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 리스크·금융당국 압박 부담…18일 임추위서 1차 회장 후보군 발표
우리금융은 오는 18일 임추위를 열고 1차 회장 후보군(롱리스트)을 확정할 예정이다. 후보군에는 우리금융 내외부 인사 10여 명이 거론되고 있다. 내부 인사로는 이원덕 우리은행장, 박화재 우리금융지주 사장, 권광석 전 우리은행장, 정원재 전 우리카드 사장, 남기명 전 우리은행 부문장, 외부 인사로는 황록 전 신용보증기금 이사장과 조준희 전 기업은행장 등이다.
최대 관심사는 손태승 회장이 후보군에 포함될지다. 금융당국이 손태승 회장을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비춰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윤석열 정부 들어 금융권 수장 교체가 빈번했다. 손병환 전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은 연임이 유력할 것으로 보였지만 관료 출신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에게 자리를 내줬다.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은 3연임을 포기하고 용퇴를 결정했다. 금융권 일부에서는 이들이 낙마한 데는 금융당국의 입김이 작용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차기 회장 선임을 앞둔 우리금융 역시 금융당국의 압박을 받고 있다. 금융당국은 2019년 손태승 회장에게 파생결합증권(DLS)와 파생결합펀드(DLF)와 지난해 11월 라임 펀드 불완전 판매의 책임을 물어 각각 문책 경고라는 중징계를 지시했다. 금융회사 임원은 문책 경고 이상의 중징계를 받으면 금융권 취업이 3~5년간 제한된다.
금융당국이 손태승 회장을 못마땅해 한다는 신호는 여러 차례 나왔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해 11월 10일 “지금은 급격한 시장 변동에 대한 금융당국과 금융기관이 긴밀히 협조해야 하는 점을 고려할 때 당사자(손태승 회장)가 보다 현명한 판단을 내릴 것으로 저는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도 지난해 12월 20일 “라임펀드 사태와 관련해 최고경영자(CEO)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게 정부의 뜻”이라며 “금융위는 여러 차례 회의를 거쳐 라임펀드 사태를 단순 직원 문제가 아닌 CEO까지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결정했다. 손 회장에 책임이 있다고 감독당국이 명확하게 판정을 내린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융당국의 압박에 손태승 회장은 정면으로 맞서고 있다. DLS·DLF 사태와 관련해 금융당국의 중징계가 부당하다며 취소소송을 제기, 지난해 12월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했다. 금융당국의 중징계와 그로 인해 내려지는 '금융권 취업 3~5년간 제한'이 DLS·DLF 사태와 관련해서는 효력이 없어진 것이다. 손태승 회장은 라임 사태와 관련한 중징계 제재에 대해서도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와 별개로 우리은행도 라임자산운용과 신한금융투자(현 신한투자증권)을 상대로 라임 사태의 실책임을 묻는 647억 원 상당의 구상권 청구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소송을 제기하지 않으면 손태승 회장과 우리은행이 라임 사태의 책임을 인정하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손태승 회장은 금융당국 수장들의 발언을 뒤로 하고 신년사를 통해 “지난해 시장이 불안정해 보류해온 증권·보험·벤처캐피탈(VC) 등 비은행 사업 포트폴리오 확대를 위해 올해 속도를 높일 것”이라며 경영 의지를 다졌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5일 KB국민은행이 운영 중인 탄력점포(남대문종합금융센터)를 방문한 자리에서 “사고를 낸 쪽이 무엇을 잘못해서 어떻게 하겠다고 발표한 것이 없고 소송만 얘기하는 것은 사건의 본질이 아니다. 바람직하지 않고 굉장히 불편하게 느껴진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금융권 일부에서는 손태승 회장의 업적이 연임을 하는 데 부족함이 없다고 보기도 한다. 손태승 회장은 우리금융의 지주사 전환과 민영화를 성공시켰다. 지주사 전환 후 인수합병(M&A)을 통해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쌓았고 실적도 좋았다. 2019년 2조 7999억 원 수준이었던 영업이익은 2021년 3조 6597억 원까지 올랐다. 2022년은 3분기에 이미 전년 실적을 넘어선 3조 7026억 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금융당국의 압박을 손태승 회장이 이겨내기는 힘들 것으로 보는 사람이 적지 않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임추위를 예고한 상황에서 손태승 회장에 대한 금융당국의 압박이 더욱 거셀 것으로 보이며 향후 롱리스트나 숏리스트에서 금융당국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할 수 있다”며 “우리금융의 안정적인 경영을 위해서는 손 회장의 연임이 도움이 되지만 금융당국과 날을 세우는 것으로 보이는 것이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기에 여러 가지로 고민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태승 회장과 우리금융은 일련의 상황에 대해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우리금융 임추위 행보가 더욱 궁금증을 자아낼 수밖에 없다.
한편, 손태승 회장은 지난 3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3년 범금융 신년인사회’에 불참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를 비롯해 금융권 6개 협회와 금융당국 수장들 그리고 한국은행 총재 등 주요 경제·금융 인사들이 참석하는 대규모 신년 행사다. 손태승 회장은 업무상 일정으로 불참했고, 대신 이원덕 우리은행장이 참석했다.
박찬웅 기자 roone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