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인 적발에도 경찰 신고 안하고 몰카 자료 폐기 등 ‘자체 종결’…병원 측 “피해자가 사법처리 원치 않았다”
일요신문은 제1599호(1월 8일자)에서 ‘전문경영인 체제 11년 삼성병원 병원장 둘러싼 파열음 내막’을 보도한 바 있다. 이 보도 이후 강북삼성병원 안팎 인사들로부터 그동안 공개되지 않은 병원 관련 의혹들에 대한 제보가 잇따랐다. 이 제보들 가운데 병원 측이 은폐한 의혹이 제기된 사안과 대수롭지 않게 넘어간 코로나19 방역 위반 의혹 등을 보도한다.
#비서실 몰카 사건 고의 은폐 의혹
2020년 12월 강북삼성병원 병원장실 등이 있는 사무동 7층에서 몰래카메라가 발견됐다. 사무동 7층엔 병원장실을 비롯해 진료부원장실, 행정부원장실, 기획총괄팀 등 병원장단이 근무하는 공간이 있다. 여기에 여비서 두 명의 대기실, 이 대기실과 바로 연결된 탕비실도 있다.
그런데 여비서 한 명이 탕비실에 비치된 화장지(티슈) 갑 안에 설치된 휴대전화 몰카를 우연히 발견했다. 탕비실은 여비서들이 커피 등 음료를 준비하거나, 옷을 갈아입는 내밀한 공간이다. 몰카를 발견한 여비서는 이를 즉각 김 아무개 행정부원장에게 보고했다. 김 부원장은 탕비실이 있는 사무동 7층 CC(폐쇄회로)TV를 확인했고 같은 층 기획총괄팀에 근무하는 K 씨가 범인임을 밝혀냈다. 김 부원장은 K 씨로부터 카메라 설치 범행 일체를 자백 받았다고 한다.
김 부원장은 또한 기획총괄팀 간부를 K 씨 집으로 보내 몰카 녹화 파일이 저장돼 있을 만한 K 씨 노트북 등을 병원으로 수거해왔다. 그런 다음 이를 병원 측이 자체적으로 폐기했다는 게 병원 관계자 증언. 이후 K 씨는 자진해서 사직하는 모양새로 병원을 떠났다. 그렇게 몰카 사건을 덮었다.
몰카(도둑촬영)를 발견하면 통상적으로 경찰에 신고한다. 형사 사건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시 병원 측은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다. 현재 병원 내부에서 “몰카 사건을 고의로 은폐했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강북삼성병원의 한 관계자는 “병원 측이 불법 몰카 증거 자료를 자의로 폐기한 건 잘못”이라며 “병원 이미지 실추를 우려해 엄연한 범죄 행각을 고의로 은폐한 것”이라고 말했다. 병원 자체적으로 사건을 '종결'시킬 게 아니라 경찰 조사를 통해 정확한 진상을 밝혀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일요신문은 당시 사건에 대해 김 행정부원장에게 묻고자 연락했으나 그는 휴대전화를 받지 않았다. 대신 강북삼성병원 측은 “문제를 일으킨 가해자가 도의적으로 사직했고, 피해자가 사법처리를 바라지 않아 병원은 당사자의 뜻을 존중해 사건을 마무리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강북삼성병원 몰카 사건과 유사한 사례는 종종 발생한다. 2022년 2월 광주의 한 대학병원에서 40대 남성 간호사가 여성 간호사 탈의실에 몰카를 설치했다가 적발된 적이 있다. 당시 병원 측은 여성 간호사 탈의실에서 휴대전화 한 대를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강북삼성병원과 유사한 사례다. 하지만 경찰에 신고했다는 점에서 강북삼성병원 대처 방식과 다르다. 당시 남성 간호사는 병원에 사직서를 제출했고 성폭력범죄 등에 관한 특례법(카메라 등 이용 촬영)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병원장 등 코로나19 방역수칙 위반 의혹
한편 신현철 강북삼성병원 원장을 비롯한 병원 간부들이 2021년 10월 12일 저녁 회식을 하면서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위반한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당시는 수도권의 경우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2주일(2021년 10월 4일~10월 17일) 연장된 상황이었다. 사적모임이 저녁 6시 이전엔 4인, 이후엔 2인까지 허용됐다. 다만 코로나19 예방접종 완료자는 식당, 카페, 가정 등에서 6인까지 사적모임을 가질 수 있었다.
그런데 신 원장과 김 아무개 행정부원장, 김 아무개 건강의학 부원장 등 병원 간부 8명은 서울 마포구 공덕역 먹자골목에 있는 치킨집에서 회식을 했다고 한다. 병원 소식통은 “당시 하 아무개 파트장 생일파티 모임이었는데 1차 곱창구이 식당엔 김 행정부원장 등 7명이 모였다. 신현철 병원장이 합류한 2차 치킨집엔 8명이 나란히 붙어 있는 테이블 세 개에 두세 명씩 나눠 앉아 쪼개기 회식을 가졌다”며 “회식 중간중간 서로 자리를 옮겨 앉으면서 진행했다. 사실상 8명이 한 테이블에서 회식을 한 거나 마찬가지였다”고 말했다.
강북삼성병원 소속 한 의사는 “코로나19 방역 시국에 솔선수범해야 할 병원장 등이 비이성적으로 어이없는 행동을 저질렀다”며 “내로남불의 전형”이라고 지적했다.
일요신문은 이 같은 코로나19 방역 위반 의혹에 대한 신현철 원장 입장을 들으려 했다. 하지만 신 원장은 휴대전화를 받지 않았다. 이후 회신도 하지 않았다. 다만 강북삼성병원 측은 “오래 전에 있었던 일이라 확인이 어렵다”는 입장만 내놨다.
김지영 기자 you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