챔프 1차전 밤 11시 명승부 승리로 기세, 창단 첫해 통합 우승…한철균 감독 “선배들껜 죄송하지만 정말 기뻐”
19일 한국기원 내 바둑TV스튜디오에서 막을 내린 편강배 2022시니어바둑리그 챔피언결정전 2차전에서 경기 고양시(감독 한철균)가 부산 KH에너지(감독 김성래)에 종합전적 2-0으로 승리했다.
앞서 18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 챔피언결정전 1차전에서 2-1로 승리한 경기 고양시는 이로써 종합전적 2전 전승으로 2022년 시니어바둑리그 통합챔피언에 올랐다.
#챔피언결정전 1차전이 고비
고양시의 우승은 어느 정도 예상된 결과였지만 과정은 쉽지 않았다. 특히 챔피언결정전 1차전이 고비였다.
고양시 김승준 9단이 서봉수 9단을, 부산 김일환 9단이 김찬우 6단을 꺾으며 1승씩 나눠가진 두 팀의 1차전 운명은 3국에 출전한 백성호 9단과 오규철 9단에게 맡겨져 있었다.
피차 부담스럽긴 마찬가지였던 이 승부는 올해 시니어리그 경기 중 최장 시간을 기록한 혈전이었다. 대국 종료 시각은 밤 11시 8분. 제한시간 30분의 시니어리그에선 볼 수 없었던 명승부이기도 했다.
팀 운명이 걸린 이 승부에서 부산 오규철 9단은 한때 AI 예상승률 97%를 기록할 정도로 형세를 주도했으나, 막판 끝내기에서 분전한 백성호 9단이 1집반 차이로 역전시켰다.
대국이 끝난 후 백성호 9단이 일성으로 “소감을 말할 기운도 없다. 빨리 집에 가서 쉬고 싶다”고 했을 정도로 어려운 바둑이었다.
1도가 그 대국. 잔 끝내기만 남겨둔 가운데 이대로 마무리된다면 백을 든 오규철 9단의 반집 승리. 그런데 백1이 이 바둑의 패착이 됐다. 흑이 재빨리 2·4로 젖혀 잇자 AI 승률그래프는 슬그머니 흑 쪽으로 넘어가버렸다.
백의 정답은 2도였다. 우선 백1로 따내 흑2의 굴복을 받아낸 다음(흑2를 손 뺄 수는 없다. 패 부담이 너무 크다) 백3·5의 젖혀이음이 절대선수. 그런 다음 흑6 때 백7로 두었으면 승패가 바뀌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오규철 9단이 왜 백3·5의 절대선수를 외면했는지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이 1차전 승패가 사실상 이번 챔피언결정전의 향방을 갈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2차전은 기세를 탄 고양시가 그대로 밀어붙여 우승컵을 안았다.
#서봉수 9단 부진이 아쉬웠던 부산 KH에너지
챔피언결정전 2차전은 1차전과 똑같은 대진으로 시작됐다. 고양시는 주장 김승준 9단이 KH에너지 주장 서봉수 9단에게 200수 만에 백 불계승을 거뒀다. 1차전에서도 서 9단에게 이겼던 김 9단은 챔피언결정전에서도 2연승으로 정규리그 1위 팀 주장다운 활약을 이어갔다.
반면 서 9단은 올해 시니어리그에서 극히 부진했다. 정규리그 6승 8패로 승률 50%에도 미치지 못했고 포스트시즌에서도 컨디션이 올라오지 못했다. 50여 년 프로생활 중 최악의 한 해가 아니었을까 싶다.
3도를 보자. 백을 든 김승준 9단이 1로 씌워 공격의 나팔을 불었을 때 일견 멋진 감각으로 보이는 서봉수 9단의 흑2가 욕심. 백이 한사코 3·5로 갈라오자 흑이 괴로워졌다. 하변은 백의 입김이 강한 곳이므로 흑은 직접 움직이기보다 우회전술을 쓰는 것이 좋았다. 4도가 한 예로 우선 흑1·3으로 가볍게 뒷맛만 남겨두고 우하귀 흑5로 손을 돌렸으면 이제부터의 바둑이었다.
이후 실전진행이 5도다. 흑이 7까지 좌충우돌 해봤지만 백10으로 하변을 막자 국면의 주도권은 일찌감치 백쪽으로 넘어가버렸다(200수끝, 백불계승).
챔피언결정전 결승점은 김찬우 6단의 몫이 됐다. 김일환 9단에게 1차전에서 패했던 김찬우 6단은 다시 만난 2차전에서 277수 만에 흑3집반승을 거두고 팀 우승을 결정지었다.
감독 데뷔 첫 해 우승컵을 안은 한철균 감독은 “선배님들한테 조금 죄송하지만 정말 기쁘다. 시니어리그 시청률이 많이 올랐다 하니 또 행복하다. 앞으로도 시니어바둑리그를 많이 사랑해 주시고, 여자바둑리그 우승팀과의 맞대결에서 꼭 승리하고 싶다”고 우승소감을 밝혔다.
편강배 2022 시니어바둑리그의 우승상금은 3000만 원이며, 준우승 1500만 원, 3위 1000만 원, 4위 상금은 500만 원이다.
유경춘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