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률 높아 현장에서 외면, 상장도 불투명…KT “당장 이익보다는 미래 시너지 보고 투자”
#"불량률 상당해 현장에선 도저히 못 쓰겠다"
KT는 식당에서 음식을 나르는 서비스 로봇을 임대 형식으로 판매하고 있다. KT에 로봇을 제공하는 로봇 제조사로는 국내의 현대로보틱스와 LG전자, 그리고 미국의 베어로보틱스가 있다.
그런데 일요신문 취재 결과, KT가 임대 형식으로 판매 중인 AI 서비스 로봇 중 해지 없이 운영 중인 현대로보틱스 로봇은 13대에 그쳤다. 지난 2년간의 기간을 고려하면 실적이 지나치게 저조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KT 영업직 직원들의 증언에 따르면 현장에서 현대로보틱스의 서비스 로봇 품질 지적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KT 한 영업직 직원은 “불량률이 상당해 고장이 잦고 현장에서 도저히 쓰기 어렵다는 얘기가 많이 나왔다”고 말했다.
고장이나 오류가 확인될 경우, AS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이 현장 직원들의 목소리다. 올해 3분기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현대로보틱스의 ‘모바일 서비스, 로봇부품 판매 및 A/S’ 실적은 전체 매출의 약 15%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KT에서 판매한 로봇에 대해서는 별도의 AS를 받아주지 않았다는 것이 KT 현장 직원들의 공통된 증언이다. 현재 AI 로봇의 고장신고는 KT의 엔터프라이즈 미래사업통합센터에서 기가 에너지, 기가 아이즈와 함께 접수받고 있다.
KT 한 직원은 “현대로보틱스와 AS 계약이 아예 안 돼 있었던 것 같다. 로봇 구매 시 할당받은 연락처도 결번이라고 뜨면서 하도 민원이 잦으니까 임시방편으로 CCTV 고객센터인 기가 아이즈에서 전화를 받아주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KT 다른 직원은 “고장나면 제대로 고칠 방법이 없으니 결국 해당 로봇을 회수하고 LG나 베어로보틱스로 전량 교체해줬다. 점주가 해지를 원할 경우에는 위약금 없이 해지해줬다”고 말했다.
AS 문제에 대해 KT 측은 우선 자체적으로 AS를 처리하고, 필요한 경우 제조사에게 의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KT 관계자는 “저희 자체 로봇 전문 인력이 전국에 배치돼 있기 때문에 이슈가 발생하면 AS를 따로 해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판매 실적이 저조한 탓에 최근 KT가 판매 중인 현대로보틱스 서비스 로봇 판매 가격이 눈에 띄게 낮아졌다. 현대로보틱스, LG전자, 베어로보틱스가 제공하는 로봇의 12~36개월 임대 형식의 판매 가격은 65만~95만 원 수준으로 동일하다. 그러나 프로모션을 살펴보면 격차가 상당하다. KT가 부담하는 베어로보틱스와 LG전자 로봇의 한 달 할인가는 5만 원에 불과한 반면, 현대로보틱스의 서비스 로봇 한 달 할인가는 30만~35만 원에 육박했다. 그로 인해 최종가가 30만 원 가까이 차이가 나는 셈이다.
#불투명해진 현대로보틱스 상장 가능성
현대로보틱스는 KT와 단순히 협력관계에 있는 로봇 제조사가 아니라 지분을 투자한 회사다. 현대로보틱스는 2020년 5월 HD현대 로봇사업부문이 물적분할하며 신설됐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지주사인 HD현대가 90% 지분을 가지고 있다. 유일하게 지분을 투자한 회사가 KT다. 구현모 KT 대표이사가 대표이사에 취임한 직후인 2020년 6월 첫 전략적 투자로 선택한 것이 현대로보틱스의 지분 확보였다. 당시 KT는 500억 원을 들여 현대로보틱스 지분 10%를 인수했다.
현재 KT는 현대로보틱스에서 만드는 로봇을 공급받아 판매하면서 판매가격의 약 30%를 수익으로 가져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실제 월 임대료를 내는 로봇 대수가 저조한 까닭에 로봇 판매로 인한 수익은 미미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상황에서 KT가 2020년에 이뤄진 지분 투자의 과실을 따는 방법은 현대로보틱스의 상장밖에 없다. 실제로 출범 직후 유상증자를 통해 KT의 투자를 유치한 현대로보틱스는 2022년 이후 상장을 추진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현대로보틱스가 상장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글로벌 경기 침체 영향으로 IPO(기업공개·상장) 시장이 얼어붙은 데다 출범 당시 내세운 매출 목표를 하나도 달성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로보틱스는 2017년 출범 당시 ‘2021년 매출 5000억 원 달성’을 목표로 내걸었다. 그런데 지난해 1893억 원의 매출을 내는 데 그쳤다. 심지어 영업기간이 7개월에 불과했던 2020년 매출(1953억 원)에 비해서도 줄어든 실적이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매출이 더 줄어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올해 3분기까지의 매출은 1387억 원 수준으로 전년 동기(1464억 원) 대비 매출이 더 줄었기 때문이다. 다음 목표인 2024년 매출 1조 원 달성도 이대로라면 요원하다. 올해 3분기 수익성 중심의 선별 수주와 산업용 로봇 시장에 집중하면서 영업이익을 흑자전환하는 데 성공하긴 했지만 매출이 제자리걸음인 탓에 원하는 만큼의 기업가치를 인정받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이와 관련, KT 또 다른 직원은 “로봇 판매는 현장에서 민원이 빗발치고 500억 원이라는 거금은 도대체 언제 회수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 내부에서도 대표가 무리한 투자와 협업으로 KT에 손해를 입혔다는 의견이 나온다”라고 지적했다.
KT 측은 “KT의 지분 투자는 당장의 이익보다는 KT의 로봇 사업 발전을 위해 로봇 제조사인 현대로보틱스와의 시너지를 기대하며 이뤄진 투자”라며 “현재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커진 탓에 IPO를 논하기 이른 시점이고 로봇 사업도 1, 2년 만에 성숙하기 어렵기 때문에 시간을 두고 봐주시면 좋은 결과로 주주들께 보답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