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유통량 위반에 따른 상폐 결정 문제 없다고 판단…위믹스 1000만 달러 규모 바이백&번으로 대응
11월 24일 국내 가상자산 프로젝트 1, 2위를 다투던 위메이드의 위믹스가 업비트, 빗썸 등 국내 주요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유통량 문제를 이유로 모두 상폐 결정됐다. 위메이드 측에서는 DAXA(디지털자산 거래소 공동협의체) 측의 거래 지원 종료에 대응해 11월 28일 업비트와 빗썸을 상대로, 11월 29일에는 코인원과 코빗을 상대로 상장 폐지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이 소송은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 50부에 배정돼 ‘거래지원종료결정 효력정지가처분’을 심사하게 됐다. 그리고 12월 7일 재판부가 위메이드 측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면서 상폐가 결정됐다.
위메이드 측 변호인은 상폐 기준이 모호할 뿐 아니라, 소명 기간 유통량 관련 자료 제출 등에 성실히 응했다며 상폐 결정이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상폐 결정 과정에서 거래소의 담합과 업비트의 갑질 등이 있었다는 호소도 이어갔다. 반면 DAXA 변호인단은 소명 자료만으로는 유통량 의혹을 해명하지 못했고, 위믹스 측 임직원이 연루된 심각한 행위들이 있었다며 상폐 결정에 문제가 없었다고 반박했다.
12월 7일을 앞두고 위메이드와 DAXA 측은 전날까지 추가 서면 자료 제출을 계속했다. 특히 위메이드의 소송을 대리하고 있는 법무법인 화우 측은 이날 다섯 번이나 추가자료를 제출했다고 한다. 양측 변호인단은 심리에서 각자의 주장을 앞세워 팽팽한 접전을 벌였다. 막판까지 추가 서면 자료를 제출하면서 판결이 어디로 쏠릴지 관심이 집중됐다.
당초 재판부는 상장 폐지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인용 여부를 12월 7일 오후 6시 전에 결정할 계획이었다. DAXA가 위믹스 거래 지원을 12월 8일 종료하기로 했던 만큼 그전까지 법적 판단을 마치겠다는 의지를 재판부가 드러낸 셈이다. 하지만 7시가 넘어서도 결론이 나오지 않았다. 재판부가 고민이 많았다는 해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재판부는 당초 예정 시간과 달리 7시 50분에 거래지원종료결정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결정문에 따르면 재판부는 채권자인 위믹스 재단이 유통량을 위반했으며 이에 따라 거래소들이 상장폐지 결정을 한 것에 하자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위믹스파이는 스왑, 풀, 스테이킹과 같은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일정한 수량의 위믹스코인을 유동성에 제공할 필요가 있었다. 이에 위메이드는 자신의 지갑에 보관하고 있던 위믹스코인 400만 개를 유동성을 위해 공급했고 이 가운데 159만 918개는 유동성에 실제 사용됐으므로 유통량에 산입되어야 하는 유통물량으로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위 물량을 포함한 유통량이 ‘계획된 유통량’을 넘어선다면 이는 유통량 위반이라고 볼 수 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재판부는 “위메이드는 10월 11일과 10월 18일 두 차례에 걸쳐 자신의 지갑에 보관하고 있던 위믹스 6400만 개를 담보로 제공하기 위해 다른 지갑으로 옮긴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가운데 3580만 개를 코코아파이낸스에게 담보로 제공한 다음 코코아파이낸스달러(KSD)를 대출 받아 이를 스테이블코인 USDC로 변환했다”며 “실제로 담보대출이 실행된 물량 부분에 한정해 보더라도 계획된 유통량 2억 4596만 개 대비 약 14.5%에 해당하는 비율의 위믹스를 유통시킨 것이므로, 이 부분은 계획된 위믹스 유통량을 위반한 것임이 명백하다”고 밝혔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DAXA 측 변호사 주장과 논리를 그대로 인용했기 때문에 DAXA 측 완승이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위메이드 측은 본안 소송 등으로 상폐의 부당함을 주장하겠다는 계획과 함께 위믹스 관련 투자자의 신뢰 회복을 위해 가치 보존 등에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상준 법무법인 대건 변호사는 “재판부는 가처분의 특성상 기각 시 불이익과 인용 시 불이익을 판단했는데, 재판부는 가처분을 인용했을 때의 불이익이 기각했을 때의 불이익보다 크다고 판단했다. 가처분 기각 결정을 내린 결정적인 이유는 ‘유통량 위반’이었다”면서 “결정문을 보면 DAXA 측은 상장폐지를 결정하게 된 과정을 자세히 설명했다. 유통량 위반 사실이 발견됐고, 그래서 유의종목으로 지정됐음에도 유통량 초과 수량이나 항목에 대해 일관되지 않은 소명을 해 신뢰를 훼손했다는 점이 상폐 결정을 하는 데 중요하게 작용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위믹스 관련 이슈를 최초 제기한 가상자산 인플루언서 변창호 씨는 위믹스 상폐를 두고 ‘사필귀정’이라고 평가했다. 사필귀정은 위믹스가 최초 상폐 결정이 나왔을 때 업비트를 운영하는 이석우 두나무 대표가 썼던 말로 변 씨가 이를 패러디한 것이다(관련기사 [인터뷰] ‘위믹스 의혹’ 최초 제기 변창호 “위믹스 상폐는 가상자산 시장에 약”).
가처분 신청이 기각되면서 위믹스도 급락하기 시작했다. 7일 오후 4시 약 1500원대까지 오르던 위믹스는 7시 50분 법원 판단이 나온 뒤 900원 이하로 하락했다. 8일 상폐 직전 위믹스는 200원 이하로 하락하면서 거래가 종료됐다. 12월 8일 위믹스는 해외 가상자산 거래소 OKX에서도 상장 폐지된다는 소식이 나왔다. OKX는 위믹스를 현물 거래, 마진 선물 거래, 영구 스왑 거래에서 상폐한다고 공지했다. 위믹스가 해외거래소에서 퇴출된 첫 사례다.
9일 위믹스도 대응에 나섰다. 1000만 달러 규모 바이백&번(자사 코인을 다시 사들여 소각하는 것)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위믹스는 “12월 9일부터 2023년 3월 8일까지 90일 동안 바이백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소식에 힘입어 위믹스는 해외거래소에서 약 400원까지 올랐다. 위믹스 측은 “전세계 어떤 블록체인도 이루지 못한 실질적인 효용기반 성장을 이뤄냈으며, 일시적인 좌절을 극복하고 언젠가 그 가치를 증명할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