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김용·유동규와 이재명까지 공모관계로 본 증거 확보 주력…정진상 수사가 ‘고비’ 될 듯
검찰의 수사는 착실하게 단계를 밟아가고 있다. 김용 부원장에 대해서는 정치자금법 위반, 정진상 실장에 대해서는 뇌물죄를 각각 적용하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공모 관계를 입증해나가고 있다. 일각에서는 ‘공모 입증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도 나오지만, 검찰은 이재명 대표가 관여했다고 볼 수 있는 증거들을 공소장에 포함시키며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공소장에 ‘대장동 지분엔 이재명 측근 몫 있다’ 명시
서울중앙지검 반부패3부(강백신 부장검사)는 11월 8일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최측근인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구속기소했다. 검찰은 기소하는 당일 오후까지도 공소장을 계속 수정하며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의 공모관계 부분’을 신중하게 손봤다고 한다. 검찰 관계자는 “8일 오전에도 대검에서 공소장을 더 손보라는 지시가 있어서 기소가 예정보다 조금 늦어졌다”고 말했다.
검찰이 신중하게 공소장을 작성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이다. 김용 부원장과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공소장이지만, 이들 외에도 정진상 실장과 이재명 대표까지 공모관계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검찰은 공소장에 이재명 대표의 이름을 50번 넘게 적시했다.
공소장과 검찰 취재를 종합하면, 수사팀은 민간사업자 김만배 씨가 본인과 친인척 명의로 보유하던 대장동 지분의 24.5%를 김용 부원장, 정진상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 유동규 전 성남도개공 기획본부장 몫으로 봤다. 대장동 사업에 이재명 대표 최측근들의 지분이 있었다는 점을 공식적으로 명시한 셈이다.
관련 증거들도 확보했다. 우선 김만배 씨가 본인 지분의 24.5%가 김용·정진상·유동규의 소유라고 인정했다고 한다. 2020년 9월부터 2021년 2월까지 수차례에 걸쳐 수익금을 달라고 요청하자 김만배 씨는 유동규 전 본부장에게 이를 인정해줬다고 한다.
검찰은 특히 자금 요청이 이뤄진 시점과 관련 증거들을 주요하게 판단했다. 2021년 민주당 대선 경선을 앞두고 유동규 전 본부장을 통해 김만배 씨에게 “자금을 마련해달라”는 부탁이 전달됐다. 하지만 김만배 씨가 여러 핑계를 대면서 돈을 주지 않자 김용 부원장은 유동규 전 본부장을 시켜 남욱 변호사(천화동인 4호 소유주)에게 “이재명의 대선 예비 캠프에서 ‘조직’을 맡아 광주 등 남부 지방을 돌고 있는데 자금이 필요하다”며 대선 경선 자금 요구를 했다.
검찰은 자금이 사용된 곳을 입증하기보다는, ‘대선자금용’ 자금을 마련하는 과정이었다는 점을 입증해 유죄를 받아내는 전략을 선택했다. 실제로 김 부원장이 주도적으로 이재명 경선 캠프를 꾸렸고, 자금도 같은 맥락에서 확보하려 했다고 검찰은 공소장에 적었다고 한다. 2020년 7월부터 ‘이재명 경선 캠프 조직화 방안’을 짜고 조직을 꾸렸는데 김 부원장은 회의를 매주 열고 그 결과를 정진상 실장과 유동규 전 본부장과 공유했다는 것이다. 이를 입증할 수 있는 경선 조직 관련 문서도 확보해 증거로 법원에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정치 자금이라는 게 용도로 받으면 되는 것일 뿐 꼭 사용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라며 “공소장에는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 내부 경선 때부터 조직을 꾸리기 위해 돈을 받게 된 경위와 이를 받는 과정을 상세하게 적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김 부원장과 정 실장 모두 혐의 자체를 부인
한편 기소 다음날인 9일 오전,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엄희준 부장검사)는 이재명 대표의 오른팔로 불리는 최측근 정진상 당대표 정무조정실장의 자택 압수수색에 나섰다. 정 실장의 사무실이 있는 여의도 민주당사에도 검사와 수사관들을 보내 압수수색을 펼쳤다.
검찰은 정 실장이 유동규 전 본부장 등 이른바 대장동 일당에게 2차례에 걸쳐 1억 원 가까운 뒷돈을 받은 것으로(특가법상 뇌물, 부패방지법 위반) 보고 있다. 이미 유 전 본부장과 남욱 변호사 등으로부터 이 대표가 성남시장 재선에 도전한 2014년 지방선거 무렵 5000만 원, 2020년 4000만 원 등을 정 실장에게 전달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검찰은 정 실장이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 유 전 본부장 등과 가깝게 지낸 지점에 주목하고 있다. 2010년 이재명 대표가 성남시장에 당선될 무렵부터 가깝게 지내며 오랜 기간 유착 관계를 맺어왔다고 본다. 특히 남욱 변호사 등 대장동 일당으로부터 지속적으로 술 접대를 받고 명절마다 고가의 선물을 받은 부분을 토대로, 정치자금을 건넸을 때 개발 특혜가 대가로 오갔을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정 실장이 2021년 9월 검찰의 유 전 본부장 압수수색 직전 그를 입막음하려고 증거인멸을 교사했다는 의혹도 검찰 수사 대상이다.
정진상 실장에 대한 소환 및 영장 청구 가능성이 벌써부터 거론되는 대목이다. 특수수사 경험이 많은 검사 출신 변호사는 “이번 사건처럼 확실하게 내용을 진술해주는 수사 조력자가 있을 경우 압수수색을 통한 증거 확보는 이미 진술로 확보한 정황을 확인하는 차원에 가깝다”며 “압수수색을 통해 구조를 아예 처음부터 설계하는 것과 차원이 다른 속도로 수사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진상 실장과 달리, 이재명 대표의 경우 수사가 조금 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현재 김용 부원장과 정진상 실장 모두 혐의 자체를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재명 대표의 경우 유동규 전 본부장으로부터 직접 보고를 받거나 지시를 한 정황이 제한적일 가능성이 높아 ‘지시와 관여’를 입증하는 게 상대적으로 힘들 수밖에 없다.
앞선 변호사는 “김용 부원장이나 정진상 실장으로부터 ‘위(이재명)에서 시켰다’는 진술을 얻어내는 게 중요한데 모두 혐의를 부인하고 있으면 검찰이 ‘공모관계’라고 이재명 대표를 피의자로 입건해 기소하는데 제한이 있다”며 “검찰도 이를 알기 때문에 김용 부원장, 정진상 실장을 압수수색해 확보한 자료들을 토대로 이재명 대표와의 공모관계를 찾아내려 하지 않겠느냐”고 풀이했다.
진행 중인 재판에서 나오는 진술들도 이재명 대표에게 부담스럽다. 최근 유동규 전 본부장과 남욱 변호사 등은 대장동 사건 재판에서 사업의 최종 결정권자로 이 대표를 지목했고, 화천대유자산관리 관계사인 천화동인 1호에 이 대표 측 지분이 있다고까지 폭로한 바 있다.
앞선 변호사는 “이미 수사팀이 확보한 진술이고 이를 토대로 이재명 대표의 공모 관계도 확신하고 있을 것”이라며 “검찰이 얼마나 이를 입증할 증거를 확보하는지가 이번 수사의 성패를 가를 것이다. 지금 진행 중인 정진상 실장에 대한 수사는 그런 의미에서 이번 수사의 고비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