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사약·진통제·무좀 치료제 등 30여 품목 취급…얼굴 인증 시스템 활용해 남용 우려 해소
음료 자판기와 마찬가지로 화면에서 나열된 상품을 고르는 방법 외에도 머리, 코, 목 등 부위나 증상별로 선택하는 것도 가능하다. 다만, 화면을 클릭한다고 해서 바로 상품이 나오는 건 아니다. 이 자판기의 가장 큰 특징은 상품 구매 시 약사의 체크가 이뤄진다는 점이다.
가령 OTC자판기는 카메라를 탑재하고 있다. 구매자가 상품을 선택하면 원격으로 매장에 있는 약사의 전용 단말기로 고객의 얼굴 화면과 상품, 주의사항을 읽었는지에 대한 정보가 전송된다. 이후 약사가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 ‘OK 버튼’을 누르면 결제화면이 뜨고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구조다. 만일 약사가 승인하지 않을 경우 화면에는 ‘구매를 원하시는 분은 약국을 방문해달라’는 메시지가 뜬다. 예외로 약용 목캔디나 비타민제 같은 의약외품은 약사의 승인 없이도 구입이 가능하다.
자판기에서 취급하는 의약품은 약 30가지 품목으로 알려졌다. 먼저 ‘역’이라는 장소를 감안해 멀미약, 설사약, 진통제 같은 시급성이 높은 의약품을 포함시켰다. 또한, 비대면의 이점을 살려 무좀 치료제나 치질질환약, 변비약 등 대면으로 구매하기 껄끄러운 의약품도 갖췄다. 여기에 감기약 등 가정상비약을 넣어 라인업을 확정했다.
‘닛케이트렌디’에 따르면 “약사의 승인 외에도 위험부담을 줄이기 위한 장치들이 마련됐다”고 한다. 예를 들어 ‘남용 우려가 있는 의약품’으로 지정된 성분을 포함할 시 법령에는 ‘1인 1개’ 구매가 원칙이다. ‘무인’ 자동판매기로는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까.
다름 아니라, 새롭게 개발된 ‘얼굴 인증 시스템’을 활용한다. 요컨대 얼굴 인증 시스템을 통해 구매 수를 제한하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진통제 ‘나론에스T’의 경우 용법·용량에 따라, 다 복용하기까지의 기간(5일)에는 동일인에게 동일 상품 또는 동일 성분이 포함한 상품을 판매하지 않는다.
실증실험 개시 후 판매 개수 상위품을 살펴보면, 1위는 목의 통증을 완화시켜주는 약용 캔디였다. 2위는 해열진통제, 3위는 두통·생리통 진정제, 4위는 위장약, 5위는 안약 순이었다. 다이쇼제약 측은 “이번 실증실험의 목적은 도서산간 지역이나 고속도로 휴게소 등 약국이 없는 장소에서 의약품을 판매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라고 밝혔다. 장소뿐만 아니라 의약품을 구입할 수 있는 시간대도 과제다. 이에 “향후 약사 수를 조정해 24시간 언제든지 의약품을 구입할 수 있는 ‘OTC자판기’ 형태도 구상하고 있다”고 한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