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1980년대 풍미한 ‘여배우 트로이카’ 중 한 명…말년에 알츠하이머·친족 분쟁 불거지기도
영화계에 따르면 윤정희는 19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세상을 떠났다. 고인은 지난 10여 년 간 알츠하이머병을 앓아 온 것으로 알려졌다.
1944년 부산에서 태어난 윤정희는 1967년 영화 '청춘극장'으로 데뷔해 그해 대종상영화제 신인상, 청룡영화제 인기여우상을 받으며 당대 최고의 여배우로 사랑 받아왔다.
1960~1980년대 스크린에서 활동한 그는 1960년대엔 문희, 남정임과 함께 한국 여배우 트로이카 1세대로 불리며 주옥 같은 작품을 남겼다. 주요작으로는 '장군의 수염'(1968), '독 짓는 늙은이'(1969), '신궁'(1979), '저녁에 우는 새'(1982), '위기의 여자'(1987), '만무방'(1994) 등이 있다. 활동 시기 대종상, 청룡영화상, 백상예술대상, 부일영화상 등 내로라 하는 영화제와 시상식에서 상을 휩쓸기도 했다.
'만무방' 이후 한동안 활동이 없었던 윤정희는 2010년 이창동 감독의 영화 '시'로 복귀해 그해 대종상과 청룡영화상, LA비평가협회상, 시네마닐라국제영화제 등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저력을 과시했으나 이 당시 알츠하이머 초기 증상을 앓고 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충격을 줬다.
그 후 잊혀가던 윤정희가 다시 대중들의 입에 오르내린 것은 지난 2021년 청와대국민청원에 올라온 글로부터 시작됐다. '윤정희를 구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글을 쓴 글쓴이는 윤정희가 남편인 피아니스트 백건우에 의해 파리로 끌려가 방치된 상태라고 주장했다. 또 백건우가 딸도 앓아보지 못하는 윤정희를 2년 이상 만나지 않았고 병간호를 윤정희의 형제들에게 떠넘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백건우는 "청원에 적힌 주장은 모두 거짓이며 윤정희는 편안한 생활을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프랑스 파리로 주거를 옮긴 이유도 한국에서 얼굴이 알려진 유명인이다 보니 치료에 어려움이 있었고, 딸이 파리에 거주 중이었기에 결정한 일이라고도 설명했다.
윤정희의 형제들이 배우자인 백건우, 친딸이자 바이올리니스트인 백진희 씨에 대해 윤정희의 성년후견인 지위를 놓고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성년후견은 장애나 질병, 노령으로 인한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없거나 부족한 사람을 위해 법원이 후견인을 선임해 재산 관리나 신상 보호를 지원하는 제도를 말한다.
딸인 백 씨가 윤정희의 성년후견인으로 먼저 프랑스 법원의 승인을 받았고, 2020년부터 국내 법원에서 진행된 성년후견개시 심판 청구 소송에서도 2심까지 백 씨가 윤정희의 성년후견인으로 지정됐다. 윤정희의 동생이 상고하면서 소송은 대법원에 계류중이었으나 성년후견 대상자인 윤정희의 사망으로 사건은 각하될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