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GI 측 경영권 교체 요구에 MBK 측 ‘백기사’ 참전…공개매수 성패가 경영권 향배 결정
#“경영진 교체” 장군에 “상장폐지” 멍군
오스템임플란트는 오는 3월 엄태관 대표와 사외이사 2명의 임기가 끝난다. 에브리컷은 지난해 말 경영참여 목적으로 오스템임플란트 주식 6.57%를 매입했다. 지분 5% 이상을 가진 주주는 라자드에셋매니지먼트(7.18%), 국민연금(5.04%), KB자산운용(5.04%) 등이다. 이들이 에브리컷과 손을 잡는다면 지분율 23.83%로 최 회장(20.6%)을 넘어서게 된다.
에브리컷에 맞서 최규옥 회장은 1월 덴티스트리에 보유 지분 294만 주 가운데 144만 주를 2740억 원에 매각한다. 덴티스트리는 최 회장 보유지분 매입과 함께 잔여 유통 물량에 대한 공개매수에 나선다. 공개매수가는 최 회장 지분 인수가격과 같은 주당 19만 원이다. 덴티스트리는 공개매수에 대비해 최대 2조 1236억 원(자기자금 4250억 원, NH투자증권 차입 1조 7000억 원)을 마련해뒀다.
공개매수는 오는 2월 28일 이뤄진다. 덴티스트리가 공개매수 최소 목표수량인 239만 주를 확보하면 최규옥 회장 보유분과 전환사채권(51.6만 주)까지 포함해 지분율은 40%에 달하게 된다. 하지만 3월 열리는 정기주주총회는 지난해 12월 말 주주명부가 기준이다. 에브리컷이 3월 이사 선임에 성공한다면 덴티스트리가 공개매수에서 의결권 3분의 2를 확보해야 다시 임시 주총을 열어 해당 임원을 해임할 수 있다.
#최규옥은 경영권, MBK는 투자차익 ‘일석이조’
최규옥 회장은 이번에 오스템임플란트와 종속기업 지분을 팔아 각각 2740억 원, 965억 원 등 총 3706억 원의 현금을 손에 쥐게 된다. MBK 측이 공개매수에 성공한 뒤에도 최 회장은 공동경영권을 갖는다. 최 회장의 이사 지명권은 2명으로 MBK(4명)보다 적지만 의결권은 공동 행사다. 최 회장은 덴티스트리가 보유한 지분에 대해 우선매입·협상권과 매도 청구권(3회, 발행주식 4% 한도)도 갖는다.
MBK는 이번 거래에서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오스템임플란트가 최 회장을 상대로 신주인수권사채(BW)를 발행하는 방안도 마련했다. 최 회장 입장에서는 MBK에 지분을 판 돈으로 다시 회사 지분을 사는 셈이다. 요약하면 MBK가 향후 투자금을 회수할 때 최 회장이 경영권을 되찾기 쉬운 거래 구조다.
공개매수가인 1주당 19만 원은 2022년 주당순이익(EPS) 대비 20배 이상이다. 오스템임플란트가 지금까지 한번도 가보지 못한 가격대다. MBK는 최대 1조 7000억 원을 연 6.5%의 금리로 차입할 각오다. 연간 이자비용만 1100억 원이 넘는다. 오스템임플란트의 잉여금은 3000억 원 남짓이다. 잉여금을 몽땅 다 배당으로 받아도 3년치 이자가 안 된다. MBK의 노림수는 무엇일까. 유력하게 거론되는 것이 재상장이다.
임플란트 업계 아시아 1위, 글로벌 4위인 오스템임플란트 매출은 2020년 6316억 원, 2021년 8246억 원으로 성장한 데 이어 2022년 1조 원 돌파가 확실시 된다. 주당순이익(EPS)은 올해 1만 2000원, 내년에는 1만 5000원까지도 가능할 전망이다. 재상장을 할 때 이번 공개매수 때 적용한 주가수익비율(PER) 20배만 인정을 받아도 주당 가치는 최고 30만 원이 될 수도 있다. 공개매수가에서 주당 11만 원가량 차익을 낸다면 금융비용을 빼고도 50%가량의 수익이 날 수 있다. 최규옥 회장은 덴티스트리가 보유지분을 재상장할 때 발생하는 투자 차익 일부도 나눠가질 수 있는 권한도 갖는다.
#MBK, '찰떡궁합' 메디트 시너지 변수
MBK가 오스템임플란트의 기업가치에 도움이 될 관련 기업과의 합병 또는 연계까지 이뤄낸다면 재상장 가치는 더 높아질 수도 있다. PEF들이 즐겨 사용하는 ‘볼트온(Bolt-on)’ 전략이다. MBK는 최근 치과용 3D 스캐너 제조기업 메디트 지분 99.5%를 약 2조 4000억 원에 인수했다. 2019년 PEF 유니슨캐피탈이 메디트를 인수할 당시 기업가치는 6400억 원이다. 불과 3년 새 값이 3.5배나 뛴 셈이다. 메디트 투자에서 성공을 거둔 유니슨은 거래 상대방이던 MBK와 함께 이번 거래에도 뛰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보통 치과에서는 고무찰흙 같은 재료를 입으로 물게 해 본을 뜬다. 그리고 이를 치과기공소로 보내 보형물을 만들었다. 제작 기간만 일주일이 걸렸다. 하지만 3D 스캐너를 이용하면 치아 형태와 주변 조직을 3차원으로 확인한다. 보형물 제작까지는 하루가 채 안 걸린다. 정확하고 빠르다. 아직 치과 업계에서 이 장비를 도입한 곳은 전체의 20% 미만이다. 그만큼 미래 성장 잠재력이 크다.
2018년 메디트는 매출 328억 원, 영업이익 103억 원을 기록했다. 2021년 매출은 1905억 원, 영업이익은 무려 1040억 원이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업 아이마크(IMARC)는 글로벌 치과용 3D 스캐너 시장이 2021년 21억 5000만 달러에서 2027년 49억 2000만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메디트는 치과용 3D 스캐너 글로벌 시장 점유율이 25%에 달한다. 3년 안에 매출이 2배 이상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공개매수 응할까 말까?
투자자들의 고민은 과연 지금 공개매수에 응할지 아니면 수년 후 기업가치 개선을 겨냥해 주식을 계속 보유할지다. 코스닥 종목은 소액주주 지분이 20% 미만으로 유지되더라도 상장이 폐지될 수 있다. 물론 상장폐지 후에도 주식을 보유할 수는 있지만 거래가 어렵다. 장외거래에서 팔면 양도세까지 내야 한다. 업계 2위 덴티움의 PER이 12배인 점을 감안하면 공개매수가인 PER 20배는 꽤 높은 값이다. 관건은 라자드, 국민연금, KB자산운용 같은 기관들의 선택이다.
국민연금은 주가가 5만 원 미만이던 10년여 전부터 매매로 수익을 챙기면서 5% 안팎의 지분율을 유지하고 있다. KB자산운용은 지난해 6월 5% 지분 보유를 신고하면서 주당 평균매입가를 11만 6000원이라고 밝혔다. 라자드는 오스템임플란트 주가가 한참 오르던 2021년 8월 첫 5% 보유 신고를 한다. 당시 평균매입가가 주당 14만 원 이상이다. 이후 주당 15만 원 이상에서도 주식을 샀다.
국민연금과 KB자산운용은 주당 19만 원에 팔아도 크게 남는 장사다. 국민연금은 MBK와 유니슨의 주요 투자자이기도 하다. 공개매수에 응하는 주주들이 많아 상장폐지 가능성이 높아지면 에브리컷이 보유지분을 덴티스트리에 팔아넘길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에브리컷의 오스템임플란트 매입단가는 1주당 13만 원이다. 투입한 자금은 1277억 원이다. 주당 19만 원에 팔아도 상당한 차익이 남는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