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뭐! 애들 싸움이 어른 싸움됐네
▲ K팝스타 심사위원들 심사 장면 화면 캡처. |
▲ <위대한 탄생2> 심사위원들의 심사 장면 화면 캡처. |
MBC 예능국 관계자는 “이승환이 높은 점수를 준 전은진은 윤상의 멘티였다. 이승환이 굳이 윤상의 편을 들어줄 이유도 없었고, 권진영 대표가 이승환을 직접 공격할 만한 명분도 없었다. 하지만 멘티들의 대결은 멘토들의 대리전인 만큼 이 같은 해프닝도 벌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생방송 무대를 시작한 SBS 오디션 프로그램 <일요일이 좋다> ‘K팝 스타’에서도 심사위원들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게다가 심사위원 세 사람이 국내 3대 가요기획사인 SM-YG-JYP를 대표하는 만큼 한 치의 양보도 용납되지 않는다.
얼마 전 공개된 ‘K팝 스타’의 현장 스틸 컷에는 순번표를 뽑는 3명의 심사위원들의 카메라 밖 표정이 생생히 담겨 눈길을 끌었다. ‘캐스팅 오디션’을 표방하는 ‘K팝 스타’에서는 각 심사위원들이 직접 합격자를 선택한 뒤 각 기획사에서 일정 기간 훈련시켜 다시 무대에 올린다. 이때 합격자를 고르는 순서는 세 사람이 미리 제비뽑기를 통해 정한다. 이 장면은 방송에는 공개되지 않지만 가장 긴장되는 순간이라 할 수 있다.
‘K팝 스타’ 관계자는 “생존자 중에서 누가 더 매력이 있고, 실력이 뛰어나다는 것은 대중들도 알고 심사위원들도 알고 있다. 때문에 좋은 순번을 뽑아 뛰어난 출연자를 선점하는 것이 중요하다. 순번표를 뽑을 때는 심사위원들도 출연자 못지않게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하다”고 귀띔했다.
‘K팝 스타’ 심사위원들이 대립할 수밖에 없는 가장 큰 이유는 최종 우승자를 소속 가수로 영입하기 때문이다. 최종 우승자는 3사 중 한 곳을 고른 후 해당 기획사에서 앨범을 내는 특전을 부여받는다. 마지막 순간에는 3대 기획사가 시험대에 오르게 되는 셈이다. 때문에 ‘캐스팅 오디션’을 통해 선발한 출연자에게 미리 체계적인 트레이닝 과정을 보여주고 향후 가수 활동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을 해줄 수 있다는 믿음을 줘야 한다.
이 관계자는 “국내 3대 가요기획사의 자존심이 걸렸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참가자의 무대를 본 후 세 사람의 평가가 엇갈리며 미묘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향후 더욱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것이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에서는 심사위원 간 보이지 않는 알력이 발생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녹화가 잠시 중단되면 데뷔 해가 빠른 심사위원 A가 후배 심사위원인 B의 군기를 잡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A는 녹화가 아닌데도 마이크를 잡고 B에게 핀잔을 주거나 충고를 해 다른 심사위원들과 제작진을 난감하게 만들곤 한다.
이 프로그램의 한 제작 관계자는 “녹화가 끊겨도 방청석에는 관객들이 그대로 앉아 있다. 곁에 가서 조용히 이야기해도 좋으련만 모두가 들을 수 있도록 마이크에 대고 면박을 주니 B는 물론이고 다른 심사위원 가수들도 불편해하긴 마찬가지다”라고 토로했다.
A는 다른 심사위원들과의 약속을 어겨 빈축을 사기도 했다. A는 본격적인 트레이닝이 시작되기 전인 예선무대에서는 출연자들에게 별도의 지도를 하지 말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A가 공연을 앞두고 자신이 담당한 출연진과 미팅을 가졌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원성을 샀다. B의 측근은 “B를 포함해 다른 심사위원들도 기분이 상했다. 공정성을 강조한 A가 가장 많은 반칙을 범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 싸움이 어른 싸움이 된다는 말처럼 출연진들의 경쟁이 심사위원들의 경쟁 구도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오디션 프로그램 전성시대를 연 주인공은 단연 케이블채널 Mnet <슈퍼스타K>다. 이후 가수를 뽑는 <위대한 탄생> <K팝 스타> <보이스 코리아>를 비롯해 배우 지망생의 장이었던 SBS <기적의 오디션> 등이 만들어졌다. <슈퍼스타K>가 단순히 평가자와 참가자로 구도를 나눴던 반면 이후 제작되는 오디션 프로그램은 멘토, 코치, 클래스 등의 수식어를 붙여 심사위원들 간의 대결을 전면에 내세웠다. 때문에 심사위원들의 인기가 곧 출연자들의 인기로 이어지는 경향도 생겼다.
<위대한 탄생1>에서는 김태원 멘토의 가르침을 받은 백청강 이태권 손진영이 각각 1, 2, 4위를 차지했다. 이 중 손진영은 타 출연자에 비해 실력이 다소 뒤처진다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승승장구하며 ‘미라클맨’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위대한 탄생2>에서도 이선희 멘토가 키운 구자명과 배수정이 우승과 준우승을 나눠가졌다. <기적의 오디션>에서는 이범수 클래스에 속한 손덕기와 주희중이 1, 2위를 거머쥐었다.
한 방송 관계자는 “팀 단위로 진행되는 오디션 프로그램에서는 분명 ‘쏠림 현상’이 발생한다. 시청자와 네티즌의 문자 투표와 온라인 투표가 진행되는 만큼 심사위원의 인기가 소속 멘티에 대한 호감으로 이어지곤 한다. 하지만 대부분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출연진에게도 멘토를 선택하는 기회가 주어지는 만큼 모든 것이 평가 항목에 포함되는 것이라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들은 이어 “심사위원들의 경쟁을 나쁘게 볼 필요는 없다. 그들 역시 자극을 받아 멘티들에게 더 공을 들이면 결과적으로 프로그램 전체 수준이 올라갈 수 있다. 그만큼 시청자들에게도 양질의 콘텐츠가 공급되니 분명 순작용이 있는 셈이다”고 덧붙였다.
안진용 스포츠한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