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여지급 일주일 연기…‘가입 승인’ KBL과 ‘구단 홍보’ 허재 도마 위 오를 듯
#'돈 문제' 잦았던 캐롯
캐롯 구단은 6일 "이번 달 선수단 급여는 13일에 지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구단의 급여일은 매달 5일이다. 선수들은 물론 사무국 직원, 통역, 트레이너 등 또한 제때 급여를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스포츠 구단에서 선수단 급여가 제때 지급되지 않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구단 사정에 따라 복지 혜택 등이 줄어들 수는 있지만 급여가 밀리는 것은 보기 어렵다.
구단 측은 급여 지급 지연의 이유로 '독립 법인의 특성'을 들었다. 캐롯은 농구계에서 드문 구조로 창단된 팀이다. 종전 고양 오리온 농구단을 대우조선해양건설이 인수했다. 대우조선해양건설은 데이원스포츠를 설립, 구단을 운영해왔다. 구단명 '캐롯 점퍼스'는 손해보험사인 캐롯손해보험으로부터 네이밍 스폰을 받아 정해졌다. KBO리그의 키움 히어로즈가 연상되는 형태였다. 이처럼 그간 농구계 타 구단과는 다소 다른 구조로 구단을 운영하다 급여가 늦어졌다는 설명이었다.
그간 불안한 행보를 이어왔던 캐롯이다. 이들의 KBL 입성은 시작부터 삐걱거렸다. 오리온 인수에 나섰지만 지난 KBL 임시 총회에서 오리온의 연맹 가입은 한 차례 보류된 바 있다.
특히 운영비 마련 대책에 의심이 끊임없이 따라다녔다. 데이원 측은 네이밍 스폰서, 마케팅 수익 등의 계획을 제시했으나 실현 가능성은 미지수였다.
하지만 2022-2023시즌의 막이 오르기도 전에 문제는 터져 나왔다. 8월 말 창단식을 올렸지만 시즌 개막 직전인 10월 초 KBL 가입비 형식의 특별회비를 기한 내 납부하지 않았음이 밝혀졌다. KBL이 제시한 특별회비는 15억 원이었다. 이 또한 분할 납부로 먼저 5억 원을 지급해야 했으나 캐롯은 기일을 넘겼다.
결국 "리그에 불참시킬 수 있다"는 KBL의 불호령이 떨어지고 나서야 5억 원을 납부했다. 나머지 10억 원의 납부 기한은 리그 일정이 종료되는 오는 3월이다. 앞서 이들의 성대한 창단식에는 약 3억 원이 쓰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오리온 측에는 구단 인수 대금을 완납하지 않았다는 것이 전해지기도 했다.
#선수들은 무슨 죄인가
캐롯은 오리온 시절의 핵심 선수들을 연이어 내보내면서 현금을 끌어 모았다. FA 신분이 된 프랜차이즈 스타 이승현이 전주 KCC로 향하며 보상금으로 12억 원을 수령했다. 오리온 시절 FA로 영입했던 가드 이대성은 현금 트레이드로 6억 원을 마련했다. 반대급부로 FA 신분이던 전성현을 보수 총액 7억 5000만 원에 데려왔다.
에어컨 리그에서 약 10억 원의 '남는 장사'를 했던 캐롯이다. 돈이 남았다는 것은 그만큼 전력은 약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수의 전문가와 팬들은 이번 시즌 캐롯이 하위권에 머무를 것으로 내다봤다.
뚜껑을 연 시즌, 캐롯은 예상을 뛰어넘는 선전을 보였다(현재 6위). 지난 3일까지 5연패로 주춤했으나 2라운드까지 2위 자리를 장기간 지켰다. 여전히 3위권과의 승차는 단 2.5게임 차이다.
특히 FA로 영입된 전성현의 활약이 눈부시다. 경기당 평균 32분 34초를 소화하며 20.2 득점, 4.1개의 3점슛을 기록하고 있다. 리그 전체를 통틀어 두 번째로 많은 득점을 올려 외국인 선수 부럽지 않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2년차 가드 이정현도 15.6 득점 3.9 어시스트 2스틸로 힘을 보탠다.
하지만 구단의 금전 문제로 이 같은 선수들의 활약상은 옅어지고 있다. 급여일이었던 지난 5일 캐롯은 리그 상위권인 울산 현대모비스를 상대로 승리하며 5연패를 끊어냈다. 하지만 22점을 올린 전성현도, 18점을 올린 이정현도 월급을 받지 못했다.
#KBL로 돌아간 화살
임금 미지급 사태에 KBL에도 불똥이 튀고 있다. 선수단에 임금이 지급되지 않은 대형 사고에 KBL에게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KBL 이사회는 지난 6월 임시총회에서 캐롯 구단의 가입 승인을 보류한 바 있다. 구단 운영비 관련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구단이 운영 계획 등 자료를 다시 제출한 끝에 승인이 났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면밀한 검토가 있었는지 의구심이 뒤따른다. 결국 9구단 체제를 우려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승인을 해준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KBL 측은 이번 사태를 두고 일단은 지켜본다는 입장을 내놨다. KBL 관계자는 "상황을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 약속한 13일까지는 기다려보고 그때도 급여가 지급되지 않으면 취할 수 있는 조치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한국농구 레전드 허재 구단주에게도 눈길이 쏠린다. 네이밍 스폰서로 구단이 운영되는 독특한 구조를 가진 캐롯 구단은 그를 '구단주'로 명명하며 전면에 내세웠다. 그는 자신이 출연하는 방송에서도 출연진들로부터 구단주로 불리며 구단 홍보에 열을 올렸다.
하지만 적극적인 방송 출연이 자충수가 될 위기에 처했다. 허 구단주는 구단의 창단식 준비, 훈련 과정 등 자세한 팀의 면면을 방송을 통해 소개했다. 하지만 갑작스레 농구 후배들에게 월급도 주지 못한 구단의 구단주가 됐다. 앞서 가입비 미납 논란 당시 "시즌 후 평가해 달라"고 호소했던 그는 현재까지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허 구단주의 측근들은 캐롯 구단의 운영이 불안했던 만큼 그에 대해서도 불안감을 드러낸 바 있다. 구단주 업무를 보는 중에도 구단 운영상 미숙한 부분들이 눈에 띄었다는 후문이다. 가입비 미납 등 불안 요소가 생기자 그가 출연하는 프로그램 관계자 사이에서도 고민이 깊었다. 구단 홍보에 방송이 적극 나섰다가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 탓이었다. 결국 그 우려는 현실에 가까워지고 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