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과정 정치권 인사들 개입 의혹…인천경제청 “언론 인터뷰 안해” 거론 인사들 “사실무근”
청라단지 조성 사업은 인천시 서구 청라동 1-820 일대(청라동 5-4블록) 18만 8282㎡(약 5만 7055평) 부지에 영화와 드라마 촬영 스튜디오, 미디어센터, 업무 및 위락 시설 등을 세우는 대형 프로젝트다. 청라단지 조성 사업비는 토지매입비, 공사비 등을 포함해 모두 1조 5000억 원대로 추산된다.
인천경제청은 2022년 7월 28일 사업자 공모를 공고했고, KT 컨소시엄과 더이앤엠(The E&M) 컨소시엄 두 곳을 최종 평가대상으로 상정했다. 두 컨소시엄 가운데 한 곳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기로 했다.
KT 컨소시엄엔 KT를 비롯해 KT스카이라이프, KT스튜디오지니, CJ ENM, 롯데건설, 신동아건설, 신한은행, IBK투자증권 등 주로 대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더이앤엠 컨소시엄엔 영상미디어 콘텐츠 ‘팝콘TV’ 제작사인 더이앤엠과 외국 투자 회사인 ETS(Engineering In Translational Science) 등 2개사가 포함돼 있다. 협력업체(파트너)로는 현재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KH필룩스 그룹 계열사인 IHQ와 에이스팩토리, 이제이파트너스, 메이스엔터테인먼트, 한국시나리오작가협회 등이 참여하고 있다.
인천경제청은 2022년 12월 13일 “청라영상·문화복합단지 공모사업 제안서 평가 결과 더이앤엠 컨소시엄이 최고점을 받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할 예정”이라며 “이는 각 분야별 전문가로 구성된 사업제안서 평가위원회가 사업신청자, 종합개발 구상, 전문성 및 관리운영계획 3개 분야로 구분해 분야별 심도 있는 평가를 진행한 결과”라고 발표했다.
인천경제청은 “청라단지 개발법인과 운영법인이 분리된 제안사(KT 컨소시엄)보다는 개발법인과 운영법인이 청라단지를 일관성 있게 개발·운영하고 사업 이익을 적정하게 재투자하는 계획을 제시한 더이앤엠 컨소시엄이 청라단지 공모 취지에 더 부합한 것으로 평가했다”고 밝혔다. 인천경제청은 앞으로 1년 정도 우선협상대상자인 더이앤엠 컨소시엄이 제출한 사업 계획의 완성도를 보완할 예정이다.
그런데 인천경제청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발표가 나오면서 시행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 ‘사업제안서 평가위원회’가 제대로 구성됐느냐는 지적부터 나온다. 인천경제청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위한 사업제안서 평가위원회 평가위원 후보자들을 공개 모집하지 않았다. 인천경제청이 자체적으로 구성했다. 평가위원 후보자는 모두 36명이었다.
인천경제청은 2022년 12월 13일 오전 청라단지 조성 사업을 신청한 KT 컨소시엄 측과 더이앤엠 컨소시엄 측이 참석한 가운데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최종 평가위원을 추첨했다. 이를 통해 평가위원 후보자 36명 가운데 12명을 최종 평가위원으로 뽑았다. 시행업계에선 인천경제청의 평가위원 선정 과정이 석연치 않다고 지적한다. 일반적으로 이 같은 공모 사업의 평가위원 후보자들은 사업신청 업체들의 사업계획서를 평가하기 3~4주일 전쯤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 모집한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같은 기관은 LH에 소속된 전문위원회의 전문위원 수백 명 전원을 평가위원 대상자로 정한다. 이후 평가위원 수백 명 가운데 무작위로 10명 안팎을 추첨해 최종 평가위원단을 구성한다. 이는 사업신청자가 평가 전에 평가위원과 접촉하는 등 평가 비리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때문에 특정 사업신청자에 유리하게 평가위원단이 구성될 확률은 그만큼 낮다.
하지만 인천경제청은 이 같은 방식들이 아닌 자체적으로 평가위원 후보자를 구성했다. 20년 이상 공모사업에 참여해온 한 시행업체 관계자는 “청라단지 사업의 경우 평가위원 후보자 자체가 36명으로 너무 적었다”며 “평가위원 후보자 36명 모두를 특정 사업신청자에게 유리하도록 세팅할 수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청라단지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인천경제청 관계자들은 “청라단지와 관련해 언론과 인터뷰하지 않는다”는 등 신중한 자세를 취했다.
그런데 더 주목되는 점은 청라단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평가위원 선발 과정에 여야 정치권 인사들과 인천경제청 인사가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는 것이다.
우선 국민의힘 A 의원이 청라단지 최종 평가위원으로 선정된 법률전문가 B 씨를 추천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A 의원은 청라단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더이앤엠 컨소시엄에 참여한 더이앤엠 신환률 대표와 친한 사이로 알려졌다. 또한 더이앤엠 컨소시엄 협력사인 IHQ 관계자와도 가깝다는 전언.
이와 관련해 시행업계 소식통은 “인천경제청이 청라단지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는 최종 평가위원 12명을 뽑은 12월 13일 이전에 ‘A 의원 핵심측근’이 법률전문가 B 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A 의원 핵심측근은 B 씨에게 ‘(B 씨가) 최종 평가위원 12명 가운데 한 명으로 선정될 것이다. 평가위원으로 선정되면 더이앤엠 컨소시엄을 도와줘라’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며 “이 같은 메시지를 받은 B 씨는 자신의 지인에게 전화를 걸어 A 의원 핵심측근 메시지를 전했다”고 주장했다. 이 소식통은 “A 의원 핵심측근은 A 의원 지시에 따라 B 씨에게 전화했던 것으로 안다”고도 했다.
이에 대해 A 의원은 일요신문과 전화통화에서 “나는 청라단지 사업이 뭔지 모른다”며 “(더이앤엠) 신환률 대표와 B 씨도 누군지 모른다”고 말했다. 법률전문가 B 씨 역시 “A 의원이나 A 의원 측근도 아는 사람이 없다”며 “청라단지 사업자 선정 평가와 관련해 어떠한 청탁도 받은 사실이 없다”며 불쾌해했다. 다만 B 씨가 전화했다고 알려진 B 씨의 지인 측은 일요신문의 사실 확인 요청에 “언론과 통화하고 싶지 않다”는 입장만 전해왔다.
더불어민주당 C 의원의 보좌진 가운데 한 명도 이 사업에 개입한 의심을 사고 있다. C 의원의 보좌진은 2022년 7월 시작된 이 사업 공모 기간 중 KT 컨소시엄에 속한 KT에 전화를 걸어 자신의 신분을 밝힌 후 대외비에 속하는 KT 내부 정보 제출을 여러 차례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보좌진이 KT에 제출을 요구한 자료는 KT 컨소시엄의 외국투자기업 유치 관련 정보였다. 청라단지 공모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느냐 마느냐를 판가름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로 알려졌다. 이에 KT 측은 C 의원 보좌진에게 “해당 자료는 대외비여서 제출할 수 없다”며 거절했다고 한다. KT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인사는 “(C 의원 보좌진이) KT 컨소시엄 자료를 빼내 누군가한테 전달하려 했던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C 의원은 “내 보좌진들은 KT에 자료 요청을 한 적이 없는 것으로 안다”며 “내가 그 사업에 관심을 가질 하등의 이유도 없다”고 말했다.
시행업계에선 또 “청라단지 최종 평가위원으로 선정된 관광문화 전문가 D 씨는 인천경제청 관계자가 추천했다”는 뒷말이 나오고 있다. D 씨와 인천경제청 관계자는 2021년 한 언론사가 주최한 행사에 함께 참여한 이후 친분이 쌓인 것으로 알려졌다. 관광문화 전문가 D 씨를 평가위원으로 추천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는 인천경제청 관계자는 일요신문과 전화통화에서 “D 씨와 아는 사이인 것은 맞으나 D 씨를 평가위원으로 추천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우선협상대상자에서 배제된 KT 컨소시엄 관계자는 “특정 사업자(이앤엠 컨소시엄)에 유리하게 평가위원회가 구성된 것 같다”면서 “인천경제청은 평가위원 선정부터 심사까지 모든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청라단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더이앤엠 컨소시엄 측은 “중소제작사와 전문협회가 참여한 컨소시엄(더이앤엠)이 대기업 KT 컨소시엄을 제쳤다는 이유로 여러 주장이 나오고 있는데 대부분 사실이 아니다”며 “더이앤엠 신환률 대표는 A 의원이나 C 의원이 누군지 잘 모른다”는 입장을 내놨다.
김지영 기자 you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