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의장 기자회견 시장에 혼란 가중…봉쇄 해제한 중국 경제 향방 ‘기대와 우려’ 공존
#양치기 소년 된 파월
중앙은행과 시장 참여자들이 엇갈리는 빌미를 제공한 것은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이다. 연준은 지난 12월 14일(현지시각) 기준금리 범위를 4.25~4.5%로 0.5%포인트(p) 올렸다. 연준은 지난 6월 이후 기준금리를 네 차례나 0.75%p씩 올렸지만 이번에는 상승 폭을 낮춘 것이다. 연준 발표문에는 시장에서 기대했던 ‘금리인상 중단’이나 ‘금리인하 고려’ 등과 관련된 언급이 전혀 없었다. 전문가들은 내년 기준금리를 5.0~5.25% 수준으로 전망한다.
그런데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기자회견에서 내놓은 설명은 그 결이 달랐다. 그는 내년 2월 이뤄질 다음 기준금리에 대해 “들어오는 자료에 기초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파월 의장은 이어 “지금은 얼마나 빨리 가느냐보다 최종 수준이 어디인지가 훨씬 중요하다”며 “얼마나 오래 제약적인 수준에 머무를지에 대한 문제도 제기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준의 매파적 결정이 유동적인 것을 인정한 셈이다.
연준은 내년 미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을 1.2%에서 0.5%로 크게 내렸다. 경제성장률 훼손을 피할 수 없다는 뜻이다. 시장 참여자들은 파월이 2021년 인플레이션을 ‘일시적’이라고 진단했던 실수를 떠올리고 있다. 파월이 자신의 옛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인플레이션 진압에 단호한 태도를 취하고 있지만 실물경제가 어려워지면 결국 태도를 바꿀 것이라는 관측이다.
#코스피는 2000과 3000 사이 전망
증권사들의 내년 코스피 지수 전망치는 대체로 2000~2700 수준이다. 글로벌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는 3000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내년 상반기에는 긴축 불확실성으로 변동성이 크지만 하반기로 갈수록 경기부양 기대와 기저효과 등을 반영해 증시가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이 기대가 적중하기 위해서는 한국은행(한은)이 긴축을 중단해야 한다.
한은 입장에서는 가계부채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자산가격 하락과 이자부담 급증이 겹치면 금융위기로 번질 수 있다. 특히 부동산 시장은 서울 재건축 아파트까지 분양과 계약이 제대로 안 될 정도로 얼어붙었다. 주택 판매가 부진하면 건설사들이 줄도산할 수 있다. 이는 경제 전반에 큰 충격을 주게 된다.
부동산R114가 최근 집계한 내년 전국 입주 예정 물량은 총 34만 9370가구에 달한다. 올해(33만 2514가구)보다 5.07% 늘어난 수치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서울은 올해 2만 4115가구에서 내년 2만 4310가구로 0.81% 늘어나는 데 그친다. 심지어 경기도는 11만 3767가구에서 10만 8980가구로 오히려 4.21% 줄어든다. 반면 지방은 올해 15만 2117가구에서 내년 17만 1096가구로 무려 12.48% 급증한다. 지방의 부동산 물량이 늘어날 전망으로 이미 올해부터 미분양이 쌓이기 시작했다.
미국이 긴축을 종료하면 달러 강세가 진정되며 신흥국의 환율도 안정을 찾게 된다. 수입물가의 부담을 낮춰 기준금리를 올리는 명분을 약하게 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기준금리와 단기국채 금리는 미국보다 1%p 이상 낮다. 하지만 실제 외국인 투자가 많은 중·장기국채(5·10년) 금리 차이는 0.2%p 수준이다. 한 달 전 1400원이 넘던 환율도 현재는 1300원대로 안정됐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11월 24일 기준금리를 3.25%로 올린 뒤 최종금리 수준에 대해 “대다수 금통위원이 3.50%를 제안했다”고 전했다.
#중국 변수도 주목
중국은 내년 증시에 있어 또 하나의 변수로 꼽힌다. 중국이 오랜 봉쇄 정책을 해제하면서 소비와 글로벌 무역량이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최근 발표된 뱅크오브아메리카의 글로벌 리서치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관투자자의 40%가 중국 주식 보유량을 늘릴 계획이다. 골드만삭스 역시 중국 비중 확대를 권유하며 내년도 중국 증시가 크게 반등할 것으로 내다봤다. 모건스탠리는 MSCI 중국지수가 2023년 말까지 14%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UBS, 프랭클린템플턴, 뱅가드 등도 중국 증시 전망을 낙관하고 있다.
하지만 방역 봉쇄가 풀리면서 감염자수가 폭증하면 오히려 생산과 소비의 차질이 상당기간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공존한다. 실제 중국 내 코로나19 감염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이를 감당할 수 있는 의료시스템이 없어 대규모의 사망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봉쇄 정책으로 경제활동이 중단돼도 문제지만 감염자가 급증해 경제활동을 할 수 없어도 문제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