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부터 의무에서 권고로 전환, 국민 상당수는 “그래도 착용”…주변국 상황 봐도 안심은 일러
지난 1월 2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를 주재한 한덕수 국무총리는 모두발언에서 “오늘 중대본에서는 1월 30일부터 일부 시설 등을 제외하고 실내마스크 착용 의무를 권고로 완화하는 방안을 논의, 확정할 예정”이라고 밝히며 “지난해 12월 결정한 실내마스크 착용의무 조정지표 네 가지 가운데 ‘환자발생 안정화’ ‘위중증·사망 발생 감소’ ‘안정적 의료대응 역량’ 등 세 가지가 충족됐고 대외 위험요인도 충분히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판단됐다”고 이번 결정의 배경을 설명했다.
한덕수 총리의 말처럼 일부 시설은 제외된다. 의료기관과 약국, 감염 취약시설, 대중교통 등에서의 마스크 착용 의무는 당분간 유지된다. 이 부분에 대해서도 한 총리는 “향후 감염 추이에 따라 권고 전환 여부를 적극 검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다만 실내마스크 착용의무 조정지표 네 가지 가운데 ‘고위험군 면역 획득’은 충족되지 못했다. 정기석 국가감염병위기대응자문위원회 위원장은 1월 17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조정지표 네 가지 가운데 3.5개가 요건을 충족했다”며 “60세 이상 2가백신 접종을 두 분 중에 한 분이 했으면 좋았을 텐데 지금은 세 분 중에 한 분이 했다”고 설명했다. ‘고위험군 면역 획득’ 지표는 절반 정도만 충족됐다는 의미다. 한 총리 역시 “마스크 착용 의무 완화로 백신 접종 중요성이 더 커졌다”며 “고위험군 분들과 감염 취약시설 거주 어르신들께서는 하루라도 빨리 접종 받으시길 강력히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여전히 실외는 물론이고 실내에서도 계속 마스크를 착용하겠다는 반응이 더 압도적이다. 이미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됐지만 상당수의 시민이 실외에서도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는 만큼 실내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 강남역 인근에서 만난 한 직장인은 “착용 의무는 해제됐지만 가급적 마스크를 계속 쓸 생각”이라며 “다만 식당에 들어갈 때랑 계산하고 나올 때는 마스크를 쓰고 식사 중에만 벗는 등 너무 기계적으로 강압되던 마스크 착용 의무가 사라진 건 반가운 일이다. 시민들이 알아서 잘 착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설문조사 결과에서는 오히려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 반대 목소리가 더 높았다. 롯데멤버스가 자체 리서치 플랫폼 라임을 통해 1월 11일과 12일 성인남녀 2200명을 대상으로 가진 조사에서 응답자의 59.0%가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에 반대했다. 방역당국이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해도 계속 마스크를 쓸 것이라는 응답자도 65.5%나 됐다.
이제 코로나19 관련 방역정책은 ‘일부 시설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와 ‘확진자 7일 격리’ 정도만 남았다. ‘일부 시설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에 대해서는 이미 방역당국이 향후 감염 추이에 따라 권고 전환 여부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힌 상황에서 ‘확진자 7일 격리’ 해제 내지는 축소 등에 대한 논의도 본격 시작될 전망이다.
확진자 격리기간은 팬데믹(Pandemic·대유행) 초기부터 2021년 10월까지 14일이었고, 2021년 11월 10일로 단축된 뒤 2022년 1월부터는 7일로 줄어 1년가량 유지되고 있다. 최근에는 격리기간을 3일로 단축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지만 방역당국은 “격리기간은 7일이 적절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확진자 7일 격리’의 해제 내지는 축소에 대한 논의는 계절적 위험성이 큰 겨울이 지나고 봄이 되면서 유행세가 더 안정되면 본격적으로 시작될 전망이다.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가 결정된 가장 큰 배경은 국내 유행 규모 안정화다. 독감과의 트윈데믹(동시 유행) 등 겨울 대유행의 걱정이 컸지만 12월 중·하순에 정점을 찍고 유행 규모가 하락하고 있다. 유행 규모를 판단할 수 있는 아워월드인데이터의 100만 명당 신규 확진자 수를 보면 한국은 12월 22일 1300.98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하락 전환해 1월 25일 기준 440.53명이다.
우려와 달리 겨울 대유행은 8월 22일 100만 명당 신규 확진자 수가 2611.75명으로 정점을 찍은 여름 대유행의 절반 수준으로 지나갔다. 방역정책을 전면 해제하면서 확진자와 사망자가 급증한 중국의 영향도 우려만큼 크지는 않았다. 다행히 중국에서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도 발생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이제는 코로나 엔데믹(풍토병화)을 기대해도 될까. 주변국의 상황을 보면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1월 25일 기준 전세계에서 가장 유행 규모가 큰 국가는 대만으로 100만 명당 신규 확진자 수가 768.41명이나 된다. 2위는 일본(699.45명), 3위는 홍콩(456.96명)이고 한국(440.53명) 역시 4위에 올라 있다. 다만 이는 생 피에르 미클롱, 미크로네시아, 브루나이 등 인구수가 매우 적은 국가들은 제외한 순위다.
현재 공식적인 자료를 통해 본 코로나19 유행 규모는 대만과 일본, 홍콩, 한국 등 동아시아가 압도적으로 크다. 그리고 국제사회의 공식 자료에선 빠져 있지만 실제로 현재 가장 큰 유행 규모를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중국 역시 동아시아 국가다.
다행히 중국도 유행의 정점을 찍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대만과 일본, 홍콩도 1월 초에 정점을 찍고 유행 규모가 하락 전환했다. 사실 코로나19 팬데믹이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 국면으로 접어든 이후로는 하루하루가 위기의 연속이다. 유행이 안정적으로 통제되는 국면으로 접어들었다가도 돌발변수가 발생해 다시 유행이 확대되곤 했기 때문이다. 다행히 2022년에서 2023년으로 넘어가는 겨울 유행은 규모가 우려만큼 확대되지 않았고, 중국의 방역조치 전면 해제 후폭풍이 국내에 미친 영향도 그리 심각하진 않은 것으로 보인다.
전동선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