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숙 작가 “복수극 하면 떠오르는 ‘존 윅’ ‘테이큰’ 이어 ‘더 글로리’ 될 것” 자신감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JW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 그랜드볼룸에서 진행된 '더 글로리' 제작발표회에는 안길호 감독과 김은숙 작가, 배우 송혜교 이도현 임지연 염혜란 박성훈 정성일이 참석했다.
'더 글로리'는 유년 시절 학교폭력으로 영혼까지 부서진 한 여자가 온 생을 걸어 치밀하게 준비한 처절한 복수와 그 소용돌이에 빠져드는 이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태양의 후예' 이후 6년 만에 송혜교와 재회하는 김은숙 작가가 처음으로 그려낸 복수극으로도 눈길을 끌고 있다.
이날 제작발표회에서 김은숙 작가는 "내년이면 고2가 되는 딸의 학부모이기에 학교폭력 소재는 나에게 가까운 화두였다"며 "제 걱정은 늘 저 때문에 (딸이) 불필요한 관심을 받지는 않을까, 그게 다른 오해로 번지지 않을까였는데 딸이 한 마디로 정리하더라. '엄마, 언제적 김은숙이야' 충격이었다"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딸이 '엄마는 내가 죽도록 때리는 것과 죽도록 맞는 것 중 어느 것이 더 고통일 것 같냐'고 묻는데 많은 생각이 지나가더라. 곧바로 작업실로 향했고 그날 컴퓨터를 켰다"고 덧붙였다.
드라마 제목을 '더 글로리'로 정한 것에 대해서는 "학교폭력 피해자들의 글을 읽어보니 공통적으로 현실적인 보상보다 가해자의 진심어린 사과를 원하더라. 뭔가 얻는 게 아니라 되찾고자 하는 게 아닐까 싶었다. 폭력의 순간에는 인간의 존엄과 명예, 영광 같은 것들을 잃게 되는데, 피해자들이 사과를 받아내야 비로소 원점에서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제목을 '더 글로리'로 지었다"고 설명했다.
극을 이끌어가는 중심 역할을 하는 문동은 역의 송혜교는 학교폭력 피해자로 일생동안 설계해 온 복수를 실행해 나가는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캐릭터다. 이날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송혜교는 "그동안 너무 하고 싶었던 캐릭터였고 항상 이런 역에 대한 갈망이 있었다"라며 "이전까지는 멜로를 많이 했기 때문에 이번 작품에서의 모습이 시청자들이 보시기엔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다. 나 또한 어려웠지만 해고고 싶었던 연기였던 만큼 즐겁게 촬영했다"고 말했다.
피해자에서 가해자에 가까운 '복수자'로 변모하는 연기가 어려웠다고 밝힌 그는 "어린 동은이는 무방비 상태로 아픔을 겪고 상처를 받았지만 저는 그후로 오랜 시간 가해자들에게 처절하게 복수를 하는 인물이기 때문에 불쌍한 모습과는 또 다른 모습을 보여드려야 했다'라며 "그래서 어렸을 때보다 많이 단단해진 모습에 중점을 두고 '그래서 나는 너희에게 벌을 줄 수 있다'는 설득력을 담으려 노력했다"고 밝혔다.
김 작가는 송혜교의 복수 연기를 보고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며 혀를 내두르기도 했다. 그는 "처음 가편집본을 받고 너무 소름끼쳐서 아무 것도 못 할 정도였다. 송혜교에게 이런 목소리와 표정이 있었구나 싶었다. 모든 장면이 문동은이었다"며 "이 사람과 원한 지면 안 되겠단 생각에 요즘엔 전화도 두 번 울리기 전에 받는다"며 웃음을 터뜨렸다.
김은숙의 복수극에 함께 한 면면들이 모두 쟁쟁한 배우들과 제작진이라는 점도 작품의 이슈화에 몫을 더 했다. 안길호 감독은 "처음 제안을 받았을 때 물론 김은숙 작가님과 함께한다는 영광도 있지만 작품 자체에서 주는 울림과 재미적인 부분이 굉장히 좋았다. 또 좋은 배우들과 함께 좋은 작품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거절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문동은 편에 선 조력자이자 비밀스러운 사연을 감춘 성형외과 의사 주여정 역을 맡은 이도현은 "처음 대본을 4부까지 받았을 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 여정이가 어떤 인물일지 궁금증이 많았다. 구체적인 표현이 많지 않아서 '얘는 뭘까' 싶더라"라며 "그리고 그런 여정이의 불분명하지만 확실한 소신이 있는 모습이 시청자들에게 잘 전달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 친구를 잘 연기해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문동은의 또 다른 조력자 강현남 역의 염혜란은 "김은숙 작가의 복수극이라고 했을 때 거절할 배우가 누가 있을까 싶다"라며 "한국적인 복수극이 나왔다고 생각한다. 1대 다수의 복수극일 수 있는데, 그 인물들을 촘촘하게 엮어놓고 설득력 있게 복수를 그리는 걸 보고 빨려들어갔다"고 말했다.
이처럼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복수라는 감정이 김은숙의 손과 송혜교의 입을 통해 어떻게 펼쳐질지 벌써부터 국내외 시청자들의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김은숙 작가는 "복수극 하면 떠오르는 작품으로 '존 윅'과 '테이큰'이 있다. 여기에 세 번째로 '더 글로리'가 될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치며 대중들의 기대에 신뢰감을 더했다.
한편 16부작으로 구성된 '더 글로리'는 오는 30일 넷플릭스를 통해 파트 1이 공개되며 파트 2는 2023년 3월 공개 예정이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