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김영권 활약 보며 마음 다잡아…개인 성적과 리더 역할 모두 잡겠다”
프로스포츠 선수로서 팬서비스에 대한 그의 생각을 정리한 내용이었다. 부업으로 감자탕집을 운영하고 있었기에 특별한 시각이 더해졌다. K리그 커리어에서 7개 구단(상무 포함)이나 거쳤음에도 가는 곳마다 팬들에게 사랑받는 김호남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김호남의 소속팀 부천은 12월 들어 훈련에 돌입했다. 김호남은 "월드컵 일정 때문에 시즌이 일찍 끝났다. 지금은 몸관리를 하는 차원의 운동이다. 연말에 다시 휴식을 취하고 내년부터 전지훈련이 시작된다"며 "개인적으로 운동을 하는 것보다 모여서 하니까 효과가 좋다. 오전엔 훈련하고 오후엔 감자탕집 일을 한다(웃음). 시즌 중에는 돕지 못하니까 지금 열심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호남을 만난 건 2022 카타르 월드컵이 한창 진행되던 때다. 감자탕집 사장님 이전에 그도 축구선수이자 축구팬이었기에 월드컵 이야기가 빠질 수 없었다. 김호남이 월드컵 기간 중 가장 눈길이 갔던 선수는 김영권이다. 김영권과는 중·고등학교 시절 6년간 호흡을 맞춘 절친이다.
"옆에서 지켜봤기 때문에 영권이가 얼마나 절실하게 준비를 했는지 안다. 4년 전에도 6개월 동안 개인트레이너를 고용해 몸을 만들었다. 밖에서 만나도 혼자 따로 샐러드와 닭가슴살만 먹더라. 그래서 팬들에게 미움을 받기도 했지만 대회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이번 대회는 더 일찍 시작했다. 2월부터 식이조절하고 웨이트 트레이닝에 열중했다. 노력 앞에는 장사가 없다는 것을 느꼈다. 좋은 결과 있어서 정말 내 일처럼 기뻤다."
그는 이번 월드컵을 지켜보며 자신의 생각이 다소 달라졌음을 밝혔다.
"큰 부상도 경험했고 어느덧 베테랑이 됐다. 특히 2023시즌부터는 '공격수 김호남' 개인은 좀 내려놓고 팀을 우선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리더의 역할에 더 집중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동료들이 뛰는 월드컵을 지켜보며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 '너무 욕심을 내려놓은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더라. 스스로 나를 틀에 가둬 놓았던 것 같다. 개인 활약과 팀 융합까지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도록 해야겠다."
지난여름 김호남은 블로그에 올린 글로 이슈의 중심에 섰다. 2부리그에서 활약 중인 선수로선 흔치 않은 일이었다. 그가 주는 울림에 공중파 저녁 뉴스 카메라가 부천 구단과 인천 송도에 위치한 김호남의 감자탕집을 찾기도 했다. 팬서비스를 경제적인 관점에서 풀어낸 글이었다. 그는 "사업을 하다보니까 판매자 입장에서 소비자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생각이 많았다"며 "팬도 소비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만족감을 줘야 하는지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김호남은 블로그에서 열정적인 축구팬이 축구로 인해 소비하는 비용을 계산했다. 한 달에 네 경기 열리는 축구장을 찾으려면 입장권, 유니폼 구입, 식비, 교통비 등을 포함해 약 35만 원을 지출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왔다. 통계자료 등을 참고해 부천팬이 자신의 한 달 소득 중 약 13%를 쓴다는 결론이 나왔다.
"열정적인 팬들은 그보다 높은 비율을 지출하실 것이다. 특히 부천에는 뜨거운 팬분들이 많다. 만약 내가 운영하는 식당에 자기 소득의 13%를 매달 소비해주는 손님이 있다면?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서비스를 다 해드릴 것이다. 그렇다면 실제 우리 선수들이 팬들에게 그렇게 하고 있는지 돌아봤다. 실상은 너무 부족했다. 승패와 상관없이 팬과 스킨십을 늘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프로스포츠는 단순히 운동이 아니라 산업이다."
김호남이 이 같은 생각을 하게 된 출발점은 팬들과 만남이었다. 블로그·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팬들과 소통을 이어가던 그는 특별한 계기로 일부 팬을 직접 초대, 대면해 이야기를 나눴다. 그 과정에서 팬서비스의 필요성을 더욱 실감했다.
그는 이전부터 좋은 팬서비스로 호평을 받는 선수였다. 김호남은 신인 때부터 팬의 소중함을 느꼈다고 말한다. "내가 데뷔하던 2011시즌은 K리그의 암흑기였다. 승부조작 사태가 일어나 팬들의 외면을 받았다. 관중 50명 앞에서 경기를 뛰는 날도 있었다"며 "그때에 비하면 현재는 K리그에 기회라고 생각한다. 지금을 기점으로 더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김호남은 꾸준한 팬서비스로 때론 보람도 느끼고 있다. 그는 "최근에는 한 팬분이 가게에 찾아오셔서 고맙다는 말과 함께 내가 오고 나서 부천 선수들 전체의 팬서비스가 좋아졌다고 하시더라. 정말 뿌듯했다"고 말했다.
경기장 안팎에서 노력을 인정받아 김호남은 지난 9월 부천과 2년 재계약을 맺었다. 다수 선수가 재계약 시기를 놓치고 특히 베테랑 선수들은 단년 계약을 주로 맺는 현실에서 김호남의 이 같은 재계약 형태는 드문 일이었다. 그는 "저 또한 이례적인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며 "왜 구단이 이런 제안을 주셨는지 고민을 해봐야 한다. 기대감을 충족시켜야 프로 선수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경기장 밖에서 팀을 이끄는 역할도 잘해야겠지만 결국 경기장 안에서 보여줘야 한다"며 자신의 다음 시즌 목표를 밝혔다. 그는 '10골'을 말했다. "제가 기록이 좋던 시절 공격포인트 10개는 해봤지만 10골은 없었다. 8골에서 멈췄다"며 "돌아오는 시즌에는 머리든 가슴이든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10골을 넣겠다. 그러면 팀 성적도 따라올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김호남은 개인적인 과제도 공개했다. 그는 스스로 멘탈적인 부분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어릴 때부터 마인드 컨트롤이 잘 안 된다. 훈련 때 모습을 경기에서도 보여주는 것이 쉽지 않다. 분명 좋은 컨디션이었는데도 경기 전날만 되면 배가 아프고 화장실을 자주 간다. 나 스스로 컨트롤하는 것이 필요하다. 경력이 쌓이면 자연스레 해결될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더라. 자연스러운 성장은 없다. 스스로 얼마나 노력하느냐에 따라 다른 것 같다.”
축구라는 종목 자체, 자신이 활약하는 리그에 대해 다양한 시선을 가지고 있는 김호남에게 선수생활 이후 계획에 대해 물었다. 완연한 30대 중반으로 접어드는 만큼 미래에 대한 계획을 가질 만한 시기다.
“아직 정해둔 것은 없다. 지도자를 할지, 축구계에서 지도자 외 다른 일을 할지, 밖에서 사업을 할지 모르겠다. 확실한 것은 무엇을 하든 기존에 ‘내가 축구를 이만큼 했다’라는 것을 완전히 다 내려놓고 새로 시작해야 한다. 지도자든 행정가든 1년차에는 밑바닥부터 한다는 마음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근 지도자 연수를 다녀왔는데 정말 쉽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 자랑은 아니지만 연수를 받을 때 강의를 하신 정해성 강사님에게 칭찬을 많이 받았다는 것을 살짝 알려드리고 싶다(웃음).”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