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달한 로맨스 남주에서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마로 ‘얼얼한 배신’…“만족도 95점”

11월 18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썸바디’에서 김영광은 광기 어린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마 성윤오 역을 맡았다. 성윤오는 외적으로는 성공한 건축가이지만 내적으로는 세상과 인간에 대한 혐오와 어둡고 뒤틀린 욕망으로 가득 찬 인물이다. 준수한 외모와 다정한 태도로 치장한 그는 소셜 커넥팅 앱 ‘썸바디’를 이용해 희생자를 물색한 뒤 그들을 사냥하듯 죽여 나간다.
“윤오를 만나고 준비할 시간이 꽤 길게 있었던 걸로 기억해요. 처음에는 연쇄살인마다 보니 어떻게 해야 할까 생각하니까 욕심이 많이 났어요. 좀 더 강해 보이게, 더 무섭게, 이런 욕심을 부렸었는데 시간이 지나고 나니 저 사람이 나한테 어떤 방식으로 공포감을 줄지 예상되면 오히려 더 무섭지 않겠더라고요. 그래서 이 인물이 어떤 행동을 할 거고 어떤 생각을 하는지 읽지 못하게 만들면 그 공포감이 더 크겠다 생각해서 처음 준비했던 과정을 최대한 많이 빼려고 노력했죠. 정말 현장에서 본능적, 충동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생각을 많이 안 하려고 했어요.”
190cm에 육박하는 배우의 키에 ‘벌크업’이 더해지면서 위압감을 주는 살인마의 형태가 완성됐다. 그러나 다시 거울 앞에 서서 자신을 바라봤을 땐 ‘이게 아닌데…’라는 생각이 앞섰다고 했다. ‘지능형’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마라기보다는 ‘물리형’처럼 보이는 게 마음에 걸렸던 탓이었다.

외형을 완성하고 난 뒤 김영광은 자신만의 세계 안에 갇힌 살인마가 생전 처음으로 사랑과 두려움, 그리고 집착을 느끼게 되는 일련의 감정 변화를 연기하는 데 매진해야 했다. 자신과 비슷한 성향을 가진 ‘썸바디’의 앱 개발자이자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고 있는 여자 김섬(강해림 분)에게 하염없이 끌리면서도 갑작스럽게 몰아치는 감정에 손쓸 수 없이 휘말리고 마는 윤오에 대해 김영광은 “그가 연쇄살인마라는 점만 빼면 정말 순수한 사랑이었을 것”이라고 평했다.
“윤오는 첫 살인 이후 자기가 일반적인 사람이 아니라 어떤 선을 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을 것 같아요. 자기한테 더 걸맞은 자기만의 세계를 만들어가는 와중에, 완벽하다고 생각한 자신보다 더 완벽해 보이는 여자 섬을 만나게 되면서 첫사랑에 빠져버린 거죠. 그녀를 잃고 싶지 않아 집착하게 되면서 궁지에 몰려가는 윤오가 조금씩 무너져 가는 모습을 보니 누군가 말씀 하신 ‘기괴한 멜로’라는 말이 맞는 것 같더라고요(웃음). 아마 윤오의 사랑은 나름대로 순수한 감정이었을 거예요. 진짜 처음으로 사랑한 거니까요.”
이번 작품에서 김영광과의 ‘기괴한 멜로’를 보여준 김섬 역의 강해림은 물론이고 김섬의 조력자 임목원 역의 김용지, 영기은 역의 김수연은 모두 신인이었다. 작품 자체의 어둡고 진득한 색채를 생각한다면 신인들과 호흡을 맞춘다는 것은 연기 변신과는 또 다른 도전이었을 터였다. 연기자 데뷔 15년 차를 맞이한 김영광인 만큼 현장에서는 ‘대선배’ 노릇을 했을 법도 한데, 이 질문에 대해 김영광은 “제가 그러지 않아도 될 만큼 다들 너무 잘해줬다”며 높은 완성도의 공을 신인 배우들에게 돌렸다.

‘썸바디’ 공개 전 작품들이 드라마 ‘안녕? 나야!’, 영화 ‘해피 뉴 이어’ 등 로맨스를 앞세웠기도 했고, 이전까지 그가 출연한 작품들 역시 여성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성향이었던 만큼 그의 변신은 더욱 파격적으로 다가온다. 데뷔 15년 만에 직접 선택한 도전이었던 ‘썸바디’를 무사히 마친 김영광은 영화 ‘미션 파서블’을 드라마화 한 웨이브 오리지널 ‘미션 투 파서블’에 이어 2023년 3월 디즈니 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 ‘사랑이라 말해요’의 순차적인 공개를 앞두고 있다. 파격 변신 끝에 다시 로맨스로 돌아오긴 했지만, 앞으로 자신에게 들어올 더 다양한 ‘러브콜’에 벌써부터 설렌다는 게 그의 이야기다.
“사실 제가 안 보이는 시기에도 저는 늘 촬영 중이었거든요(웃음). 제일 길게 쉬어본 게 6개월 정도였던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일중독처럼 보일 수 있는데 저는 일을 하고 있을 때 에너지가 많은 사람이라 안 하고 있으면 힘이 없어요. 집에만 가만히 있게 되고요. 저는 제가 ‘다음에 뭘 하게 될까’란 게 제일 궁금해요. 다음에는 어떤 작품으로 재미있는 걸 보여줄 수 있을까. 어떻게 보면 긍정적으로 (도전을) 받아들인다는 게 맞아요. 그걸 숙제라고 생각하기보단 그냥 다음에 또 다른 걸 내가 해내면 되지, 이렇게 생각해요.”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