멤버십 정책 유사하지만 비회원도 구매 가능 장점…‘환불정책’은 도입 못해
코스트코의 성공을 지켜본 유통 대기업들은 2010년부터 창고형 할인점을 연이어 론칭해왔다. 이마트의 이마트 트레이더스, 롯데쇼핑의 롯데 빅마켓, 홈플러스의 홈플러스 스페셜 등이 연이어 출점했지만 코스트코와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성장한 것은 현재까진 트레이더스뿐이다.
빅마켓은 낮은 인지도와 부진한 실적으로 폐점을 거듭하다 지난 2022년 1월 롯데마트 맥스로 이름을 바꿨다. 수도권에는 금천점과 영등포점 둘뿐이고 비수도권 매장도 4개뿐이다. 홈플러스 스페셜은 전국에 18개 점포를 갖고 있지만 빅2(코스트코, 트레이더스)에 비해 성장세나 매출 등에서 차이를 보인다. 토종 기업 중 견실한 성장세를 보이는 것은 트레이더스가 유일하다고 볼 수 있다.
2015년 9630억 원의 매출을 기록한 트레이더스는 이듬해부터 1조 1957억 원, 1조 5214억 원, 1조 91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2019년 2조 3371억 원의 매출을 거뒀다. 그리고 2021년 3조 3150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3조 원대를 돌파했다. 한편 코스트코는 2021년 회계연도(2020년 9월~2021년 8월) 기준 매출 5조 3523억 원, 이듬해는 5조 5354억 원을 기록하며 이 분야의 절대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트레이더스는 지난해 10월 부분적 유료 회원제를 도입했다. 2010년 첫 출점 이후 꾸준히 비회원제를 유지했지만 12년 만에 회원제를 도입한 것이다. 트레이더스의 멤버십은 연회비 3만 원의 스탠다드 회원과 7만 원의 프리미엄 회원으로 나뉜다. 사업자 고객을 대상으로 스탠다드 비즈(2만 5000원), 프리미엄 비즈(7만 원) 등급도 있다.
이는 코스트코의 회원제 정책을 벤치마킹한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코스트코는 개인회원(골드스타) 3만 8000원, 이그제큐티브 개인회원 8만 원, 사업자 대상 비즈니스 회원 3만 3000원, 이그제큐티브 비즈니스 회원 8만 원의 멤버십을 운영한다. 전 구간에서 트레이더스가 비슷한 형식과 조금 더 낮은 금액을 책정하고 있다.
코스트코 정책을 카피했다는 지적은 적립형 서비스에서도 나온다. 코스트코는 이그제큐티브 멤버십 회원에게 구매금액 2%를 적립해주는 정책을 수년 전부터 사용해 오고 있다. 트레이더스는 멤버십 제도를 열며 프리미엄 회원에 2%, 스탠다드 회원에 1% 적립하는 정책을 도입했다.
멤버십 해지 정책도 코스트코와 동일하다. 1년 멤버십 기간 중 만족하지 않으면 회비 전액을 환불해주는 정책 역시 이번 트레이더스 멤버십에 도입됐다. 야생과 같은 유통업계에서 좋은 정책을 모방하는 것은 흔한 일이지만 너무 닮은 구석이 많다. 그만큼 트레이더스가 체면을 차리지 않고 코스트코와의 싸움에 사활을 걸고 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코스트코에 없는 트레이더스의 장점도 있다. 코스트코는 회원이 아니면 상품을 구입할 수 없지만 트레이더스는 비회원도 구매가 가능하다. 회원에게는 몇몇 상품을 더 할인해 줄 뿐이다. 회원제를 도입하면서 일반인들의 접근도 열어뒀다는 점은 트레이더스만의 무기다.
다만 트레이더스가 도입하지 못한 정책이 있다. 코스트코의 최대 장점으로 손꼽히는 환불정책이다. 코스트코는 구입한 상품에 대해 불만족 시 언제든 전액 환불해주고 있다. TV, 컴퓨터, 휴대전화, 냉장고 등 전자제품 일부의 경우 90일 이내라는 규정을 두고 있을 뿐 그 외의 제품은 구매 후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언제든 전액 환불이 가능하다.
가령 식품의 경우 유통기한 내라면 구매 후 취식했어도 환불이 가능하다. 먹다 남은 빵, 사용한 골프채, 입었던 옷을 가져와도 환불해 준다. 환불 기한도 없다. 어떤 유통기업도 하지 못한 파격적 정책이다. 이마트가 과일 당도보장제를 도입, 과일 품질에 만족하지 않을 시 100% 교환, 환불해주는 정책을 사용하고 있지만, 취급하는 전 제품에 이 같은 환불 규정을 적용하고 있는 곳은 코스트코가 유일하다.
코스트코의 환불정책은 구매를 망설이는 고객의 부담감을 덜어주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반품으로 인한 손해를 가져오기보다 그 정책을 믿고 과감한 구매를 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된다고 유통업계는 분석한다.
트레이더스가 이 환불정책을 몰랐을 리는 없다. 그래서 과감한 환불정책 도입의 부재가 아쉽다는 얘기가 유통업계 일각에서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코스트코의 환불정책은 낮은 가격과 함께 장기회원을 유치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라며 “만약 같은 물건을 두고 경쟁한다면 코스트코의 정책이 소비자의 선택을 끌어내기에 유리할 수 있다”고 봤다.
김창의 경인본부 기자 ilyo22@ilyo.co.kr