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설 연휴를 보내고 출근한 30대 직장인 A 씨는 이튿날부터 두통, 코막힘, 기침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서 코로나19가 의심돼 검사를 받았다. 결과는 음성이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호흡기 진료를 보았고 갑자기 찾아온 한파로 난방기기를 사용하며 건조한 환경에서 환기를 제대로 하지 않아서 발생한 증상이라는 소견을 받았다. A 씨는 사무실에 도착하자마자 창문을 열고 환기를 시작했다.
실내 공간의 공기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외부 공기를 도입하고 내부 공기를 배출하는 것을 환기라고 한다.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밀폐된 공간에서 실내 생활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냄새를 비롯해 세균, 먼지, 연기 등 오염물질이 발생하기 때문에 건강을 위해서는 환기가 필수다.
특히 세계보건기구에서는 라돈을 1군 발암물질로 분류하고 있다. 전 세계 폐암 발생의 3∼14%를 차지하며 흡연에 이은 주요 폐암 발병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생애 얼마나 많은 라돈을 호흡했느냐에 따라 라돈에 의한 폐암 발병 확률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라돈은 지하수, 토양, 암석 등 지구 어디에나 존재하는 방사성 기체로 실내 공간도 예외 없이 여러 경로를 통해 유입되므로 라돈이 공기 중에 머물지 않도록 철저한 환기가 필요하다.
요즘처럼 추운 겨울철에는 코로나19 뿐만 아니라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등 호흡기 감염으로 인한 질병 발생 가능성이 높다. 밀폐된 공간에서 밀접, 밀집이 된다면 감염 가능성은 더욱 높아지기 때문에 더욱 철저한 환기가 필요하다.
5㎛ 이상 비말의 경우 대부분 1∼2m에서 가라앉으나 5㎛ 이하 에어로졸은 장시간 공기 중에 떠다니며 전파가 10m 이상 가능하다. 사회적 거리두기, 마스크 착용 등과 함께 실내 환기나 보조적으로 공기청정기가 필요한 이유다.
가정에서 음식을 만들 때에 음식 재료나 굽고 튀기는 등 연소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염물질도 주의가 필요하다. 요리 시 창문을 열고 환풍기가 있다면 작동하는 것이 좋다. 프라이팬 전용 덮개가 있다면 활용하고 조리 시간은 짧을수록 좋다.
요리하는 과정에서 오염물질이 주방을 넘어 거실까지 확산될 수 있는 만큼 호흡기 질환이 있거나 고령, 어린이 등 민감군이 있다면 문을 닫고 방에 머물게 하는 것이 좋다. 음식을 완성했다면 사용한 기구나 재료를 빠르게 치우는 것이 좋으며 가급적 15분 정도는 자연환기를 하는 것이 좋다.
대동병원 호흡기내과 이규민 과장은 “겨울철에는 난방 효율 등을 이유로 환기에 소홀한 경우가 많은데 호흡기 건강을 위해서 적절한 환기는 필수이므로 춥거나 미세먼지가 많은 날에도 올바른 요령을 알고 환기하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며 “특히 요즘에는 공기청정기가 있다는 이유로 환기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공기청정기로도 걸러지지 않는 오염물질이 상당히 많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올바른 환기를 위해서는 바닥에 오염된 공기가 가라앉은 시간대를 피해 오전 10시부터 저녁 7시 사이 2∼3시간 간격으로 3번 정도 최소 10분에서 30분 정도 실시하는 것이 좋다. 미세먼지나 황사가 심한 날에는 10분씩 3번 정도 환기를 실시한 후 공기청정기 터보 기능을 이용해 실내 공기를 순환시키는 것이 좋다.
제대로 환기를 하기 위해서는 창문 한 개만 여는 것이 아니라 여러 창문을 열어 바람이 들어오고 나갈 수 있는 순환 환경을 만드는 것이 좋다. 바람이 없는 날이나 실내 환경 특성상 순환이 어렵다면 나가는 창문 쪽에 선풍기를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환기를 자주 하고 실내 환경을 관리함에도 불구하고 호흡기 증상이 지속된다면 다른 질병의 가능성이 있으므로 즉시 의료기관을 내원해 진료를 받아보는 것도 중요하다.
박정헌 부산/경남 기자 ilyo33@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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