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대출 여력 제한되면 대출금리 상승…예대마진 확대로 이익 증가 기대 은행주 상승세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11월 25일 “금융권의 과도한 자금확보 경쟁은 금융시장 안정에 교란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업권 간, 업권 내 과당경쟁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10월 초 정부는 은행채 발행 자제를 ‘권고’했다. 은행으로 채권시장 자금이 쏠리면 단기자금 시장에 돈이 부족한 상황이 심해질 것을 걱정해서다. 이에 은행은 예금금리를 높여 수신으로 대출자원을 조달하기 시작했는데 이자율이 5%를 넘으며 저축은행을 앞지르는 경우까지도 발생했다. 저축은행으로서는 유일한 자금조달원인 예금 수신에 빨간불이 들어온 셈이다. 보험료 수익이 자금조달원인 보험사에서도 이자율이 더 높고 안전한 은행으로의 이동을 위해 저축성 상품을 해약하는 사례가 급증했다. 2금융권 보호를 위해 시중자금의 은행 쏠림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 금융위의 판단이다.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원칙적으로는 경쟁이나 금리는 시장에 맡기는 게 맞는데 이례적이고 특이한 상황이라 수신 쪽에 권고를 했다”면서 “금리 자체보다는 자금 확보를 위한 과당경쟁을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얘기했다”고 설명했다. 예금금리 인상을 자제시키면 대출금리 상승도 관리해야 하지만 금융당국 관계자는 “직접 지시할 수는 없어 금융감독원에서 적극적으로 지도를 하고 있다”고 물러섰다.
가파르던 예금금리 상승세는 최근 주춤해졌지만, 대출금리는 그렇지 않다. 이익증가 기대로 은행 관련주 주가는 상승세다. 한국은행의 10월 금융회사 가중평균 금리 통계를 보면 예금은행 저축성수신(예금) 평균금리는 연 3.38%에서 4.01%로 0.63%포인트(p) 상승했다. 상호저축은행의 예금금리(1년 만기 정기예탁금 신규취급액 기준)는 연 5.22%로 한 달 새 1.45%p 뛰었다. 신용협동조합(4.59%), 상호금융(4.33%), 새마을금고(4.68%)에서도 각 0.93%p, 0.95%p, 0.97%p씩 예금금리가 높아졌다.
11월 들어서는 시중은행에서 5%대 예금이 등장했다. 지난 11월 13일 우리은행을 시작으로 KB국민은행, NH농협은행, 하나은행이 잇따라 상품을 내놨다. 하지만 이후 은행채 금리 하락과 정부의 개입으로 대부분이 현재는 5대 시중은행 가운데 하나은행만 5%대 이자를 제시하고 있다.
대출금리는 다른 모습이다. 주춤하기보다는 더 오를 조짐이다. 10월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금리(가중평균·신규취급액 기준)는 연 5.34%로 전달 대비 상승폭은 0.19%p에 그쳤다. 이는 시장금리보다 낮은 안심전환대출(연 3.7%∼4.0%)이 풀리면서 주택담보대출 금리(4.82%)의 상승폭이 0.03%p로 제한된 결과다. 반면 일반 신용대출 금리는 0.60%p 오른 7.22%로 2012년 6월(7.89%) 이후 가장 높았다. 기업 대출금리(연 5.27%)는 9월(4.66%)보다 0.61%p 높아지며 상승폭이 가장 컸다.
12월부터는 부동산 규제지역 완화와 함께 담보인정비율(LTV)이 상향된다. 주담대 제한 기준도 일부 풀린다. 단군 이래 최대 단지로 꼽히는 둔촌주공 청약도 시작된다. 전용면적 84㎡를 제외하면 중도금 대출이 가능하다. 대출수요가 더 늘어나는 가운데 수신이 주춤해지면 은행으로서는 예대마진을 더 높일 이유가 된다. 지난해 4분기에도 정부가 대출규제 총량관리를 하면서 은행들의 예대마진이 확대됐다. 물건을 더 팔아 이익을 늘리지 못하자, 물건 값을 올려 이익을 확보하려 한 결과다.
실제 증시에서 은행 관련주는 안정적 이익을 기반으로 높은 배당이 가능할 것이란 기대에 힘입어 가파른 상승세다. 10~11월 상승률은 KB금융 20%, 신한지주 13.7%, 하나금융 25.7%, 기업은행 17.6%, 카카오뱅크 24.9% 등이다. 신한지주를 제외하면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 14.7%를 앞선다. 지방은행지주도 DBG금융(13.6%)을 제외하면 BNK금융(22.8%), JB금융(21%)이 모두 시장 평균을 웃도는 상승률을 보였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