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입성 걸린 중요한 시점, 폐과 방침 들리자 국내외 바둑계 우려…명지대 측 “확정된 건 아니다”
#"경쟁률 높고 유학생 많은데 왜 갑자기…"
1997년 세계 최초로 명지대에 창설된 바둑학과는 그동안 국내외에서 큰 주목을 받아왔다. 바둑산업 분야 주요 인력들을 배출하고, 바둑학을 학문적으로 정립했으며 수십 편의 석·박사 논문은 물론, 관련 분야의 이론서를 다량 출판했다. 이외에도 바둑 교육 과정 체계화에 힘쓰는 등 국내 바둑계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해외에서도 관심을 얻어 아시아는 물론 유럽, 미주 등지의 유학생들을 유치하는 데 일조했다. 2022년까지 바둑학과를 다녀간 유학생의 숫자는 대학원을 포함해 85명으로 한국은 물론 아시아와 유럽, 미주 등지에서 활약 중인 수백 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명지대는 바둑학과 폐지 이유로 바둑이 사양산업이며 젊은 층 바둑 인구의 감소 등을 들고 있다. 하지만 바둑학과 측은 전 인구의 23%가 즐기는 취미활동은 결코 사양산업이 아니며 아동 및 청소년 바둑 인구는 오히려 과거보다 늘었고, 충원에 문제가 없을 뿐만 아니라 정원 외 유학생도 많은 학과를 없애는 것이 논리적으로 타당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남치형 명지대 바둑학과 주임교수는 “명지대 바둑학과는 학령인구의 급격한 감소 속에서도 해마다 3 대 1 이상의 경쟁률을 기록하고 있고, 1차 합격자가 그대로 입학하는 학과”라면서 “중국 대학들과도 협약을 맺어 학생 및 연구 교류를 하고 있으며 학부와 대학원에 유학생도 많아 학과 지표가 나쁘지 않다는 것은 학교 측도 인정하는 부분”이라며 “왜 갑자기 바둑학과 폐지가 거론되고 있는지 전혀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국가 경쟁력 떨어뜨리는 행위…제고해야"
바둑학과 폐지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많다. 서효석 대한바둑협회 회장은 “바둑은 현대사회 최대 화두인 청소년 게임중독과 치매를 예방할 수 있는 최고의 선택이고 아시안게임에 이어 올림픽 정식종목 채택도 눈앞에 두고 있는 게임”이라면서 “또 하나의 한류 종목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은 바둑을 명지대에서 저버리는 것은 대한민국의 국가 경쟁력을 스스로 떨어뜨리는 행위”라며 학교 측이 바둑학과 폐지를 제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재호 한국기원 사무총장도 “명지대 바둑학과는 바둑계는 물론 대한민국을 대표할 수 있는 콘텐츠를 지닌 곳”이라면서 “바둑학과 폐지는 어불성설이며 한국기원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동원해 바둑학과 폐지를 저지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해외에서도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유럽바둑연맹(EGF) 마틴 스티어스니 회장은 “37개국이 가맹돼 있는 유럽바둑연맹 회장으로서 명지대학교 바둑학과가 그동안 보여준 활동에 경의를 표한다. 유럽에서는 명지대 바둑학과를 졸업하고 파견된 바둑지도자, 바둑행정가의 더 많은 도움을 필요로 하고 있다. 향후 더 많은 바둑학과 출신 전문가들이 유럽에서 보급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갑자기 폐과 소속이 들려 당황스럽다. 잘 해결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또 국제바둑연맹(IGF) 토마스 시앙 부회장은 “국제적 인지도를 갖춘 학과를 폐지하는 것은 전 세계적인 마인드스포츠 분야의 성장에 역행하는 일”이라며 “바둑은 현재 IOC(국제올림픽위원회) 종목으로 인정되기 직전 상태이고, 이의 완성을 위해 국제바둑연맹은 한국과 명지대 바둑학과의 협력이 절실히 필요하다. 바둑이 올림픽에 입성할 수 있는 아주 중요한 시점에 기회를 놓치게 될 것이다. 명지대는 바둑학과라는 보석과 같은 존재를 없애지 말고 더 발전시키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 밖에 순더창 중국 상하이 건교대학 교수를 비롯해 독일, 캐나다, 미국, 스페인 등 15개국에서 바둑학과 폐지에 대한 우려를 전달했다.
명지대와 바둑계 소식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명지대 바둑학과는 현 유병진 총장의 친형인 유영구 총장이 1997년 한국기원 부이사장 시절 창설한 학과다. 그런데 국내외적으로 평판이 좋은 학과의 폐지 이유가 현 총장의 사사로운 감정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들린다”면서 “바둑을 학문적으로 연구하는 세계 유일의 학과가 사적 감정으로 없어진다면 매우 불행한 일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명지대학교 통합추진위원회 측은 일요신문에 “바둑학과 폐지는 최종 확정된 것이 아니라 인터뷰는 어렵다. 추후 최종안이 나오면 말씀드리겠다”고 전했다.
만일 명지대가 바둑학과를 폐지하게 된다면, 빠르면 2025년도 입시부터 바둑학과는 신입생을 받을 수 없게 된다. 이는 그동안 바둑학과를 목표로 준비했던 많은 학생들에게 큰 충격이 아닐 수 없고, 한국은 물론 세계 바둑계도 커다란 타격을 받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유경춘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