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 증설 등 공격적 투자 영향, 자산총액 63% 규모…솔루스 “실제 채무 전환액 적고 향후 실적 호조 기대”
#헝가리 전지박 법인 등에 1조 원 채무보증
2022년 12월 21일 솔루스첨단소재는 공시를 통해 국내외 자회사 5개에 대해 2023년 예상되는 채무보증 규모가 약 1조 274억 원이라고 밝혔다. 5개 회사는 헝가리 전지박 법인(Volta Energy Solutions Europe Kft., Volta Energy Solutions Hungary Kft.), 캐나다 전지박 법인(Volta Energy Solutions Canada Inc.), 전자소재 중국 제조생산 법인(솔루스고신재료 창수 유한공사), 바이오 국내법인(솔루스바이오텍 주식회사)이다.
이는 기존 채무보증의 갱신 건, 2023년 신규 채무보증 건 등을 합해 예상한 액수다. 2022년 12월 19일 기준 솔루스첨단소재 채무보증 잔액은 총 8605억 원이다. 캐나다 전지박 법인(Volta Energy Solutions Canada Inc.)에 2620억 원, 솔루스바이오텍에 82억 원이 남아있다. 이외 6000억 원 가까운 채무보증금액은 모두 헝가리 전지박 제조 법인인 Volta Energy Solutions Hungary Kft.에 대한 것이다.
2023년에는 전자소재 중국 제조생산 법인인 솔루스고신재료유한공사에 대한 채무보증도 새롭게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2022년 11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소재 양산을 시작해 초기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또 다른 자회사인 솔루스바이오텍의 경우 매각 절차가 진행 중인데, 기존의 채무보증을 어떻게 처리할지 아직 결정된 바는 없다. 다만 통상 기업의 매각이 완료되면 채무보증도 만료된다.
채무보증은 채무자에 보증을 서주는 것으로, 잠재 채무로 불린다. 보증을 서주면 채무자들이 대출을 받기 용이하다. 보증한 부분이 상환 불능 상태에 처하면, 보증을 서준 기업이 대신 상환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는 위험이 존재한다.
1조 원이 넘는 채무보증 규모는 공격적인 투자 전략 때문으로 풀이된다. 솔루스첨단소재는 SK넥실리스, 일진머티리얼즈 등 다른 전지박 경쟁사보다 후발주자인 탓에, 해외 법인을 통한 공장 증설에 사활을 걸고 있다. 2020년 헝가리 전지박 제1공장을 준공했으며, 2025년 제3공장까지 증설할 계획이다. 북미 시장 선점을 위해 캐나다 전지박 공장 착공에도 들어갔다. 국내에서만 집중하고 있었던 전자소재 사업의 경우, 2022년 중국 공장을 세우며 중국 OLED 시장 공략에 나섰다. 해당 공장도 증설이 계획돼 있다.
채무보증 규모가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도 나온다. 2022년 3분기 연결 기준 솔루스첨단소재의 자산총액은 1조 6285억 원인데, 채무보증 규모는 자산의 63.08%에 달한다. 같은 기간 솔루스첨단소재의 자본총계(자기자본)는 1조 393억 원으로, 2023년 예상되는 채무보증 규모와 비슷한 수준이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채무보증 규모가 너무 크면 자금 조달이 어려워질 수 있다. 상환에만 문제가 없으면 괜찮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부채의 질적인 측면에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아직 솔루스첨단소재의 재무상황이 나쁘지는 않다. 솔루스첨단소재의 2022년 3분기 연결 기준 부채비율은 56.7%로, 2021년 말(93.72%) 대비 하락했다. 같은 기간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1396억 원에서 2490억 원으로 늘었다.
#채무보증 규모 큰 자회사들 실적에 눈길
재무 우려를 거두기 위해서는, 결국 채무보증을 선 자회사들의 실적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나 채무보증 규모가 가장 큰 헝가리 전지박 법인의 경우 최근 들어 실적이 신통치 못하다. 2022년 3분기 분기순손실은 469억 원으로, 2021년 3분기(245억 원)보다 손실폭이 커졌다. 유럽 전기요금이 상승하면서 제조 원가율이 급등하면서 수익성이 낮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연구원은 “전지박 공장에서 지금처럼 손실이 나오게 되면, (채무에 대한) 이자를 갚지 못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수주 물량이 늘어나야 하는 것은 당연하고, 유럽 전기요금이 얼마나 안정화되는지가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설명했다.
채무보증잔액이 남아 있는 또 다른 종속회사인 캐나다 전지박 법인은 17억 원의 분기순손실을 냈다. 아직 캐나다 공장이 본격적으로 가동되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캐나다 공장은 2024년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제 막 양산을 시작한 솔루스고신재료 창수 유한공사도 30억 원가량의 분기순손실을 기록했다.
해외 자회사들의 성적이 아직 본격적으로 나오지 않으면서 솔루스첨단소재 전체 성적도 악화했다. 2022년 누적 3분기 솔루스첨단소재의 영업이익은 2021년 동기(62억 원) 대비 큰 폭으로 하락한 마이너스(-) 296억 원을 기록했다. 증권가에서는 2022년 솔루스첨단소재가 510억 원 정도의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와 관련, 솔루스첨단소재 관계자는 “헝가리 3공장, 캐나다 1공장 등 증설 작업을 하고 있어 투자가 필요하다. 2023년 채무보증 예상 금액이 1조 원으로 그만큼 차입할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은 맞지만, 실제 채무 금액은 4000억 원이 채 안 된다. 지금 당장은 채무보증금액이 자산 대비 높아 보여도, 투자와 공장 증설을 통한 선순환이 이뤄지면 자연스럽게 낮아진다. 채무보증 규모가 큰 것은 그만큼 솔루스첨단소재의 신용도가 높다고 해석해주면 좋겠다”며 “전지박 법인의 경우 아직 규모의 경제가 이뤄지지 않아 전력비 상승으로 타격을 받았던 것이 사실이다. 현재 고객사들에 전지박 판가 인상을 어필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