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내수 진작 강조, 중국 여행산업 빠른 회복…중국인 해외여행 개방은 지켜봐야
#시진핑, 방역보다는 경제?
이러한 조치는 2023년 3월에 있을 시진핑 국가주석의 3연임을 앞두고 대도시에서 일어난 ‘백지 시위’를 가라앉히고 민심을 다잡으려는 정부의 의도가 상당수 숨어 있다. 시진핑이 3연임을 선언한 뒤 완화하리라고 기대했던 방역이 더 강화되자 중국인들의 불만이 커졌고 중국 전역에서 시위가 발생했다. 시진핑에 대한 반대여론까지 일자 12월 초부터 ‘제로 코로나’ 정책을 폐기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2023년부터는 경제 회생을 위해 위드 코로나를 지향하면서 방역 정책을 완화하고 내수시장을 살리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20개월 이상 지속되어온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인해 경제가 얼어붙은 데다 제로 코로나 지속에 대한 중국인들의 반발도 예상보다 컸기 때문이다.
중국 당국이 대폭적인 방역 완화 대책을 내놓으면서 일선에서는 코로나19 감염자가 급증하고 의료장비 사재기 현상이 일어나는 등 아직 방역 대책을 완화할 시점이 아니라는 지적도 나왔다. 블룸버그는 “주요 도시 화장장에 긴 대기 행렬이 생길 정도로 사망자가 증가하고 있다. 공안이 화장장 주변의 기자 출입을 막았다”고 전하기도 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 역시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절’을 전후해 코로나19 확산이 정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당분간 시진핑은 방역보다는 경제를 앞에 둔 정책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12월 초 제로 코로나 폐기 이후 12월 15~16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연례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는 경제 회생이 화두로 떠올랐다. 시진핑은 중국 지도부가 모두 참석한 이 회의에서 적극적 내수 진작과 공격적 통화 정책을 통해 죽어가는 중국 경제를 살리겠다고 천명했다.
2023년은 시진핑의 집권 3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해이기 때문에 중국 정부로서는 중국인들에게 보여줄 가시적인 경제적 성과가 꼭 필요한 해이기도 하다. 빠른 경제적 성과를 내기 위해 당장은 내수 진작에 의존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내수 비중은 절대적이다.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내수의 비중이 2021년 기준 65.4%에 달한다.
#베이징 주말 항공편 수 급증
이에 따라 중국 전역에서 코로나19 감염자 수가 늘고 있는 것과는 별개로 방역 완화와 함께 중국 내 여행 산업도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 신화통신에 따르면 최근 베이징에 위치한 서우두, 다싱 국제공항의 주말 항공편 수가 2021년 동기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했다. 신화통신은 정부가 코로나 검사 요구와 지방 간 여행 제한을 해제하는 등 방역 수위를 조절함에 따라 최근 주말을 낀 베이징 항공 편수가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대유행) 이전인 2019년의 약 70%까지 회복했다고 전했다.
방역 완화 정책 발표 이후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중국 내 국내선 운항 편수는 계속 늘고 있다. 12월 둘째 주 중국의 이동성 지수도 방역 완화를 발표하기 전인 첫째 주에 비해 11.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위드 코로나로 내수 시장이 진작되면 각 지방의 지역 경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도 크다. 광둥성의 선전과 광저우, 하이난의 하이커우 등 많은 지방정부들이 앞다퉈 내국인을 위한 쇼핑 바우처를 내놓고 있는 이유다.
한 중국 전문가는 중국이 해외여행을 본격적으로 허용하면 동남아시아를 비롯해 한국 등 인근 국가에도 많은 경제적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전했다. 골드만삭스는 보고서를 통해 중국의 전격적인 개방이 중국 내수 시장을 비롯해 홍콩, 싱가포르, 대만, 말레이시아 등 인접국과의 무역과 여행 산업에도 적지 않은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밝혔다.
본격적으로 중국 시장이 열리면 민간 소비가 급증하면서 주변국의 대중국 무역 수입도 상당한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의견이다. 또 중국 정부가 중국인의 해외여행을 전면 개방하면 중국인들의 관광 수요가 높은 홍콩과 태국 등에 큰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 줄 것이라 내다봤다.
#우리나라 인바운드는 언제?
중국 시장 개방은 우리나라의 수출에 대한 영향력은 물론 관광산업에 미치는 파급력도 만만찮다. 한국관광공사의 한국관광통계에 따르면, 2019년 기준 방한 외래객 1750만여 명 중 방한 중국인은 600만 명 이상으로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외국인 중 단연 1위다. 비중으로 보면 34%에 이르는데, 2위를 차지한 방한 일본인 320만여 명과 비교해도 2배 수준이다. 방한 외래객 3위인 대만 126만여 명과도 큰 차이다.
방한 중국인과는 따로 집계되어 있는 방한 홍콩인도 5위를 차지하며 별도로 70만여 명에 이른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보복 영향이 있던 2017년 직전인 2016년 방한 중국인은 홍콩을 제외한 본토만 해도 800만여 명에 이르렀고 방한 외래객 중 46.8%를 차지했다.
이렇게 큰 비중 때문에 방한 중국인이 줄어들면 국내로 유입되는 외국인 여행객의 전체 숫자 자체가 크게 줄어들게 된다. 2017년 사드 배치에 대한 보복으로 중국이 우리나라를 여행금지국가로 지정하고 한국행 단체여행을 전면 금지하면서 방한 중국인 여행객이 전년대비 절반 수준인 417만여 명으로 크게 줄자 2016년 1724만 명이었던 방한 외래객도 2017년 1335만 명으로 크게 줄었다.
이 때문에 2017년 우리나라 인바운드(외국인의 국내여행) 관광산업은 마이너스(-) 22.7%의 성장률을 보였다. 우리나라 인바운드 관광산업에 중국인 관광객의 비중이 얼마나 막대한지를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수치다.
게다가 문화체육관광부가 조사한 ‘중국인 관광객의 방한 여행 만족도 심층 분석 보고서(2019)’를 보면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중국인의 방한 목적 1위는 쇼핑이었으며 1인당 소비액도 200만 원 안팎에 이르렀다. 방한 중국인 숫자도 높지만 쇼핑을 통한 소비액도 큰 편이어서 내수시장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들의 대부분의 소비가 ‘면세점 배불리기’라는 비판도 있지만 방한 중국인이 인바운드 관광산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중국 정부의 우선순위는 당분간은 내수 진작에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해외여행이 언제 풀릴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한다는 시각이 강하다. 중국 입장에서는 내수시장을 극대화하기 위해 밖으로 나가려는 인구를 최대한 안으로 돌려야 하기 때문이다. 중국 입장에서는 외국인의 내국여행보다는 내국인의 내국여행이 가장 큰 부가가치를 창출한다.
중국으로 오가는 항공사의 수용 능력도 검토해봐야 할 문제다. 항공 공급망이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편 홍콩은 12월 14일부터 본격적으로 입국자에 대한 방역 규제를 해제했다. 백신 접종을 2차 이상 완료하고 코로나 음성 확인서를 갖추면 입국 직후부터 자유로운 이동이 가능하다.
이송이 기자 runaindi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