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이재명 자택 현금 출처 찾고 수원지검 아태협 외화반출 경기도 연관성 추적
#서울중앙지검이 경기도 법인카드 제보자 부른 까닭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부장검사 강백신)는 최근 법원으로부터 이재명 대표와 가족 등의 계좌 추적을 위한 영장을 발부받았다. 계좌 추적은 사실 자금 흐름을 확인하기 위한 첫 번째 조치다.
동시에 “이 대표 자택에 현금이 있었다”는 취지로 말한 공익제보자도 소환했다. 대장동 수사팀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배우자 김혜경 씨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을 제보한 A 씨를 최근 소환해 “이 대표 측근으로 알려진 전 경기도청 5급 공무원 배 아무개 씨가 이 대표 자택에서 현금이 든 종이가방을 들고 나오는 장면을 봤다”고 진술했던 내용에 대해 상세하게 확인했다.
당시 배 씨는 이 돈을 이 대표 통장에 입금하면서 A 씨에게 ‘1억~2억 원쯤 된다’고 말했던 것으로 알려졌는데, 검찰은 A 씨를 상대로 당시 발언과 상황에 대해 집중 확인했다고 한다. 수사팀은 A 씨에게 집에 있던 현금 외에도 다른 자금의 존재 여부 및 흐름도 물어봤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재명 대표의 자택 안에 있던 현금이 대장동 일당이 건넨 자금인 것인지, 혹은 이 대표가 자택에 가지고 있던 현금의 출처가 확실한 것인지를 확인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2021년 6월은 이 대표 측근으로 분류되는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으로부터 대선 자금 명목으로 돈을 받았던 시기와 일치한다. 검찰은 김용 전 부원장을 구속기소하며 2021년 4월에서 8월까지 모두 8억 4700만 원을 받았다고 공소장에 적시했다. 이 가운데 6월 초와 6월에 각각 3억 원과 2억 원을 받았다.
검찰 수사 속보를 접한 민주당 측은 이 대표 자택에서 통장으로 입금된 1억 5000만 원의 현금 출처는 2020·2021년 재산신고를 한 사안이라고 반박했다.
더불어민주당 공보국은 “2021년 6월 28일 대선 경선을 위한 선거기탁금, 경선사무실 임차 등 2억 7000여만 원의 처리를 위해 당시 보유하던 현금을 평소 거래하던 도청 농협 계좌에 입금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 대표는 2019년 3월 20일 1억 5000만 원, 2019년 10월 25일 5000만 원 상당의 본인 명의의 농협통장 예금 인출과 2020년 3월 13일 모친상 조의금 등으로 해당 현금을 보유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수사팀 관계자는 “현재 수사 중인 내용으로 구체적 수사 내용을 말하기는 어렵지만, 관련 증거 자료를 확인하기 위해 필요한 수사를 진행 중으로 보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계좌 추적은 강제 수사에도 해당하지만 피의자도, 참고인도 다 할 수 있다”며 이 대표가 피의자로 입건됐을 가능성을 부정하지 않았다.
정진상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의 구속적부심이 기각되면서 수사는 하나씩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12월 9일 정진상 실장 구속기간이 만료되면, 그 다음 수사 대상으로는 이재명 대표만 남게 된다. 이르면 ‘12월 중 소환’이 점쳐지는데, 검찰은 ‘정중동’하며 신중한 수사를 하는 모양새다.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이재명 대표가 소환에 불응할 수도 있고, 민주당이 방탄 국회를 할 수도 있지 않느냐”며 “확실한 증거를 찾아 유죄를 입증할 수만 있다면 시간은 검찰 편이다. 검찰 수뇌부 역시 이를 잘 알기에 빠른 소환보다는 확실하게 증거를 하나하나 모으며 이 대표 측이 제대로 반박하지 못할 사실관계를 구성하는 데 집중해야 할 때”라고 풀이했다.
#북한 관련 ‘아태협’ 타고 경기도 올라가는 수원지검
수원지검의 수사도 하나씩 성과를 내고 있다. 수원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김영남)는 11월 29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외국환거래법 위반, 증거은닉교사 등의 혐의로 ‘대북송금 의혹 사건’의 핵심 인물 안부수 아태평화교류협회(아태협) 회장을 구속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안 씨는 아태협이 마련한 자금 50만 달러가 중국으로 넘어가게 한 다음, 북한 고위 측에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2018~2019년 북한 어린이 급식용 밀가루와 미세먼지 저감용 묘목 지원 사업 등의 명목으로 경기도로부터 지원금 20억 원을 받았는데 이 가운데 13억 원을 횡령한 혐의다.
검찰은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의 지시 여부 등을 주목하고 있다. 수원지검은 경기도청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하는 과정에서 문서들을 확보해 당시 경기도와 아태협이 공동 진행한 대북 사업의 내막을 확인하고 있다. 경기도 평화협력국은 2019~2020년 사이 ‘경기도지사 방북’과 관련한 문건을 다수 작성했다고 한다.
이 시기는 쌍방울과 아태협이 수백만 달러로 추정되는 외화를 중국을 거쳐 북한으로 보낸 것으로 의심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안부수 아태협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2019년 1월 당시 중국 등 국외로 외화 상당액을 반출한 사실 등 혐의 일부에 대해 인정했다고 한다. 익명의 검찰 관계자는 “지금은 자금이 중국까지 넘어간 과정을 확인했고, 아직 북한에 넘어간 것은 확인 중인 상황”이라며 “아태협이 북한과의 창구 역할을 한 부분을 확인한 뒤에, 경기도가 얼마나 이를 알고 있었는지 역시 수사해야 할 부분”이라고 귀띔했다.
향후 수사가 이재명 대표(당시 경기도지사)까지 타고 올라갈 가능성이 점쳐지는 대목이다. 앞선 검사장 출신의 변호사는 “결재서류에 서명을 한다는 것은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고, 대북 사업의 경우 국가보안법을 검토해 가면서 해야 할 지점들이 있다”며 “돈이 북한으로 넘어가는 과정을 몰랐다고 하더라도, 중간에 발생한 불법적인 행위 등에 대해 배임으로 기소가 가능하지 않겠느냐”고 설명했다.
결국 ‘돈’의 흐름이 이재명 대표를 향한 수사 속도를 결정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수수사 경험이 많은 한 전관 변호사는 “최근 수사는 돈이 어디서 나와 어디를 향했는지, 그 대가로 무엇이 오갔는지를 확인하는 패턴이고 시간이 흐를수록 ‘출처가 없는 돈’은 비중이 줄어들고 있다”며 “서울중앙지검의 대장동 사건도, 수원지검의 대북 송금 사건도 모두 돈의 흐름을 검찰이 얼마나 상세하게 설명하는지에 따라 수사 성패가 결정될 것”이라고 풀이했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