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가정 등 돕는 취지로 작년 말부터 준비 중 전해져…대통령실 “취재원 밝히지 않으면 드릴 말씀 없다”
#비선 논란 후 사회적 약자 돕기 행보
여권 복수 관계자에 따르면 김건희 여사는 2022년 말부터 다문화가정 아이들 등 사회적 약자를 돕는 취지의 센터 설립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김 여사 센터 설립 준비 소식을 전하면서 “센터 설립이 공식화된다면 나도 참여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센터 설립 관련해) 아직 공식적으로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없지만, 그런 방향으로 계속 고민을 하고 있는 걸로 안다”고 말했다.
일요신문은 1월 9일 대통령실 대변인실에 관련 내용을 물었으나 어떤 답도 들을 수 없었다. 이에 김건희 여사에게 직접 연락했고, 이후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로부터 연락이 왔다. 그는 김건희 여사의 센터 설립 추진과 관련해 “취재원을 밝히지 않는 이상 더 이상 드릴 수 있는 말씀이 없다”며 반론을 하지 않았다. ‘김건희 여사의 센터 설립 추진이 사실무근이냐’는 질문엔 “취재원한테 확인하셔야 할 사안”이라고 답했다.
김건희 여사는 정권 초 불거진 ‘비선 논란’ 이후 비공개 위주로 사회적 약자를 돕는 활동에 집중해왔다. 2022년 8월 김 여사는 경기도 성남 사회복지시설인 ‘안나의 집’에서 봉사 활동을 했고, ‘수원 세 모녀’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수도권 집중호우로 큰 피해를 입은 지역을 찾아가 봉사 활동도 했다. 같은 해 10월에는 ‘양천 아동학대 사건(정인이 사건)’으로 숨진 피해 아동의 2주기를 맞아 묘소를 방문했다. 앞서 김 여사는 2022년 6월과 7월에 각각 경남 봉하마을 방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당시 전 코바나콘텐츠 직원들을 동행하면서 ‘비선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대통령 동남아시아 순방 동행을 기점으로 사회적 약자를 돕는 일정을 공개 활동으로 전환하기 시작했다. 2022년 11월 11일 김 여사는 캄보디아 프놈펜에 도착한 이후 첫 일정으로 저소득층에 대한 한국 의료진의 지원이 이뤄지는 의료기관을 찾아 격려했다. 김 여사는 신장투석실에 의료용 필터가 부족하다는 사연을 듣고 1년 동안 환자들이 사용할 수 있는 신장 투석 필터 100개를 헤브론 의료원에 전달하기도 했다.
2022년 11월 12일 김건희 여사는 당초 캄보디아 측이 제안한 각국 정상 배우자 ‘앙코르와트’ 방문 프로그램에 참석할 예정이었지만, 해당 일정에 불참하는 대신 선천성 심장질환을 앓는 14세 소년 옥 로타의 집을 찾았다. 11월 13일 김 여사는 앞서 11일 방문한 헤브론 의료원을 다시 찾아 옥 로타의 치료를 위해 논의했다고 한다. 김 여사는 동남아 순방 기간 사흘 동안에만 단독 일정을 6개 소화했다. 대통령실도 김 여사 일정을 시시각각 공개했고, 대통령 배우자로서 당연히 해야 하는 활동이라고 강조했다.
야권에선 김건희 여사 행보를 두고 ‘빈곤 포르노(가난을 자극적으로 묘사한 것)’라며 공세를 폈다. 2022년 11월 14일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고위원회의에서 김 여사가 옥 로타를 찾아간 사진을 공개한 것에 대해 “빈곤 포르노 화보 촬영”이라며 “의료 취약계층을 홍보 수단으로 삼았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장 의원을 국회법 제25조(품위유지의 의무) 위반 등으로 국회 윤리위에 제소했다. 대통령실도 장 의원을 허위사실 유포 및 명예훼손으로 고발했다.
김건희 여사는 논란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약자 돕기 행보에 더욱 박차를 가했다. 김 여사는 2022년 12월에만 18건의 공개 일정을 소화했다. 그 중심에는 자립 준비 청년과 위탁 부모, 보호아동, 쪽방촌 등 사회적 약자를 챙기는 봉사 활동이 있었다. 특히 캄보디아 소년 옥 로타는 김 여사 덕분에 한국으로 입국해 서울아산병원에서 심장 수술을 받았다.
#벤치마킹 쉽지 않다는 목소리도
김건희 여사가 사회적 약자 돕기 센터 설립을 추진하는 것을 두고 정가에선 박정희 전 대통령 영부인 육영수 여사 행보와 비슷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육영수 여사는 고위직 부인들의 봉사 모임인 양지회를 설립해 소외되고 가난한 여성, 장애인 등을 도우면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김건희 여사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새마을운동’을 계승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2023년 1월 11일 김 여사는 대구 성서종합사회복지관을 찾아 새마을운동중앙회 소속 대학생 봉사자 등과 급식 봉사를 한 뒤 “새마을운동의 정신을 계승·발전시켜 나눔을 실천하고 있는 회원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며 “앞으로도 새마을운동중앙회와 전국을 돌며 봉사활동을 하겠다”고 말한 사실을 대통령실에서 서면 브리핑으로 전했다.
김건희 여사 센터 설립을 두고 우려 섞인 지적도 나온다. 전두환 씨 부인 이순자 씨는 육영수 여사 사업을 본떠 ‘새세대 육영회’와 ‘새세대 심장재단’을 주도했지만, 재단 기금 조성 과정에서 부정축재 의혹이 제기됐다.
김건희 여사는 1월 27일과 30일, 국민의힘 여성 의원들과 오찬을 갖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센터 설립 관련한 이야기가 오갈지 관심이 집중된다. 앞서 1월 4일 조수진 의원은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서 “김건희 여사가 황보승희 의원 등 여성 의원들에게 ‘여성 의원들이 잘해줘야 한다’는 말을 한 것 같다”며 “여성이 상대적으로 섬세함 같은 게 있기 때문에 약자와의 동행이나 복지 사각지대 등 놓치기 쉬운 부분에 대해 꼼꼼하게 봐달라는 당부로 해석한다”고 말했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