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 보호 얘기하려면 위믹스 유통량 업데이트 제때 했어야…위믹스의 미래 어둡다고 봐”
10월 27일 위믹스가 상폐되기 전 유통량 문제를 최초 제기한 인플루언서가 있다. 텔레그램 커뮤니티 ‘변창호 코인사관학교’를 운영 중인 변창호 씨는 10월 중순부터 위믹스에 대한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변 씨는 위믹스가 코코아파이낸스를 통해 자산을 유동화시켰을 때, 위믹스 물량이 코인마켓캡(가상자산 정보 사이트)이나 거래소에 등록된 개수와 맞지 않았다고 알린 바 있다.
일요신문은 변 씨를 직접 만나 위믹스가 상폐까지 오게 된 상황과 DAXA와 위믹스 사이의 충돌에 대한 소회도 들어봤다. 변 씨는 “위믹스 투자자에겐 독이지만, 한국 가산시장 전체에는 약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변 씨는 얼굴을 드러내지 않고 활동해 사진 촬영은 진행하지 않았다. 다음은 일문일답.
―위믹스 이슈를 10월 중순부터 제기해 왔다. 계기가 있었나.
“원래 클레이튼 관련 문제를 제기해 왔다. 블록체인 상에서 일어나는 트랜잭션(거래)에 대한 기록인 온체인 데이터를 클레이튼 중심으로 보다 보면 위믹스가 자주 등장했다. 클레이튼과 위믹스가 협력사다 보니 여러 부분 얽히게 됐고, 그래서 주목하게 됐다. 처음에 위믹스는 크게 관심이 없었는데 위믹스가 어떤 곳인가 대충 살펴봐도 이상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초기에는 코코아파이낸스 유동화 관련 이슈를 제기했다.
“내가 위믹스가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하게 된 결정적 이유가 코코아파이낸스 유동화 관련 이슈였다. 위믹스 팀이 코코아파이낸스라는 탈중앙화 금융(De-Fi)에서 위믹스를 담보로 맡기고 달러를 인출한 일이었는데, 원리는 주택담보대출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아파트를 담보로 맡기고 돈을 빌리는 걸 비유동자산을 유동화했다고 표현한다.”
―유동화를 왜 큰 문제라고 지적했나.
“일단 규모가 너무 컸다. 시장 유동성에 비해 너무 말도 안 되는 양의 위믹스를 담보로 맡긴 셈이다. 예를 들어 1000억 원가량 위믹스를 맡기고 돈을 빌렸는데, 위믹스가 일정 가격 이상 하락하면 De-Fi에서는 빌려준 돈을 보전하기 위해 위믹스를 강제청산하고 시장에 던진다. 그런데 이 정도 물량을 받아줄 유동성이 없고 매도 물량이 계속 쏟아지면 가격은 그대로 수직으로 하락하게 된다. 두 가지 문제가 생기는데 위믹스 팀 쪽에서는 가장 중요한 자산인 코인을 잃어버리면서 가격이 0에 가깝게 폭락할 수도 있다. 코코아파이낸스 측 입장으로도 담보로 받은 위믹스를 청산해도 빌려준 돈을 보전할 수 없기 때문에 De-Fi 전체가 망할 수도 있다. 코코아파이낸스에 돈을 맡긴 사람들은 돈을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위믹스 팀과 De-Fi 업체 모두 재앙적인 상황을 맞이할 수 있는데 이런 거래를 왜 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청산당하지 않으면 되는 것 아니냐는 반론을 제기할 수도 있지 않나.
“비유하자면 국가가 자국의 가장 중요한 문화재, 자산들을 맡기고 일정 이상 환율이 올라가면 청산당한다는 거래를 체결했다고 해보자. 국가 재산을 담보로 리스크를 지는 거래 자체를 누가 용납하겠나. 특히 위믹스는 이미 가격 하락 당시에도 최고점에서 10분의 1토막에 가까워진 상태였다. 이런 상황에서 추가 하락이 없다고 가정하는 게 무의미하다고 본다. 또한 이미 한 번 10억 원가량을 청산당한 적이 있다. 비유가 비약적일 수도 있는데 그 정도로 말이 안 되는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코코아파이낸스 이후 유통량 문제를 제기했다.
“코코아파이낸스 이후 위메이드가 전자공시에 올려둔 분기 보고서와 온체인 데이터 등을 보면서 유통량을 체크했는데 모순이 한둘이 아니었다. 먼저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가 ‘1월 이후 유동화 없다’고 했는데 이후에도 코코아파이낸스 통한 담보 대출이 있었다. 매도만 안 했을 뿐이지 담보 대출 통한 현금화는 유동화가 아니라고 볼 수 있나. 이런 식으로 도저히 납득하지 못할 해명이 많았다.”
―코인마켓캡과 실제 유통량이 다른 문제는 왜 발생했나.
“코인마켓캡은 사람들이 편하게 참고할 수 있는 자료지만 권위 있는 국가기관 같은 곳은 아니다. 가상자산 프로젝트에서 코인마켓캡에 유통량을 보내주면 업데이트하는 구조다. 이 유통량을 업비트나 빗썸에서도 참고하는 식이다. 위믹스는 유통량 업데이트를 하지 않고 방치해뒀기 때문에 유통량 차이가 발생했다. 코인마켓캡에 등록된 유통량과 실제 유통량이 다르면 투자자가 가상자산 투자 시 비싼지, 싼지 알 수가 없다. 프로젝트에서 투자자 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노력이 유통량을 제때 업데이트하는 거다.”
―의혹 제기가 지속되자 위메이드 측이 사실상 변창호 씨를 지목하면서 고소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내기도 했다.
“보도에 따르면 위메이드 측이 ‘최근 텔레그램 등을 통해 유포되고 있는 위믹스 유동화 등 악의적 소문은 모두 다 사실이 아니다’라면서 ‘10월 20일 분당경찰서에 유튜브와 텔레그램 등에서 활동하고 있는 A 씨를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형사고소했다’고 하는데 아직 고소됐다고 연락해 온 게 없다. 개인적으로는 위메이드가 고소하지 못한다는 입장이다. 명예훼손 소송에서 허위 사실을 다투기 위해 싸우다 보면 더 많은 진실이 드러날 수 있는데 위메이드가 감당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11월 24일 DAXA가 위믹스 상폐 결정을 내렸다. 결정이 공지되기 전 예상은 했나.
“사실 예상 못했다. 너무나 치명적인 이슈기 때문에 ‘상폐가 돼야 한다’는 생각은 했지만 위믹스를 상장시킨 거래소 측도 개미 편이 아니기 때문에 투자자 보호 조치를 위해 나서 줄 것이라는 예상을 못했다. 진정한 투자자 보호 조치는 문제 있는 가상자산을 계속 상장시켜두는 게 아니라 문제 있는 가상자산을 상폐시켜서 투자자와 거리를 두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상폐 소식을 들었을 때는 일종의 개혁이 시작됐다고 인식했다.”
―11월 25일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의 위믹스 상폐 관련 기자간담회를 보면, 장 대표는 ‘위믹스 상폐 사태와 관련해 거래소의 절차와 통보 과정이 명확하지 않았다’며 업비트를 향한 공격이 대다수였다. 기자간담회는 어떻게 봤나.
“투자자 보호를 얘기하려면 최소한 코인마켓캡에 유통량 업데이트를 제때 해야 했다. 그것도 안 하고 업비트가 투자자 보호 안 한다고 얘기하니 신뢰가 가지 않는다. 최근 위믹스가 자동으로 반영되도록 업데이트했는데 늦은 감이 있다. 또한 DAXA가 잘못한 부분이 있다면 그 부분을 처벌 받아야 하고 고쳐져야 한다. 그런데 위믹스가 잘못한 부분도 처벌 받아야 한다. 유통량 반영은 기본적인 부분이고 초과 유통이나 공시와 다른 유동화 문제는 치명적인 잘못이라 생각한다.”
―장 대표는 유통량이 안 맞는 다른 가상자산 프로젝트는 놔두고 위믹스만 상폐된 것은 억울하다고 얘기한다.
“위믹스는 다른 가상자산과 달리 중앙집중화된 편이다. 탈중앙화된 가상자산과 위믹스를 같은 잣대로 보긴 어렵다. 성실하게 운영 중인 가상자산은 수동으로 업데이트 하지 않아도 유통량이 늘어나는 즉시 코인마켓캡에 반영되게 돼 있다. 내가 문제가 많다고 했던 클레이튼도 발행 즉시 반영된다. 물론 다른 가상자산 전수조사를 통해 문제가 있는 가상자산을 상폐시키는 건 적절한 조치라고 본다.”
―위믹스의 미래, 어떻게 전망하나.
“어둡다고 본다. 수십 분의 1토막 난 가격이 말해주고 있지 않나. 특히 위믹스는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가 거래액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었다. 여기에 위메이드가 업비트와 전쟁을 선포하는 바람에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재상장도 어렵게 됐다고 본다. 그나마 바이낸스 등 해외 거래소 상장이 최선인데, 이들도 국내 가상자산 시장에서 상폐된 가상자산을 상장하기에 부담을 느낄 수 있다. 지금 순간 봤을 때 위믹스가 P2E(Play To Earn) 관련 트랜잭션이 많이 늘어나고 있지도 않다. 앞으로 잘되려면 처음 세운 프로젝트 구조부터 다 바꾼다고 생각해야 가능하리라 본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