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마저 우왕좌왕 결국 무승부 처리 재대국…중국·일본선 “퉈자시 억지, 강동윤 승리” 반응 눈길
한국의 두 번째 주자 강동윤은 1라운드 마지막 경기에서 중국 판팅위 9단을 물리친 여세를 몰아 일본 시바노 도라마루 9단, 퉈자시 9단, 일본 위정치 8단을 내리 꺾고 4연승, 한국 우승에 청신호를 밝혔다. 한편 일본의 주장 이야마 유타 9단은 강동윤의 연승을 저지한 롄샤오를 꺾고 일본의 전패 탈락 수모를 막아냈다.
그런데 이번 농심배 2차전은 강동윤 9단의 연승보다 중국 퉈자시 9단과의 농심배 사상 초유의 ‘4패빅 무승부’가 화제를 모았다.

서른을 넘긴 퉈자시(1991년생)는 중국 기사 중 노장에 속한다. 이번 중국대표 중 최연장자다. 2014년 LG배 우승 이후 뚜렷한 성적을 내지 못하다가 올해 갑자기 성적을 내며 농심배 중국대표에 승선했다. 상대전적에서 강동윤에 조금 앞선다. 2008년 첫 대결 이후 강동윤에 2연패를 당했지만 그 후 4연승을 거뒀다. 중국이 2번 주자로 퉈자시를 낙점한 이유일 것이다.
바둑은 치열했다. 백을 든 강동윤이 줄곧 흐름을 주도했지만 중반 타개가 꼬이면서 퉈자시가 크게 앞서기도 했다. 하지만 퉈자시에게 다시 실수가 나오면서 바둑은 무난히 강동윤이 승리하는 듯 보였다. 그런데….


강동윤과 퉈자시가 대국을 중지하고 심판에게 판정을 요청하자 심판은 처음에는 중국 측에 퉈자시의 패배를 통고했다. 좌하는 빅이지만 그것을 둘러싼 흑돌이 살아있지 못하므로 흑 전체는 죽었다는 판정이었다. 그러자 중국 측에서는 퉈자시의 패배라는 근거 규정을 요구했고, 여기서 또 해프닝이 발생한다.

그러니까 대부분의 프로기사들과 심판마저 이 형태와 규칙에 대한 정보가 아예 없었던 셈. 어쨌거나 저쨌거나 이번엔 한국기원의 일반 규정 “무승부가 발생한 경우 반드시 당일 재대국을 통해 승부를 결정한다. 재대국의 제한시간은 각 대국자의 남은 시간으로 한다”는 규정에 따라 오후 9시부터 재대국이 이뤄졌고, 여기서 강동윤이 승리하며 길었던 해프닝은 막을 내리게 된다.
바둑은 끝났어도 논란은 그치지 않았다. 재미있는 것은 당사자인 한국보다 중국과 일본에서 반응이 뜨거웠다는 것이다. 중국과 일본에서는 강동윤이 이긴 것이 맞다는 주장이 주를 이뤘다.
중국 원로 녜웨이핑 9단은 “중국룰로 따져 봐도 이건 퉈자시의 대마가 죽은 것이 맞다”고 했으며, 중국랭킹 1위 커제 9단 역시 “왜 이 형태가 한국에선 무승부가 되는지 모르겠다”고 말하며 “이 모양이 4패빅이라는 퉈자시의 주장은 억지스럽다. 강동윤의 승리가 맞는 것 같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일본에서 활약하고 있는 류시훈 9단도 “현재 한국, 중국, 일본, 대만의 바둑룰이 전부 다르다. 그런데 이 형태를 두고는 한국만 유일하게 무승부라 하고, 다른 나라에서는 모두 흑이 지는 것으로 처리하고 있다. 한국룰이 무승부라 하는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개선의 필요성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2차전까지 마친 현재 각국의 성적표는 한국이 4승 2패, 중국 4승 3패, 일본이 1승 4패다. 남은 기사는 한국 3명(신진서, 변상일, 박정환) 중국 2명(커제, 구쯔하오) 일본 1명(이야마 유타)이다.
우승국이 가려지는 3차전은 내년 2월 20일부터 이어진다. 랭킹1위 신진서 9단, 2위 변상일 9단, 3위 박정환 9단을 남겨두고 있는 한국은 이야마 유타 9단에 맞설 3번 주자로 박정환 9단을 발표했다.
한중일의 ‘바둑삼국지’로 불리는 농심신라면배는 한중일 3국의 대표 선수 5명이 팀을 이뤄 연승전으로 최강국을 가리는 대회다. 우승국에 5억 원의 상금이 주어진다.
유경춘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