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팬덤·음반 판매처까지 보이콧 합세…“노예계약 옹호 않을 것” 완전체 그룹 활동도 거부
22일 블록베리는 이달의 소녀 공식 팬카페를 통해 "2023년 1월 3일 발매 예정이었던 '이달의 소녀 The Origin Album [0]'는 무기한 연기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멤버들의 상황에 관한 여러 근심이 해소되지 않는 상태에서의 컴백 활동이 무의미하다고 결정했기 때문이라고 그 배경을 설명하기도 했다.
최근 불거진 츄와의 계약해지 및 퇴출 논란, 불투명한 수익 정산 의혹 등 각종 문제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블록베리는 "이달의 소녀가 기획, 결성된 이후 중소기획사가 감당하기 쉽지 않은 비용이 끝없이 필요했으나 당연히 이는 선투자 비용을 감당해야 하는 기획사의 몫이라고 여기고 버텨냈다"며 "정산 문제에 있어 여러 오해와 억측이 있지만 결과적으로 당사는 오랜 기간 수익이 발생하지 못했던 이달의 소녀 멤버들에게는 항상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처음부터 이달의 소녀의 성공은 손익분기점에 도달하기 위한 기약 없는 기획사의 투자와 노력, 이를 믿고 따라주는 멤버들의 믿음과 희생으로 이루어내야 할 불가능에 가까운 과제였다"라며 "부족하고 작은 기획사의 무모한 시도였지만 그런 회사를 믿어준 멤버들의 노력과 기다림으로 첫 데뷔 프로젝트를 시작한 지 6년 만인 올해, 그 희망의 빛을 발견해 나가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츄의 '변심'을 저격하기도 했다. 블록베리는 "대중들에게 이달의 소녀 전체가 하나의 이름으로 각인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일이지만, 다인원 걸그룹의 특성상 먼저 알려지는 멤버가 나타나기 마련이고 당사도 대중들에게 먼저 인지도를 쌓은 멤버를 응원하고 지원해주는 것은 불가피한 선택"이라며 "모든 멤버들이 하나의 마음으로 함께 가길 원했지만 불행하게도 저희의 기대와는 달리 전 멤버(츄)의 태도 변화가 시작됐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로 인해 당사도 선투자에 관한 리스크를 감수하고서 앞으로의 미래를 위해 계약 내용 변경에 합의했고 어떤 방법으로든 이달의 소녀 모두를 지켜내기 위해 노력했지만, 모두가 알고 계시는 바대로 불행한 결론에 이르고 말았다"고 했다. 츄는 블록베리의 불투명한 정산 문제 등을 지적하며 2021년 12월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고, 이듬해 3월 일부 청구 내용이 받아들여져 사실상 블록베리와의 계약 유지 또는 연장이 이루어질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런 가운데 블록베리는 츄에 대해 "회사 스태프에게 갑질을 일삼았다는 사실이 드러나 이달의 소녀에서 제명, 퇴출했다"고 계약 해지를 선수치고 나섰다.
걸그룹 멤버의 '갑질'이라는 민감한 이슈임에도 불구하고 츄의 퇴출 이후 그와 함께 일했던 타사 관계자들이 옹호글을 올리자 블록베리의 사실상 반박에 가까운 입장 기사가 이어지기도 했다. 츄와 그의 모친의 '갑질 메시지' 등도 공개됐으나 오히려 블록베리와 이달의 소녀 멤버들 간의 치우친 수익 분배 비율이 함께 공개되면서 여론은 다시 츄의 편으로 돌아섰다. 수익 비율은 소속사와 멤버가 7대 3으로 나누되, 활동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은 다시 5대 5로 나눠 부담하면서 결국 멤버는 활동 내내 마이너스가 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점이 지적된 것이다.
여론이 돌아선 상황에서도 남은 11명의 멤버들과 컴백을 강행하려 했지만 이 역시 순탄치 않았다. 먼저 츄의 퇴출 소식 이후 멤버 중 현진과 비비를 제외한 남은 멤버 9인(희진, 진솔, 최리, 하슬, 이브, 여진, 고원, 올리비아 혜, 김립)이 전속계약 해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블록베리 측은 즉각 사실무근임을 밝혔으나 츄 외에도 내부적인 문제가 있음을 짐작케 했다.
국내보다 해외 팬덤이 중점적인 소비층 역할을 해온 만큼 이번 사태로 인한 해외 팬덤의 보이콧도 블록베리에 직격타를 먹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이달의 소녀 해외 팬덤은 츄 퇴출 논란이 불거진 직후부터 '보이콧 블록베리크리에이티브' 운동을 벌였고 각국 K-팝 음반 판매업체 110여 곳이 동참했다. 이어 이달의 소녀의 새 앨범 '[0]'의 공개 후 첫 20시간 내 선주문량이 직전에 발매된 서머 스페셜 미니 앨범 'Flip That'(5098건)에 비해 100건도 채 되지 않는다는 자료가 공개되면서 결국 컴백을 강행한다 해도 제대로 된 활동이 어려울 것으로 소속사가 판단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멤버 한 명이 잘못해 계약 해지에 이르더라도 무조건적인 '완전체 그룹 활동'을 요구하는 입장을 보여왔던 해외 팬덤이 이처럼 이달의 소녀에 한해서 반대로 행동하고 있는 것은 사태의 원인을 소속사인 블록베리에 묻고자 하기 때문이다. 이들의 공분이 소속사의 정산 문제에서 시작된만큼,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상 다른 멤버들과 완전체 이달의 소녀의 활동을 지지하는 일이 결국 이들의 '노예계약'을 옹호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데 의견을 모은 것이다. 이 같은 사태의 책임이 오로지 츄의 독단적인 행동에 있으며 츄로 인해 다른 멤버들의 앞날이 어두워졌다는 주장은 블록베리의 가장 큰 문제점을 간과하는 꼴이 되는 셈이다.
한편 해외에서는 이달의 소녀 팬덤은 물론, K-팝 콘텐츠를 다루는 다수의 대형 인플루언서와 타 그룹 팬덤까지도 이번 보이콧에 합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시장에 중점을 두고 있는 중소연예기획사의 특성상 이들을 설득할 만한 사태 해결 방안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이달의 소녀의 활동 중단은 말 그대로 '무기한'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어 보인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