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상 기소 후 압색 이어 12월 중순 소환…‘정점 이재명’ 보여주기 위해 영장 시도할 듯
정진상 실장에 대해 한 차례 구속 기간을 연장(10일)한다고 가정하면, 검찰은 12월 9일까지 정 실장을 기소할 시간을 벌 수 있다. 기소 뒤에는 이재명 대표에 대한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 일정 및 포렌식, 소환 통보 일정에 각각 수일씩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자연스레 12월 중순 이후 소환 가능성이 점쳐지는 대목이다.
물론 이재명 대표가 소환부터 불응할 가능성도 있다. 때문에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놓고도 여러 추측들이 오가고 있다. 소환 불응 시 영장을 통한 신병확보가 보편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회의원에게 부여된 불체포특권이 변수다. 때문에 법조계는 검찰이 구속 상태인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과 정진상 실장으로부터 얼마나 이재명 대표 관련 공모관계를 입증하는지, 이를 토대로 어떻게 수사의 정당성과 명분을 입증하는지에 수사 성패가 달려있다고 보고 있다.
#남욱까지 합류한 이재명 폭로
돈을 받은 쪽(정진상 실장, 김용 부원장)과 공모관계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에 이어, 돈을 건넨 쪽인 대장동 개발사업자 남욱 변호사가 이재명 대표를 향한 발언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출소 당일인 11월 21일부터 재판에 출석한 그는 “이재명 대표 측이 대장동 개발사업에서 나온 거액의 배당금뿐 아니라 자신이 제공한 뇌물의 최종 수수자”라고 주장했다.
그는 대장동 사업 민간 지분의 30%를 차지하는 ‘천화동인 1호’에 대해 “이재명 지분이라는 것을 김만배 씨에게 들었다”며 “2015년 2월부터는 이 지분이 이재명 시장실 지분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런 남 변호사의 법정 증언은 돈을 받은 쪽인 ‘정진상·김용·유동규’에 이재명 대표도 공모관계였다는 검찰의 판단과 일치한다. 정영학 녹취록에서 김만배 씨가 “천화동인 1호의 절반은 ‘그분’의 것”이라고 언급했던 ‘그분’을 특정하는 주장이기도 하다.
남 변호사는 김만배 씨가 대장동 사업 주도권을 확보한 것도 2014년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 재선 과정에서 김 씨가 이 대표의 최측근(정진상·김용)과 천화동인 1호 지분을 이 대표 측이 갖기로 합의한 덕분이라고 강조했다. 또, 유 전 본부장에게 준 자금이 ‘형들’에게 전달됐는데, 이 자금은 이재명 시장 투표에 활용하기 위해 종교 단체에 지급한 자금 등으로 쓰였다고도 강조했다. 남 변호사는 특히 “선거 기간에 이재명 시장 측에 전달된 금액이 최소 4억 원 이상”이라며 구체적인 금액도 특정했다. 또 사업자 선정 전에 미리 개발 관련 정보를 들었다는 점도 증언하면서 성남시로부터 특혜를 받은 지점도 있다고 시인했다.
#배임, 뇌물 혐의 적용 가능성
검찰은 일단 “구속된 정 실장 조사를 진행하고 남 씨의 법정 증언은 증언대로 따라가면서 차분하게 수사를 진행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 반부패수사3부 등 2개의 부서가 합심해 현재 대장동 개발 사업 당시 성남시장으로서 최종 결재권자였던 이재명 대표를 겨누고 있는 상황이다. 남 변호사까지 나서, 사업자 선정 전에 개발 관련 정보를 미리 들었다고 증언함에 따라 이 대표의 업무상 배임과 부패방지법 위반 등에 대한 혐의 적용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재명 대표가 대장동 택지개발에서 발생한 2308억 원의 초과이익을 환수하는 조처를 하지 않은 것(배임)이나, 대장동 일당에게 대가를 바라고 특혜를 준 것(부패방지법 위반)은 비교적 범죄 혐의 적용이 쉬운 편이다.
김용 부원장, 정진상 실장에게 적용했던 정치자금법 위반, 뇌물 혐의도 적용할 가능성이 높다. 압수수색 영장이나 구속영장에 김용 부원장, 정진상 실장과 이재명 대표를 이미 ‘정치적 공동체’라고 명시한 것도 이런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근거다. 특히 이번 사건의 경우 사업 특혜를 대가로 돈(정치자금)이 오간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검찰은 김용 부원장과 정진상 실장으로부터 ‘이재명 당시 시장이 지시했거나 알고 있었다’는 진술을 확보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검사장 출신의 변호사는 “개발특혜에 따른 뇌물 성격의 정치자금으로 받았다고 특정해 구속하는 데 성공했다면, 이에 대한 최종적인 책임은 공모 관계인 이들이 함께 지는 게 맞다”며 “대장동 관련 개발 특혜를 준 것과 이로 인해 받은 대가성 자금과 천화동인 지분 등을 모두 뇌물로 적용해 수사하려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정과 구속영장 청구 여부는
우선 소환 시기는 12월 중순 이후가 가장 유력하다. 정진상 실장 기소는 12월 9일 전후로 점쳐지는데, 기소 후 이재명 대표에 대한 압수수색 등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휴대전화나 컴퓨터 등을 확보해 이들과 나눈 대화 등을 분석해야 한다. 이를 위한 포렌식 일정 등을 고려할 때 12월 15일 이후에나 이 대표를 소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대표가 소환에 응할 것인지는 미지수다.
때문에 검찰이 이 대표를 상대로 구속영장을 청구할지 여부를 놓고도 의견이 나뉜다. 12월 9일 정기국회 일정이 마무리되지만, 임시국회 등을 통해 얼마든지 민주당에서 체포동의안 투표로 검찰의 영장을 무력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회 회기 중 불체포 특권을 가진 의원에 대해서는 법원이 ‘체포동의안’을 국회에 보내면 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 의원 과반수 찬성으로 체포할 수 있다.
검사 출신 변호사는 “과반수가 넘는 의석을 확보한 민주당이 임시국회를 열어 체포동의안 표결에 부치면 얼마든지 방탄국회를 할 수 있다”며 “보통의 피의자는 소환에 불응하면 체포나 구속영장이 청구되겠지만 이 대표는 이로부터 자유롭기 때문에 소환 불응도 가능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박범계 민주당 의원은 11월 21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이재명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처리까지 갈 수 있다. 거기까지도 예상을 한다”며 검찰이 영장을 청구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검찰 입장에서도 ‘죄질이 나쁘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 영장을 청구하는 수를 선택할 것이라는 관측이 좀 더 지배적이다. 앞선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국회에서 체포동의안을 어떻게 처리하는지와 상관없이, 이번 대장동 특혜 사건의 정점에 이재명 대표가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 중 하나가 영장 청구”라며 “유동규 전 본부장, 남욱 변호사의 진술을 토대로 김용 부원장, 정진상 실장의 진술을 끌어내려는 이유 역시 이번 사건의 정점이 이재명 대표라는 것을 입증하려는 것 아니겠냐”고 풀이했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