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남 전무 승진하자 동생 장세욱 부회장에 이목 집중…동국제강 “책임경영 강화 위해 장 회장 사내이사 선임”
#장세주 회장 사내이사 선임 보도자료에선 빠져
동국제강그룹은 지난 12월 9일 임원인사를 발표했다. 최삼영 동국제강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하면서 기업 내 사업을 총괄하는 최고운영책임자(COO)를 맡게 됐다. 동국제강은 최삼영 신임 부사장 외에도 승진 9명, 신규 선임 4명 등 총 13명의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동국제강은 “이번 인사는 복합 경제 위기의 불확실성과 급변하는 대내외 경영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미래 준비에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장세주 회장의 장남 장선익 신임 전무다. 장선익 전무는 상무에서 승진해 본사 구매실장으로 임명됐다. 장 전무는 청운중학교와 경복고등학교를 거쳐 연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그는 2007년 동국제강에 입사했고, 2016년에는 과장에서 이사로 승진했다. 차장과 부장을 거치지 않은 것이다. 4년 후인 2020년에는 상무에 올랐다. 오너 일가라는 점을 감안해도 지나치게 파격적인 승진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그런가 하면 장세주 회장 본인도 동국제강 사내이사로 복귀할 예정이다. 장 회장 부자가 경영 전면에 나서게 된 셈이다. 장 회장은 2016년 횡령 및 원정도박 등의 혐의로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 받았고, 2018년 4월 가석방됐다. 장 회장은 이후 동국제강 미등기임원으로 활동했지만 이사회 복귀에는 어려움이 따랐다. 현행법상 5억 원 이상 횡령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을 경우 형 집행 종료 후 5년 동안 관련 기업에 취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로 인한 장세주 회장의 취업제한 기한은 2023년 11월까지였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가 지난 8월 장 회장을 광복절 특별사면 대상에 포함시키면서 경영 복귀의 길이 열렸다.
장세주 회장은 이사회 복귀 후 동국제강그룹의 핵심 의사결정에 참여할 전망이다. 동국제강은 회사 분할 및 지주사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동국제강은 존속법인 동국홀딩스(가칭)와 열연 사업을 담당하는 동국제강(가칭), 냉연 사업을 맡는 동국씨엠(가칭), 세 개 회사로 분할할 계획이다.
동국제강의 존속법인은 동국홀딩스이므로 장세주 회장도 분할 후 동국홀딩스의 사내이사로 선임될 예정이다. 동국홀딩스는 동국제강그룹의 전략적 컨트롤타워로 성장 동력 발굴 및 전략적 투자를 담당한다. 동국제강은 동국홀딩스에 대해 전략·재무·인사 등의 조직으로 신사업 발굴과 경영 효율화를 추진하고, 유상증자 등을 통해 지주사로 전환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장세주 회장의 이사회 복귀와 회사 분할은 모두 내년 5월 주주총회 의결을 거쳐 진행된다.
장세주 회장의 이사회 복귀를 놓고 시민단체의 반발이 예상된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참여연대, 민주노총 등은 장 회장의 가석방 당시 공동성명을 통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재벌 총수의 범죄를 사면해주는 윤석열 정부의 행태는 결국 부자들만 살기 좋은 나라를 지향하는 것에 다름없다”며 “총수가 사면되지 않아 대기업이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다는 주장은 이들 기업의 취약한 지배구조를 인정하는 꼴밖에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동국제강은 이 같은 비판을 의식했는지 임원인사 보도자료에서 장세주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 사실을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동국제강 측은 의도적으로 장 회장을 제외한 것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동국제강 관계자는 “지주사 전환을 추진하면서 지배주주 투명성이나 책임경영 강화를 위해서 장세주 회장을 등기임원 사내이사로 선임할 계획”이라며 “그룹의 컨트롤타워를 설립하고자 지주사를 만들었는데 그 상황에서 장 회장이 미등기임원으로 있는 것은 사회적 요구에 반하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장세욱 동국제강 부회장에게 시선 집중
장세주 회장의 이사회 복귀 소식이 전해지자 재계 시선은 그의 동생 장세욱 부회장에게 집중됐다. 장세욱 부회장은 2014년 12월 동국제강 대표이사에 취임한 후 실질적인 회사 경영을 맡아 왔다.
장세욱 부회장은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대유행)에도 불구하고 성공적인 경영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동국제강의 매출은 2020년 5조 2062억 원에서 2021년 7조 2403억 원으로 늘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947억 원에서 8030억 원으로 상승했다. 올해 1~3분기에도 매출 6조 4799억 원, 영업이익 6480억 원이라는 호실적을 거뒀다.
실적을 위해서는 장선익 전무가 아닌 장세욱 부회장에게 동국제강 경영권을 승계해야 한다는 의견도 심심치 않게 나온다. 더구나 장 회장과 장 전무 모두 과거 불미스러운 일로 구설수에 오른 바 있다. 지분상으로는 장 회장이 앞선다. 장세주 회장의 동국제강 지분율은 13.94%, 장세욱 부회장의 지분율은 9.43%다. 그러나 지분 차이가 압도적으로 크지 않으므로 언제든지 상황 변화가 발생할 수 있다. 동국제강의 외국인 지분율이 약 25%라는 것도 변수로 꼽힌다.
장세욱 부회장이 퇴임하지 않는 이상 내년부터 장세주 회장과 함께 이사회에서 활동하게 된다. 장세주 회장이 장선익 전무의 원활한 경영권 승계를 위해 장세욱 부회장을 견제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동국제강 측은 장세주·세욱 형제 간 우애가 두터운 만큼 형제 경영에도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장선익 전무의 경영 승계 관련해서도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앞의 동국제강 관계자는 승계와 관련해 “동국제강 내부 전통에 따라 차근차근 경영 수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해주면 좋을 것 같다”고 밝혔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