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보배’ 이성민과 첫 호흡 여유 닮고 싶어…이젠 주목받는 것보다 ‘롱런’이 목표”
“신혼이라 너무 좋아요. 아내에게 굉장히 의지하고 있는데 그래서 더 안정감이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하고요. 하지만 결혼 후의 저 자신이 변하거나 그러진 않았어요. 그냥 그대로인 것 같은데 아직 잘 모르겠네요, 일주일밖에 안 돼서(웃음). 결혼으로 ‘이제 다음 챕터로 넘어갔구나’라는 기분 좋은 느낌을 받고 있어요.”
결혼 이야기로 말문을 연 이학주는 쑥스러워하면서도 묻어나는 행복을 감출 수 없어 보였다. ‘형사록’의 공개를 막 앞두고 있던 9월에 나온 소식이라 작품의 흥행까지 더해진다면 이보다 더 행복한 신혼이 없을 터였다. 총 8부작으로 11월 16일 시즌 1의 막을 내린 ‘형사록’은 방영 플랫폼인 디즈니 플러스의 국내 영향력 약화로 초반에 아주 큰 반응을 이끌어 내진 못했지만, 회차를 거듭해 가며 흡인력 있는 스토리와 배우들의 명연기로 입소문을 타며 뒤늦은 호평을 받기도 했다.
“‘친구’라는 캐릭터가 눈에도 보이지 않고 누군지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저희가 그 판 안에 들어가서 게임을 하게 되는 이야기였어요. 친구를 저희가 찾아야 하고, 친구가 하라는 것도 수행해야 되고…. 대본을 읽는 데 그런 부분이 굉장히 몰입감이 있더라고요. 1부의 엔딩을 보고 ‘아’ 하면서 2부를 읽고, 3부를 읽고 그러다가 저는 4부까지 보고 들어갔어요. 이성민 선배님은 친구가 누구인지 알고 계셨는데 저는 누군지 모르는 상태로 들어갔죠(웃음). 그렇지만 처음부터 제가 아니라는 건 알았어요. 제가 친구일 거라곤 생각도 안 해봤거든요(웃음).”
‘형사록’은 한 통의 전화와 함께 동료를 죽인 살인 용의자로 몰리게 된 형사 김택록(이성민 분)이 협박범 ‘친구’를 잡기 위해 자신의 과거 행적을 뒤쫓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다. 이학주는 극 중 금오경찰서의 전설적인 형사로 불렸던 택록을 존경해 서울에서 금오서까지 찾아왔지만, 택록을 의심하는 서장의 비밀스러운 지시를 받고 그를 감시하게 된 막내 형사 손경찬 역을 맡았다.
“이번에 ‘형사록’에서 ‘친구’가 아니지만 ‘친구’로 의심을 사야 하는 인물을 연기해야 하는 부분이 어려웠어요. 사실은 서장의 지령을 받고 감시하는 입장이지만 그게 친구처럼 보여서 의심을 사는 거죠. 경찬이는 경찰과 어울리지 않는 캐릭터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 서서히 녹아 들어가는 점도 유의해야 했어요. 헐렁한 듯하면서도 시청자들이 보시기에 ‘어, 친구인가?’ 하는 밸런스를 유지하려고 중점을 뒀죠.”
이번 작품에서 이학주는 이성민과 처음으로 호흡을 맞췄다. 택록을 존경하면서도 의심해야 하는 경찬과, 경찬이 ‘친구’일지도 모른다는 또 다른 의심으로 경계하는 택록 사이의 날 선 대치는 ‘친구’의 정체가 드러나기 직전까지 이 작품의 긴장감을 견인해 낸 관계성이었다. 그러나 촬영 직전의 이성민은 여유와 배려 넘치는 선배였다는 게 이학주의 이야기다. 비록 이성민은 이 말에 대해 “학주가 잘못 알고 있는 거고 저도 엄청 긴장한 상태인데 후배들을 배려한 것”이라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긴 했지만.
“저도 이성민 선배님이 현장에서 보여주시는 여유로움을 닮고 싶어요. 긴장되는 상황에서도 농담을 해주시는 여유요. 그런데 그렇게 여유 있으시다가도 ‘레디’ 들어가면 바로 집중하시는 거예요. 방금까지 저한테 농담 던지시다가 촬영 들어가자마자 바로 장면에 확 집중하시는데, 저는 정말로 당황했어요. 사실 저도 늘 경찬으로 있으려고 노력했지만 이학주가 가끔 보였거든요(웃음). 어떻게 저렇게 바로 연기하실 수 있는지 촬영 때마다 정말 경이로웠죠.”
긴장한 선배조차도 농담이 술술 나오게 할 정도로, 반대로 이학주가 선배들을 배려한 것은 아니었을까. ‘마이 네임’ 때 연령대도 연차도 높은 박희순 등의 남자 선배들에게 귀여움을 많이 받았다는 이학주는 ‘형사록’에서도 촬영장의 귀여운 막내로 선배들의 애정과 관심을 톡톡히 누렸다고 했다. 정작 본인은 “왜 저를 귀여워하시는지 잘 모르겠다”며 웃음을 터뜨렸다.
“그냥 (유머 코드가) 잘 맞아서 그런 게 아닐까요(웃음). 안 그래도 긴장을 많이 하는데 그걸 줄이려고 오히려 장난을 많이 치게 되고, 그러면 또 선배님들이 재미있어 하시고 귀여워 하시고…. 그런 게 겹겹이 쌓여서 아주 귀여워하는 사이가 되는 것 같아요(웃음). 제 실제 성격이 풀어지면 풀어질수록 좀 더 애교가 있게 되는 성격이거든요. 장난도 많이 치고요. 가장 많은 장면을 함께한 경수진 선배님(이성아 형사 역)에게도 장난치고, 의지하기도 하면서 그렇게 지냈어요(웃음).”
그런 이학주에게 있어 올해 결혼 외에 가장 기억에 남는 변화는 역시 '형사록'의 출연이다. 매주 일요일 아침 8시에 일어나 '디즈니 만화동산'을 챙겨보던 아이가 디즈니 작품의 일원이 됐으니, 작품 속 자신을 볼 때마다 매번 신기할 수밖에 없다는 게 그의 이야기다. 마법 같은 1년을 보낸 이학주는 종종 거울을 보며 스스로에게 이런 행복을 확인받고 있다고 말했다.
“올 한 해를 돌아보면 정말 너무 좋았기에 아쉬움이 별로 없어요. 물론 하루하루는 힘든 날이 있었겠지만 돌아봤을 땐 ‘이렇게 좋아도 되나’ 싶을 정도로 사랑도 많이 받았고 작품도 너무 재미있게 촬영했거든요. 거울을 보며 저한테 물어봐요. ‘행복하지? 그래 보여’(웃음). 5년 전만 해도 사람들에게 주목 받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그 시간이 지난 뒤 지금의 저는 그저 오랫동안 이 일을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 더 커졌어요. 예상했던 것보다 더 오래 버텼다는 생각도 들고요. 어쨌든 오래 하고 있으니 의심하지 말고 더 열심히 해 나가야겠다는 생각을 해요.”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