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유통업체들은 수익성 개선 이유로 서비스 줄여…“MBK 자금회수와 연관 가능성” 제기
지난 19일 홈플러스는 서울 강남권역에 당일 야간배송 서비스인 ‘오늘밤 마트직송’을 확대 운영한다고 밝혔다. 오늘밤 마트직송은 오후 7시까지 주문하면 당일 밤 12시 이전까지 상품을 받을 수 있는 서비스다. 홈플러스는 기존 4개점(영등포점, 영통점, 칠곡점, 수성점)에서 운영하던 당일 야간배송 서비스를 남현점과 잠실점에도 시작한다. 홈플러스 측은 “당일 야간배송이 새벽배송보다 더 신선하고 효율적”이라며 “자체 배송 시스템을 활용한 만큼 배송 안정성도 높다”고 전했다. 홈플러스는 서울 강남을 공략한 후 당일 야간배송 서비스를 전국 주요 도시로 점차 확대할 계획이다.
다른 유통업체들은 당일배송 서비스를 축소하고 있는 추세다. 롯데는 롯데온 내 롯데마트몰에서 운영 중인 ‘바로 배송’ 서비스 가능 점포를 50개까지 늘릴 계획이었지만 올 초 30개였던 서비스 운영 점포를 20개로 줄였다. 바로배송 서비스는 주문을 하면 2시간 내로 상품을 받을 수 있는 배송 서비스다. 신세계도 이마트 당일배송 서비스를 출시한 후 처음으로 일부 지역 서비스를 중단했다. 고객 수요, 수익성 등을 고려해 서비스를 수도권 지역에 집중하거나 중단하는 분위기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당일 야간 배송 서비스가 사업 경쟁력이 있는 전략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이마트 등 대부분 유통업체들이 마진이 남지 않아 야간‧새벽 배송 서비스를 줄이고 있고, 수익성이 좋지 않다는 것도 이미 입증됐다”고 말했다. 한 증권사 유통담당 연구원은 당일 야간 배송 서비스에 대해 “롯데나 이마트 다 조금씩 줄이고 있는데 이제 와서 확대를 하니 의미 없다”고 전했다.
홈플러스가 당일배송을 확대한 이유에 대해 사모펀드 운용사 MBK 파트너스의 엑시트를 위한 전략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실적도 신용등급도 저조한 홈플러스의 기업 가치를 조금이라도 올려 더 높은 가격에 매각하기 위해 이 같은 전략을 썼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MBK는 2015년 7조 2000억 원에 홈플러스를 인수했다. 당시 국내 인수합병(M&A) 거래 사상 최대 규모였다. 하지만 MBK가 홈플러스를 인수한 이후 실적은 계속 떨어졌다. 홈플러스의 매출은 2017년 7조 9457억 원, 2018년 7조 6598억 원, 2019년 7조 3002억 원, 2020년 6조 9662억 원, 2021년 6조 4807억 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 역시 2017년 2384억 원, 2018년 1510억 원, 2019년 1602억 원, 2020년 933억 원, 2021년 –1335억 원으로 갈수록 하락했다.
신용등급도 하락했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 8월 30일 홈플러스의 신용등급을 ‘A-’에서 ‘BBB+’로 내렸다. 앞서 한국신용평가도 홈플러스의 신용도를 ‘BBB+’로 내렸다. 한국기업평가는 소비트렌드 변화에 따른 대응 지연으로 인한 사업경쟁력 악화, 영업적자 확대로 수익 창출력 저하, 자산 매각에도 미흡한 재무안정성이 지속되고 있는 점을 등급 조정 이유로 들었다. 최한승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MBK에 피인수된 이후 인수금융 상환에 집중한 결과 점포 리뉴얼 등에 대한 투자가 미흡하게 집행됐고, 이는 오프라인 매장에 대한 고객 선호도가 낮아진 것으로 분석된다”며 “오프라인 판매액 감소를 온라인이 일부 상쇄하고 있지만 고정비 부담이 높은 상황에서 이커머스와 경쟁이 심화되며 수익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오프라인의 매출이 떨어지니 온라인 배송을 활성화해야 하는데 대형마트는 유통산업발전법상 영업제한 시간인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는 온라인 배송을 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새벽 배송도 불가능해 홈플러스는 당일 야간 배송을 이용해 수익 개선에 나선 셈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홈플러스는 MBK의 투자금 회수를 위해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며 “유통업에 대한 관심이 떨어지는 시점에서 당일 야간 배송 서비스 확대와 같은 여러 사업 전략을 통해 성과로 나타난다면 홈플러스 몸값이 올라가게 되니 자금 회수에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유통망에도 도움이 안 되고, 마진이 남지 않는 서비스임에도 불구하고 이 서비스를 확대한다는 것은 MBK 자금회수와 연관 있을 확률이 높다고 생각한다”며 “확답할 수 없지만 이슈가 되는 것을 시작해서 엑시트를 하고 싶은 게 아닐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홍 교수는 “홈플러스가 타 업체와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원래 밀고 나갔던 것을 잘해야 한다”며 “좋은 물건을 더 싸게 파는 것을 잘해야 다른 비즈니스를 할 때도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당일 야간 배송을 확대해서 실적을 개선하려는 시도로 보인다”며 “강남권을 대상으로 한 야간 배송을 선점했을 경우 홈플러스의 실적 개선이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실적이 좋아져야 당연히 높은 가격으로 매도할 수 있으니 전체적인 관점에서 보면 MBK 투자금 회수와 연관이 있을 수도 있다고 보인다”며 “작게 보면 당장의 실적 개선을 위한 하나의 불가피한 조치가 아니었을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당일 야간 배송 서비스 확대는 강남권 야간 배송 강화와 고객 편의 확대를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홈플러스의 신용등급과 실적과 관련해 MBK파트너스 관계자는 “홈플러스는 재무구조도 튼튼해지고 있고, 마트 레노베이션(보수)과 신선식품 강화 등으로 실적도 견고해지고 있다”며 “홈플러스는 임대차로 인한 리스가 부채로 잡혀 부채가 많이 발생한 것으로 보이지만 실질적인 금융부채는 급격하게 줄어들어 재무구조가 단단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민주 기자 lij907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