한다. 내년 변협 회장 선거 결과를 기다릴 것”이라며 “한 장관이 총선에 나온다면 변협과 굳이 척을 지고 싶지 않을 것이다. 고소득 전문직이 많이 사는 지역구 특성상 변협과 척을 지는 것이 악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