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30일 방송되는 KBS '자연의 철학자들' 40회는 '하늘을 지붕 삼아' 편으로 자연의 이끌림을 따라다니며 완벽한 자유를 느낀다는 시끄러운 경적, 자동차 소리, 사람들의 말소리 등 온갖 소음이 가득한 도시에서의 삶을 살아가는 이가 있다. 한때 연기자의 길을 걷다, 현재 유튜버의 길을 가고 있는 조화영(36) 씨. 그녀는 주말이 되면 몸집만 한 크기의 배낭을 메고 자연으로 떠난다.
도시의 소음도 자신을 평가하는 사람들도 없는 오롯이 자연과 자신만 존재하는 곳에서 매번 새로운 집을 짓는 화영 씨. 천 하나가 다인 공간이지만 그녀에게는 호텔이나 다름없다. 자연에서는 천 한 장으로도 큰 만족감을 얻는 반면에 도시에서는 많은 걸 쥐고도 부족하다고 느끼고 심지어 더 가지려고 아등바등하게 되는 걸 보며 '너무 무거운 짐을 지고 사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단다.
그래서 오롯이 '나'로 있을 수 있는 자연이 좋다는 조화영 씨. 그녀는 캠핑을 떠날 때 완벽한 자유와 쉼을 느끼며 가장 행복하다.
조화영 씨는 15년이 넘는 시간 동안 연기에 대한 꿈이 있었다. 사춘기 때부터 성인이 되도록 오랜 시간 그 꿈에 매달렸다. 평가받는 직업이다 보니 이래저래 상처받을 일도 많았고 '성공'하지 못했다는 생각에 연기에 대해서는 늘 아픈 마음이 있다는 화영 씨. 그녀는 그때의 자신을 '속 빈 강정'이었다고 말한다.
잘 웃고 활발한 겉모습과는 달리 속으로는 늘 불안했고 자존감도 바닥을 쳤다. 그러나 그녀는 캠핑하러 다니면서 달라졌다. 자연에서는 누군가의 평가나 잣대에서 벗어나 단순히 오늘 하루 '잘 먹고, 잘 자는' 게 중요하다. 여기에 집중하다 보니 훈련이 돼서 이제는 사회에서 누가 뭐라고 해도 '그래, 이건 내 인생에 있어서 중요한 문제가 아니야' 하고 넘어갈 수 있는 강인함과 단단함이 생겼다.
해는 수면에 방해가 된다고 생각해서 암막 커튼을 치던 화영 씨는 이제 해가 뜨면 햇살을 만끽하고 비가 오면 비를 맞고 바람이 불면 바람을 느낀다. 그녀는 비도, 바람도, 햇살도 피부로 느끼다 보니 더 진하고 가깝게 사계절을 느낄 수 있어서 좋다고 말한다.
"자연이 좋다고 해서 꼭 자연에 들어가서 살아야 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저처럼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자연으로 나오면 그 자체로 자연을 즐기는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화영 씨는 생계가 도시에 있다고 해서 도시에만 머물지 않는다. 자연이 좋다고 해서 자연에 들어가서 살지도 않는다. 도시에서 생계를 유지하면서 일을 쉴 땐 자연으로 나와서 휴식을 즐긴다.
가는 길이 험할수록 그만큼 사람도 없고 자연경관도 뛰어나서 더 좋다는 화영 씨. 그렇게 홀로 떠난 오지마을에서는 생각지도 못한 인연이 생기기도 한다. 우연히 만난 '순두'라는 이름의 개와 산책을 하고 '순두'를 따라가다 보니 신비로운 계곡도 만난다.
자연의 이끌림을 따라 여기저기 다니면서 복잡한 머리를 쉬게 하고 자연에서 채워졌을 때 다시 도시로 나가 한 주를 보낸다. 그렇게 또 시간이 되면 다시 동굴에 들어와 자기만의 시간을 가지면서 스스로 들여다본다. 이러한 과정에서 자연에게 받은 게 많다는 그녀는 혹시나 본인의 불찰로 자연을 아프게 할까 봐 아무 생명도 다치지 않게 최대한 흔적 없이 다녀가려고 한다.
예전에는 '실패'라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게 자존심 상하고 화도 났었다는 조화영 씨. 자연과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낸 지금의 그녀는 실패를 인정하는 법을 배웠다. 실패했다고 인생이 끝나는 게 아니고 다시는 못 일어서는 것도 아니라는 걸 안다.
실패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을 배운 그녀는 캠핑으로 인해 자연에 나오게 되면서 다시 시작했고, 새롭게 시작한 그녀의 삶이 만족스럽다. 배우이자 캠퍼 조화영 씨의 철학을 들어본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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