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어쓰·화이자와 특허 침해 관련 지리한 소송…차세대 백신은 후발주자로 나서야 해서 부담
#당장 팔지도 못하는데 특허분쟁 부담 가중
스카이뉴모를 둘러싼 SK바이오사이언스와 와이어쓰LCC(와이어쓰), 한국화이자제약(화이자)의 갈등은 2017년부터 시작됐다. 와이어쓰는 개발한 폐렴구균백신 ‘프리베나13’을 화이자를 통해 2010년부터 국내에서 판매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2016년 프리베나13과 구성을 똑같이 한 스카이뉴모를 내놓았다. 그러자 2017년 와이어쓰와 화이자는 스카이뉴모에 대해 특허권 침해금지 및 예방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도 관련 특허 무효심판을 제기했고, 3심까지 간 끝에 2019년 대법원은 와이어쓰와 화이자의 손을 들어줬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프리베나13의 국내 특허가 만료되는 2027년까지 스카이뉴모를 생산하지 못하게 됐다. 결국 2020년 10월 SK바이오사이언스는 스카이뉴모 국내 품목허가를 자진 취하했다.
이후에도 스카이뉴모 특허를 둘러싼 잡음은 이어졌다. 2019년 당시 서울지방법원은 스카이뉴모, 스카이뉴모를 생산할 목적으로 제조한 반제품(13가 벌크 용액)을 프리베나13 특허 만료 전까지 생산하지 못하도록 화해권고결정도 내렸다. 그런데 이후 2020년 와이어쓰와 화이자는 SK바이오사이언스가 화해권고결정을 어겼다며 간접강제 신청을 제기했고 받아들여졌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러시아 제약사와 이미 맺은 기술이전계약에 따라 연구·시험을 위한 13가 단백접합백신과 개별 다당류-단백질 접합체 ‘모노 벌크 제품’을 공급한 것이 발단이었다.
이와 관련해 2020년 와이어쓰와 화이자는 가처분 소송을, 같은 해 10월에는 본안 소송을 제기했다. 가처분 소송 1, 2심에서는 SK바이오사이언스가 승소했다. 재판부는 연구 또는 시험을 위한 완제의약품 생산 및 수출 행위는 특허권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국내에 등록된 특허는 속지주의 원칙에 따라 해외에서 특허권자가 독점권을 주장할 수 없다고 봤다. 판결이 나온 후 2021년 와이어쓰와 화이자가 가처분 소송을 자진 취하했다. 이와 관련한 본안 소송은 선고를 앞둔 상태다.
그런데 본안 소송 선고를 앞둔 2022년 6월 와이어쓰와 화이자는 SK바이오사이언스를 상대로 특허권 침해금지 가처분소송을 또 제기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와 계약을 맺은 러시아 제약사가 2022년 러시아 보건부에 13가 폐렴구균백신 110만 도즈를 공급할 예정인데, 러시아 제약사가 제품 생산 능력을 갖추지 못해 SK바이오사이언스가 자신들의 특허발명과 동일한 구성을 가지는 완제의약품을 제품명을 표기하지 않고 수출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하면서다.
이에 SK바이오사이언스는 러시아 제약사가 이전받은 기술을 토대로 러시아에서 자체 제조할 계획이라고 맞섰다. 지난해 11월 재판부는 SK바이오사이언스 손을 들어줬다. 같은 해 12월 와이어쓰와 화이자는 항고했지만 올해 1월에 가처분 소송을 자진 취하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러시아 제약사에 완제의약품을 수출하지 않는다는 식으로 변경허가를 받아 우려가 해소됐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진다.
국내 시장에서 화이자의 프리베나13은 여전히 폐렴구균백신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는 제품이다. 쉽게 포기할 수 있는 시장이 아닌 셈이다. 앞서 SK바이오사이언스는 2016년 제형분할특허 무효심판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프리베나13은 국내에서 조성물특허(분할특허 포함)가 2026년, 제형특허와 용기특허가 2027년 만료된다.
2020년 1심 특허심판원은 용기특허에 진보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SK바이오사이언스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화이자가 항소해 2심으로 돌입하게 됐고, 2021년 소송 보조참가자였던 머크와 화이자가 합의하며 1심의 무효결정이 취소됐다. 용기특허를 무력화하지 못한 것이다. 앞서 SK바이오사이언스는 제형특허는 무효화했으나 조성물특허 무력화에는 실패했다. 즉, SK바이오사이언스는 용기특허가 만료되는 2027년이 돼야 스카이뉴모를 출시할 수 있다.
#차세대 백신은 이미 글로벌 제약사 시장 진입
SK바이오사이언스는 차세대 백신에 기대를 걸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SK바이오사이언스는 프랑스 사노피와 21가 폐렴구균백신에 대해 미국에서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공장 안동L하우스에서 만든 임상의약품을 사용하는데, 회사 측은 폐렴구균백신 임상 진행 경과에 따라 안동L하우스 증설 투자도 계획하고 있다.
경쟁사인 글로벌 제약사들은 한발 앞서 있는 상황이다. 화이자 20가 폐렴구균백신 ‘프리베나20’은 2021년과 지난해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유럽의약품청(EMA)으로부터 각각 판매승인을 받았다. 프리베나20에 대해 18세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허가받은 화이자는 현재 FDA에서 영유아를 대상으로 한 허가 심사도 받고 있다. 폐렴구균백신과 관련해 머크(MSD)는 15가 백신 ‘백스누반스’를 선보였으며, 영국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는 미국 기업 아피니백스를 인수해 24가 백신 물질을 확보해 임상 3상 진행 중이다.
국내 한 약학대학 교수는 “20가와 21가는 크게 차이가 없기 때문에, 먼저 시장에 진출한 선두 주자가 훨씬 유리하다. 그렇지 않으면 효과가 훨씬 뛰어나거나 후발주자를 내놓는 회사 브랜드가 더 뛰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SK바이오사이언스 관계자는 “(특허 관련해서는) 현재 다툼이 있는 상황이라 입장을 밝히기가 조심스럽다”며 “프리베나13 특허가 만료되기 전에 차세대 백신 개발에 좀 더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답했다.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