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주택 주차장을 사무실로 사용, 기업보고서상 종업원 0명…창원시 “서류 심사 하자 없었다”
수의계약은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적지 않다. 지역 업체는 지자체에서 발주되는 공사·용역·물품 등을 계약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사업자 대표는 관할 지자체를 상대로 영업활동을 펼치기도 하며, 대표자를 여성으로 변경하거나 사회적 기업의 상호를 사용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수의계약에 나서고 있다.
이렇게 수의계약을 발주받은 이후 제3자에게 다시 하도급을 주는 페이퍼컴퍼니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게다가 지자체에서 남발하는 수의계약이 예산을 절감하는 효과가 있는지도 미지수다. 수의계약은 시 담당자의 의지에 따라 얼마든지 업체에 일감을 몰아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 가운데 경남 창원시가 페이퍼컴퍼니에 수의계약을 체결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창원시는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따라 주된 영업장이 있는지 등을 살펴 입찰에 참가할 자격이 되는지를 가린 후 계약을 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이를 도외시한 것으로 보인다. 서류상으로 문제가 없다는 식의 계약은 페이퍼컴퍼니를 양성화하는 통로로 활용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창원시는 지난해 11월경 ‘시민생활체육관 노후시설물 개보수 전기공사’를 발주도급금액 1억 1600만 원에 수의계약으로 발주계획을 공고했다. 나라장터에 지난해 11월 30일 입찰공고 이후 A 업체가 투찰률(예정 가격 대비 실제 낙찰받은 금액) 87.7%로 낙찰됐다. 창원시는 지난해 12월 15일 A 업체와 계약했다.
문제는 해당 업체가 본보 취재결과 페이퍼컴퍼니, 즉 부정당업체인 점이다. 시민생활체육관 노후시설물 개보수 전기공사를 낙찰 받은 A 업체를 페이퍼컴퍼니로 특정한 근거는 명료하다. A 업체가 소재한 주소지는 단독주택이며, 특히 사무실이 들어선 곳이 사무실을 개소할 수 없는 주차장이기 때문이다. 해당 업체는 이처럼 주차장을 사무실로 사용하고 있었고, 입구는 자물쇠로 굳건히 잠겨 있었다.
단독주택을 사무실로 사용하는 것은 ‘건축물을 주된 용도 외에 사용하는 것’으로 그 자체가 불법행위다. 게다가 2022년 10월 기준 기업보고서 케이리포트 자료에 의하면 이 업체는 종업원이 1명도 없는 것으로 보고돼 있다. 직원이 한 명도 없는 사업자가 사업수행을 한다는 것을 불가능하다.
지방계약법 제25조(수의계약에 의할 수 있는 경우)에 따라 ‘수의계약대상 물품의 직접 생산 및 용역의 직접 수행 가능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근거로 ‘사무소 운영’은 필수적인 적격심사 요건이다.
지자체와 계약하는 당사자는 법령에 의해 사무소를 운영해야 하며, 형식적으로만 사무소를 개설한 후 운영하지 않는 행위는 용역을 수행할 능력이 부족한 것으로 판단해 지자체와의 계약이 제한된다. 이를 속이고 계약할 경우 계약해지 등 행정조치를 취하도록 하고 있다. 이런 기본적인 부분을 창원시가 걸러내지 못한 이유에 대해 커다란 의문부호가 붙는다.
특히 창원시는 해당 수의계약 공고 당시 계약방법을 ‘낙찰률 0%, 수의1인 견적’에다 사유로는 ‘추정가격 2000만 원 이하 공사, 물품의 제조·구매·용역. 다만, 여성기업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른 여성기업, 장애인기업활동 촉진법에 따른 장애인기업과 계약은 추정가격 5000만 원 이하로 함’이라고 했다가 본보 취재가 시작되자 ‘낙찰률 0%, 수의2인 견적’으로 수정했다. 행정미숙을 스스로 드러낸 셈이다.
창원시 관계자는 “당초 수의1인계약이라고 공개돼 있지만, 입찰에 의해 낙찰자인 A 업체와 계약했다. 서류심사에는 전혀 하자가 없었다.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는지 여부를 확인한 결과, 주소지에 사무실을 운영하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후 기자가 종업원이 상주하고 있는 것을 확인했는지를 묻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정민규 부산/경남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