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들, 교육모임 ‘봄비’ 만들고 축구리그도 운영 “아이들 미소에 우리가 위로받아요”
“슛, 패스~.”
후샤오화는 잠시도 쉬지 않고 응원했다. 아들 겸이가 마카오 팀과의 경기에 선발 출전했기 때문이다. 겸이는 동료 선수가 패스해준 공을 받아 세운 뒤 골대를 향해 슛을 쐈고, 공은 그물망을 갈랐다. 안후이성 팀의 골이었다. 후샤오화는 환호의 소리를 질렀다. 겸이가 넣은 골은 이날 이 팀의 유일한 득점이었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평소 봤던 축구 경기가 아니었다. 운동장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은 양 팀 합쳐 10명에 불과했다. 한 팀당 선수 5명만이 출전했기 때문이다. 이날은 자폐증을 앓고 있는 아이들로 이뤄진 팀끼리 맞붙은 경기였다. 중국에선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아이를 ‘별의 아이’라고 부른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 경기를 ‘스타 리그’라고 칭했다.
호각이 울리고 경기는 끝났다. 안후이성 팀은 마카오 팀에 1 대 6으로 졌다. 하지만 후샤오화에게 경기 결과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는 겸이가 경기에 뛰었다는 것만으로도 감격스러웠다. 더군다나 겸이는 멋진 골까지 성공했다. 후샤오화는 운동장으로 달려가 겸이를 꼭 안아주고 눈물을 흘렸다. 후샤오화는 “겸이의 미소가 나를 치유해주고 있다. 자녀로부터 오히려 위안받는다”고 했다.
#700명의 자폐아 ‘봄비’에서 활동
겸이는 어릴 때부터 유독 사람을 무서워했다. 지나가다 다른 아이, 유모차 등을 보면 울음을 터트렸다. 겸이에게 말을 가르쳤지만 좀처럼 입을 뗄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의 말을 알아듣지도 못했다. 다섯 살이 됐을 때 병원으로 데리고 갔고, 의사는 중증 자폐증이라는 충격적인 진단을 전해줬다.
후샤오화는 “겸이가 자신을 통제하지 못하고, 외부와 소통하는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어려서 그런 줄 알았다. 자폐증이 뭔지도 잘 몰랐다”면서 “절망했지만, 현실을 받아들여야 했다. 재활시설로 데려가 언어와 신체 능력을 훈련시키기로 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겸이는 집과 재활시설에 오갔다. 하지만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자폐증 아이들은 다양한 경험을 쌓아야 하지만 겸이를 받아줄 외부 기관은 없었다. 설령 운 좋게 기관 입학이 허용되어도 다른 학부모들이 겸이를 꺼렸다. 겸이가 자신의 아이들과 어울리는 것을 원치 않았기 때문이다.
후샤오화는 고민 끝에 자폐증 아이들을 위한 모임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후샤오화는 2016년 자폐아를 키우고 있던 다른 부모들과 함께 ‘봄비’라는 교육기관을 설립했다. 학생은 겸이를 포함해 총 5명이었다. 비용 문제로 커리큘럼은 학부모들이 직접 맡았다.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했던 후샤오화는 아이들에게 그림을 가르쳤다.
봄비는 점점 유명해졌다. 자폐아를 키우고 있던 부모들에게 봄비는 큰 힘이 됐다.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을 뿐 아니라 부모들끼리도 교류하며 정보를 나눴다. 봄비엔 많은 학생이 모였다. 현재 봄비엔 700명의 자폐인이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연령은 4세부터 27세까지다.
후샤오화를 비롯한 학부모들은 아이들이 원하는 취미를 할 수 있도록 다양한 동호회 반을 개설했다. 축구 농구 등산 자전거 테니스 등 운동 분야뿐 아니라 그림과 각종 음악 활동을 할 수 있는 반이 만들어졌다. 겸이가 소속된 축구팀은 처음엔 7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금은 40명까지 선수가 늘었다.
#‘별의 아이’ 겸이의 우상은 리오넬 메시
축구팀 운영에 있어서 가장 어려웠던 부분 중 하나는 코치진 섭외였다. 아이들에게 체계적으로 축구를 가르치기 위해선 최소한 체육 선생님이라도 데리고 와야 했다. 하지만 모두 “자폐아를 가르친 적이 없다”는 이유로 거절했다. 그러다가 2017년 2월 사연을 들은 허페이공업대학 측이 운동장과 코치진 등을 제공해주기로 했다.
첫 훈련에서 아이들은 예상대로 축구를 어려워했다. 공을 따라가다 우는 아이들도 많았다. 후샤오화는 “자폐증 아이들은 새로운 환경을 접할 때 보통의 아이들보다 훨씬 힘들어한다”고 전했다. 아이들은 울부짖으면서 뛰어다녔고, 학부모들은 이를 따라다녀야 했다. 후샤오화는 “고양이가 쥐를 잡는 듯한 장면이었다”면서 당시를 떠올리며 웃었다.
아이들은 축구가 무엇인지 몰랐다. 코치진들이 ‘슛’ ‘패스’ 등을 지시해도 이를 따라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간극은 좁혀졌다. 코치진들은 자폐아들과 소통하는 법을 배웠다. 말을 짧고 명확하게 하고, 손짓이 필요하며 반드시 눈을 보면서 행동해야 했다. 아이들은 비슷하게나마 골대를 향해 ‘슛’을 할 수 있게 됐다.
한 학부모는 “축구 코치진들은 자원봉사자들에 가깝다. 학부모들이 십시일반 수업료를 모아 그들에게 주지만, 그야말로 소액이다. 그 코치진들이 다른 곳에서 받는 돈에 비하면 푼돈이다. 일주일에 두 차례 해주는 수업으로 아이들이 축구 경기를 할 수 있게 됐다”면서 코치진들에게 감사함을 나타냈다.
1년 정도가 흐른 후 봄비의 축구팀은 다른 유치원의 팀과 축구 경기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실력이 늘었다. 2018년 첫 경기 때 모든 학부모는 눈물을 흘렸고, 아이들을 자랑스러워했다. 보통 자폐아들은 감정 표현을 잘하지 못한다. 그런데 축구를 하면서 표현 능력이 많이 늘었다. 경기 중 서로에게 물을 건네는 등 격려할 뿐 아니라, 끝난 후엔 껴안고 수고했다는 말을 건네기도 한다.
겸이의 우상은 아르헨티나 대표팀의 주장이자 ‘축구의 신’으로 불리는 리오넬 메시다. 겸이는 축구를 시작하면서부터 아르헨티나 유니폼을 좋아했다. 겸이는 하늘색에 세로줄이 있는 유니폼을 입고 훈련을 했다. 축구를 시작하면서 겸이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취미를 찾았다. 후샤오화는 “겸이가 축구를 하다가 땀이 범벅이 된 얼굴로 우리를 향해 웃곤 한다. 그 순간이 너무 벅차다”고 했다.
중국=배경화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