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3일 검찰은 이정근 전 부총장의 CJ그룹 계열사 취업 특혜 의혹과 관련해서 CJ 계열사를 압수수색했다. 여기다 사업가 박 씨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는 민주당 중진 의원에 대해서는 출국금지 조치를 내렸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 지도부는 해당 사안들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상식적이다.
그런데 민주당 지도부는 이재명 대표의 측근 구속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대응을 하고 있지만, 정작 당 중진 의원과 당 주요 정치인 수사에는 아직까지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다보니 당내에서는 이 대표에 대한 비판적인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이 대표 측근 두 명이 모두 구속된 사태를 두고 “이제는 이재명 대표가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낙연 전 대표의 귀국 여부를 두고 “새로운 구심점의 탄생” 가능성을 거론하는 당내 인사들도 늘고 있다고 한다. 한마디로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당으로 전이되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는 것인데, 이를 두고 민주당의 분당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개인적 견해지만, 민주당의 분당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명분적 차원과 실리적 차원으로 나누어 설명할 수 있다. 먼저 명분적 차원의 이유로 현재 우리나라 정당들은 과거 정당처럼 허약한 상태는 아니라는 점을 들 수 있다. 비록 당명은 자주 바뀌지만 당직자들은 당명이 바뀌어도 직을 유지하고 있으며, 국민의힘에는 사무처 노조까지 존재할 정도로 ‘안정적 조직’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현재 정당들이 과거 정당과 다른 점은 또 있다. 과거에는 ‘특정 정치인의 정당’이었던 반면, 지금은 그렇지 않다는 점이다. 즉 과거 3김 시대에는, 3김이 당을 만들고 당의 지지기반인 지역을 제공했기 때문에 당내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해당 정치인이 흔들리면 그 위기가 그대로 당에 전이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다르다. 지금도 특정 정치인의 사법 리스크가 당에 전이될 수는 있지만, 과거만큼 심각한 상황을 초래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말이다. 정당이 특정 정치인에게 의존하는 정도가 과거에 비해 매우 작아졌기 때문이다. 즉 이제는 ‘정당 속의 정치인’만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런 차원에서 이재명 대표의 리스크가 아무리 크다고 하더라도, 민주당이 이에 대처할 방식과 대안은 얼마든지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제 실리적인 이유를 생각해 보자. 만일 민주당이 분당된다고 한다면, 현재 민주당의 자산과 부채는 민주당에 잔류하는 측에 고스란히 돌아가게 된다. 즉 분당을 결심하고 민주당을 떠나는 측은 ‘빈손’으로 떠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누구도 빈손으로 ‘황야’에서 정치를 다시 시작하려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부채보다 자산이 많을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하지만 이런 상황은 가정해 볼 수 있다. 어디까지나 가정적 상황이지만, 이 대표의 선거법 위반이 최종적으로 인정돼 민주당이 국가로부터 보전 받은 대선 선거비용 전부를 반환해야 하는 상황이 초래되면 분당도 가능할 수 있다. 그런 상황이 현실화 될지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 이런 실리적 이유를 다시 한번 정리해 보면 당의 자산이 그리 많지 않은 정당들은 분당을 쉽게 할 수 있겠지만, 제1야당 그것도 국회의 절대 과반 의석을 가지고 있는 거대 정당이 분당한다는 것은 생각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물론 분당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것이, 검찰 수사에 대항하는 민주당의 단일대오가 지속된다는 걸 의미하지는 않는다. 아마도 민주당의 친명 측과 신 비주류 측은 치열하게 갈등하고 투쟁하게 될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투쟁 수위가 어느 정도 될 것이냐인데, 이는 여론이 어느 방향으로 흐르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여론 추이를 지켜봐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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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율 명지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