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삼성생명 지명…“기량 검증되고 피지컬 좋아 공격력은 걱정 없다”
#역대 최강급 신인의 등장
이번 WKBL 드래프트는 '키아나 스미스 드래프트'로 불릴 정도로 그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일각에서는 역대 최강의 신인으로도 평가한다.
고교 시절 전국 유망주 24인이 벌이는 '맥도널드 올아메리칸 게임'에 선발된 경력이 있다. 캘리포니아 대학, 루이빌 대학을 거치며 미국대학스포츠협회(NCAA) 농구리그에서 주요 자원으로 활약했다. 3, 4학년 시즌에는 평균 11.7 득점, 3.4 리바운드 2.5 어시스트의 기록을 남겼다.
대학 졸업 이후 미국여자프로농구(WNBA) 무대에서 활약을 이어갔다. 신인 드래프트 2라운드 4순위로 LA 스팍스에 지명, 데뷔시즌 11경기에 나서 경기당 평균 10분가량을 소화하며 2.6 득점, 0.8 리바운드 0.5 어시스트를 기록했다.
그간의 커리어, 남긴 기록만으로도 역대 최강급 신인이다. 드래프트 이전 진행된 신체 능력을 측정하는 콤바인에서는 점프력, 기동력 등에서 역대 최고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지명 대상 선수들 간의 5 대 5 게임에서도 압도적인 기량을 펼쳤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처럼 미국 프로무대에서 활약하던 그가 자유계약이 아닌 드래프트를 통해 국내 무대를 밟은 이유는 '한국계 혈통'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외국인 선수 자격이 아닌 '외국국적 동포선수 제도'를 통해 WKBL 문을 두드렸다.
#혼혈 선수가 남긴 명암
스미스가 용인 삼성생명의 유니폼을 입은 것은 혼혈 선수로서는 오랜만의 일이다. 한국 농구는 2000년대 이후 해외에서 자란 교포, 혼혈 선수들에게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그 결과 남자농구에서 문태종·문태영 형제, 이승준·이동준 형제, 김민수, 전태풍 등이 장기간 KBL 무대에서 활약했다. 이들은 모두 현재 코트를 떠났지만 다수가 한국에 남아 직간접적으로 농구계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여자농구 또한 다르지 않았다. 킴벌리 로버슨이라는 이름으로 WKBL 무대를 노크했던 김한별은 성공적인 커리어를 이어가며 10년 이상 리그를 대표하는 선수로 활약 중이다. 이외에 루마니아계 한국인 김소니아도 시즌 베스트5에 선정되는 등 리그 최상위 선수다.
이들 혼혈 선수 중 상당수는 리그뿐 아니라 국가대표로도 좋은 활약을 보였다. 특히 문태종은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대표팀이 금메달을 따내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으며 김한별 역시 장기간 대표팀의 주축 선수로 뛰며 명장면을 만들어냈다.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있듯, 국내 농구계에 혼혈 선수들과 관련해 좋은 추억만이 남은 것은 아니다. 리그 내 각 구단에서 혼혈 선수들의 맹활약이 이어지자 앞다퉈 이들을 영입하려는 경쟁이 펼쳐졌다. 그러던 중 기량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 이들이 있거나 국내 무대에 적응을 하지 못한 선수고 있었던 것이다.
WKBL에서는 팬과 구성원들에게 큰 상처를 남긴 대형 사건도 발생했다. 미국 출신의 흑인 선수가 한국인 혈통임을 공문서까지 위조해가며 속이는 일이 있었던 것이다. 2015-2016시즌 부천 하나원큐에 합류한 첼시 리는 하위권을 전전하던 하나원큐를 단숨에 상위권으로 이끌었다. 팀은 준우승에 머물렀지만 첼시 리 개인은 득점왕, 리바운드왕 등 6관왕을 차지하며 개인상을 휩쓸었다.
국가대표 발탁 움직임은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하지만 특별귀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첼시 리가 제출한 출생증명서 등이 위조 또는 변조된 서류임이 드러났다. 결국 첼시 리는 혼혈선수가 아니었고 첼시 리의 기록, 하나원큐의 준우승 기록도 삭제됐다. 이 같은 대형 사기극의 여파로 '동포선수 제도'마저 폐지됐다가 2019년 부활했다.
#데뷔시즌 활약 예상
동포선수 제도와 관련, 깊은 상처가 남은 WKBL이지만 이번에야 말로 그 상처를 치유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소속팀 삼성생명과의 '궁합'도 나쁘지 않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삼성생명은 지난 3시즌 연속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다. 키아나 스미스에게 많은 기대를 걸고 있는 눈치다. 사령탑 임근배 감독은 키아나 스미스에 대해 "한국 여자농구에 힘을 줄 수 있는 선수"라며 "즉시 전력감이다. 가진 재능을 발휘하도록 잘 준비하겠다"는 말을 남겼다.
또한 임 감독은 그를 2번 또는 3번 포지션에서 기용할 것이라는 뜻도 밝혔다. 윤예빈, 이주연 등 프랜차이즈 스타로 키우려하는 자원들이 포진한 가드진과 달리 포워드 포지션은 비교적 기복을 보여 삼성생명의 약한 부분으로 지적 받는다. 키아나 스미스가 포워드 포지션에서 좋은 활약을 보여준다면 팀의 리빌딩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미국 무대에서 180cm 이상의 장신으로 알려졌던 것과 달리 국내 드래프트 콤바인에서는 175.6cm로 측정된 것은 아쉬움이 남는다.
김은혜 KBS N 스포츠 해설위원은 "세간의 평가 대로다. 피지컬 적으로도 워낙 좋고 기량 면에서는 WNBA 드래프트에서 지명이 됐다는 점만으로도 검증이 됐다고 본다"면서 "삼성생명은 공격적인 면에서 어느 정도 자유로움을 추구하는 팀이다. 키아나 스미스가 능력을 보일 수 있는 여건은 마련됐다. 크게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수비적인 면에서는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 해설위원은 "삼성생명은 뺏는 디펜스와 로테이션이 많은 팀이다. 조직력이 중요하다. 기량이 좋더라도 팀 내 전술이 있기 때문에 얼마나 빠른 적응이 활약도를 올릴 수 있는 길"이라고 짚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